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조라니... 마당 한켠에 있는 난로 속에 둥지를 튼 야생 새 덕분이다. 뭐 그렇다고 대단한 관심이 있는 건 아니나 적막한 산골 생활에서 작은 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부화시키고 먹이를 물어다 새끼들을 부양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도 어떤 변화가 일어났음에는 틀림없다. 그 작은 새의 이름이 내내 궁금했다. 처음에는 박새인줄 알았다. 그러다가 어디선가 본 딱새와 비슷한 걸 보고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름이 뭐 중요할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 제대로 알기 위해선 이름이 먼저다. 궁금하던 차에 언젠가 신문에서 읽은 서점이 떠올랐다. 탐조책방.



수원 화서역에 위치하고 있는데 근처에는 서호라는 호수가 있다. 고3 때 봄소풍 갔던 곳이기도 해서 옛생각이 나기도....


새박사의 분위기가 나는 주인장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궁금하던 걸 물었다. 이건 무슨 새의 알일까요? 척 보더니 이건 딱새란다.



알을 품고 있던 회색빛 어미새는 혹여나 새끼를 건드릴까봐 까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 작은 몸집으로 새끼를 품고 있는 모습을 보니 경이로웠다. 감동적이었다. 마당가 나무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는 수컷은 몸 아랫면이 주황색(적갈색)으로 둥지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오,,,이런. 제가 지금 새에 대해서 쓰고 있군요.















주인장이 권하는 책을 망설임없이 선택했다.















이원영의 책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 도 한 권 골랐다. 부디 이런 개성있는 서점이 오래 가기를 바라며...



새 한 마리가 나를 탐조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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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없는 삶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려서는 아버지가 구독하던 서울신문과 조선일보를 접했고, 독립해서는 한겨레신문을 구독했다. 구독한 지 삼십 년이 넘었다. 그랬었는데 몇년 전부터 도시 생활 6개월, 산골 생활 6개월을 하다보니 부득이 6개월의 신문 공백기가 생겼다. 오지의 산골에서 신문 구독이란 이룰 수 없는 꿈과 같다. 물론 인터넷으로 아쉬운대로 몇몇 칼럼을 챙겨보지만 종이신문을 보는 맛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한겨레신문도 예전같지 않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친구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신문 없는 금요일은 슬프기도 하고 허전하고 쓸쓸하다. 금요일자 주말판을 기다리며 일주일의 고단함을 잊곤 했었다. 산골에서 지내다가 금요일을 도시에서 보내게 되면 어떤 기대감에 마음이 바빠진다. 지난 주 금요일도 그랬다. 볼 일을 끝내고 시골로 가는 금요일 아침, 서현역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 중앙 일간지를 취급하는 편의점으로, 이사와서 겨우 찾아낸 곳이었다. 그러나....텅 빈 신문 거치대가 눈에 들어온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더이상 신문을 취급하지 않는단다. 이유는 돈. 수지가 맞지 않아 신문업자가 포기했다고 한다. 인천에 살 땐 일부러 인천종합터미널까지 가서 신문을 사곤 했지만 거치대에 신문이 없으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금요일인 오늘. 왜 하필 산골이 아니라 도시에 머물게 된 건지...신문 구입 방법을 제미나이한테 물었더니, 신문사 고객센터나 신문지국에 문의해서 신문 판매처를 알아보라며 친절하게 전화번호까지 알려주었다. 몇주전 산골에 있을 땐 양양 읍내 서점에서 신문을 구입할 수 있다해서 전화했다가 허탕친 적이 있어서 그대로 믿을 일은 아니었지만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 그러나 역시나 였다. 


한번 더 속는 셈치고 다시 제미나이에게 물었다. 그러면 서울 시내에서 신문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요? 광화문 교보문고 근처 편의점에서 취급하는데 오후에 가면 신문이 다 팔릴 수 있다며 살짝 겁을 주는 것도 잊지 않는, 깜찍하게 귀여운 제미나이. 그래, 가자, 서울 광화문으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근처 편의점에서 허탕치고 드디어 찾아낸 곳은 덕수궁 앞 가판대. 중앙 왼쪽 이 빠진 듯한 부분에 한겨레신문 한 부가 꽂혀 있었던 것을 손에 넣었다. 가격은 천 원.



물론 도서관에 가면 웬만한 중앙일간지를 볼 수 있다. 그렇게도 해봤다. 그러나 도서관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차분하고 느긋하게 신문을 읽기 어렵다. 


종이신문이 사라지는 시대라는 걸 몰라서도 아니다. 그러나 거리 가판대에서 신문이 사라진다면 어떤 풍경이 될까? 그 많던 신문가판대는 다 어디로 갔을까? 




광화문에 왔으니 논란이 되고 있는 것도 보았다. 빈곤한 상상력에 화를 내기도 아깝다. 


그나저나 신문 한 부 사서 읽기가 너무나 어렵다.



