올 여름은 읽는 소설마다 의미있게 다가오고 깊이 빠져들게 한다. 시공간의 폭이 넓은만큼 이야기 호흡도 넓고 깊어서 마치 머나 먼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마저 든다. 작은 기록이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보잘것없는 글이나마 쓰지 않고는 못배기게 하는 소설이다.
8월6일 기록한 100자평을 다시 옮긴다.
'키르기스스탄 작가의 카자흐스탄 배경 소설. 광대하고 황량한 스텝 지역의 외딴 간이역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처절하고 애틋하고 끈끈한 인생살이 이야기에 SF의 우주 정거장과 외계인이 등장하는 병렬 구조. 중앙아시아 이해와 공부에 도움이 되면서 무더위를 잊기에 좋은 책.'
이미 명성이 자자한 소설로, 여러해 전에 시립 도서관 행사에서 동유럽 문학 강의를 들은 후 참여기념으로 얻은 책인데 이제서야 읽었다. 어떤 독서는 책을 책장에 꽂아놓고 수십번, 수백번 눈을 맞춰야 읽게 되는 경우가 있다. 조용히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책. 그러니 책은 일단 쟁여놓고 볼 일이다.
책 표지에 써있는 것처럼 발칸 반도 400년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다룬 이 소설은 주인공이 드리나 강의 다리이다. 다리를 중심으로 장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읽다보면 여러번 깊은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드라마로 만든다면 적어도 10부작은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
우즈베키스탄 소설. '이 소설을 읽지 않은 우즈베키스탄 사람은 없다'고 하는데 읽어보면 수긍이 간다. 지은이 압둘라 코디리는 우즈베키스탄 근대소설의 창시자라고 한다. 중앙아시아에 약간의 관심이라도 있어야 손에 들게 되는 게 안타깝다고 할까. 소설에 대한 정보 없이 그냥 읽기 시작해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인데...언젠가는 알아보겠지.
위 소설의 공통점. 세 권의 소설이 각각 한 나라를 대표한다는 것. <백년보다 긴 하루>는 보스니아를, <백년보다 긴 하루>는 카자흐스탄을, <아팠던 시간들>은 우즈베키스탄을 대표하고 있다. '세계문학'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겠지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국가들, 그 국가들을 대표하는 소설 한편씩 읽기...이런 프로젝트는 어떨까. 도장깨기식으로 세계 여행을 다니는 것보다 더 알차고 더 저렴하고 더 의미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