** 오늘 신문을 읽은 증거를 남긴다.


'나는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 나는 로맨틱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웃기는 사람도 아니다. 글은 좀 웃긴다는 소리를 듣는다. 글보다 웃긴 사람은 아니다. 사실 글보다 나은 사람은 거의 없다. 자기가 쓴 글보다 재미있는 사람은 없다. 자기가 쓴 글보다 옳은 사람도 없다. 우리가 소셜미디어에 쓴 글보다 나은 사람이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훌륭해졌을 것이다. 이래서 글이라는 건 믿을 게 못 된다. 그래도 나는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

___________칼럼 <김도훈의 삐딱>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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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5-30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마트폰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군요.

nama 2026-05-31 15:07   좋아요 1 | URL
커피 업계를 평정하던 스타벅스를 보면서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곱씹어봅니다. 다이소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요? 스마트폰은 또 어떻게 진화할까요? 이렇게 저렇게 다 빨려들어간 인간은 또 어떤 몰골로 변할까요? 저는 스티브 잡스보다 더글러스 톰킨스 편에 서고 싶어지네요.
 

지난 토요일은 딸의 결혼식 날이었다. 

살다보니 이런 기쁜 날도 오는구나, 감격에 겨웠던 날. 


딸이 떠나간 빈 방만 덩그러니 남았다.



딸이 그린 그림과 내가 만든 커튼이 있는 딸의 방. 반려견 아진군도 잠시 머물던 방.





박새인지 딱새인지 모를, 참새보다 작은 새가 세 마리의 새끼를 데리고 둥지를 떠났다. 부화하지 못한 알 세 개와 나뭇가지, 이끼, 솔잎, 솜 등을 입에 물고 수백번을 오가며 지었을 둥지만 덩그러니 남았다. 적막한 산 속, 한 집에 살고 있어 식구같은 존재였는데... 저 작은 둥지가 작은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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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3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5-24 0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26-05-23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벌써 결혼할 나이가 되었군요.
축하합니다. 따님도, nama 님도 축하드려요.
서운한 마음 여기까지 전해지지만, 그리고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가겠지만, 그냥 모른 척하고 축하한다는 말씀만 드리렵니다.

nama 2026-05-24 07:45   좋아요 0 | URL
글을 올리기 전에는 하고 싶은 말이 가슴 가득 차올랐었는데요. 결국에 남는 말은 시원과 섭섭이더라구요.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6-05-23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 결혼 축하드려요.
딸이 결혼하면 많이 쓸쓸할 것 같아요.
따님과 사위님이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nama 2026-05-24 07:51   좋아요 1 | URL
인생의 큰 숙제를 끝낸 기분이 들어요.
시간이 참 빨리도 흐르는구나...어렸을 때는 조바심으로 딸을 재촉하고 요구사항도 많았는데 지나고보니 그럴 필요가 있었나...싶기도 해요. 울컥 후회하는 마음도 생겨요.
자식은 그저 믿고 기다리는 게 전부인 것 같아요. 뒤늦은 깨달음.
 

뻘짓. '아무런 쓸모없이 헛되게 하는 짓.' 


악기 하나쯤 두드리며 살고 싶었다. 여행지에서 과감하게 거리버스킹은 못하더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여행자들과 함께 소심하게라도 악기 하나쯤 품에 끼고 두드리고 싶었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은 해금. 기타보다 작으니 배낭과 함께 질머져도 부담이 적을 것 같았다. 한번 생각이 꽂히니 어떻게든 악기를 손에 넣어야 하고, 손에 넣었으니 어디선가 선생님을 찾아 배워야 한다는 조바심이 일었다. 그렇게 몇년을 벼르다가 드디어 어느 봄, 해금을 구입하고 배울 곳도 어렵지 않게 찾아냈다. 한여름에 악기 가방을 어깨에 메고 버스를 타고 국악당에 가서 다른 수강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나면 남편이 픽업을 와주었다. 내가 원하던 바를 다 이룬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내 해금 소리가 시원찮았다. 어떤 수강생은 중고 해금을 구입하였다는데 악기가 반들반들한 게 소리도 잘 났다. 길이 잘든 악기를 구입했어야 했나? 뻑뻑하여 삑삑 거친 소리를 내는 내 악기를 바라보며 악기 공장에 악기를 보내 손을 봐달라고 했다. 아무 이상이 없다며 다시 돌아온 나의 해금. 문제는 해금이 아니라 '나'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대여섯 명의 수강생들 속에서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걸, 나는 나를 속일 수 없었다. 잘 하는 건 밀어주고, 잘 못하는 건 일찍 포기하는 것. 내가 학교에서 터득한 내 삶의 방식에 따르기로 했다. 그래,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동요 '섬집 아기'를 겨우 스스로 켜보았다는 것으로 나의 해금 생활은 막을 내렸다.


어떤 것(일)을 두고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좋지 않은 징조이다. 망설임이 많아지면 추진력과 흥미를 잃는다. 머지않아 그만두어야 한다. 정말 그럴까?


남들에게는 뻘짓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한때 치열하게 고민하고 몸으로 부딪쳐보고 행동으로 옮겨봤다는 것. 그것으로 만족하면 안 되나?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뻘짓 몇번 해본다고 그게 뭐 문제가 될까. 세상은 가만히 있는데 내가 나를 막는다.


해금과 해금 관련 책을 떠나보낸다. 딸 친구에게. 공인중개사 1차 시험을 일주일 만에 통과하고, 뜨게질을 하룻만에 배우고, 가야금과 거문고를 켤 줄 안다는, 천재성에 빛나는 친구에게 넘긴다. 고민을 하지 않아도 뭔가를 해낼 수 있는 힘을 부러워하며.



















내게는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감당하기 힘든 책, 해금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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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동창인 친구와 나는, 십 년 넘게 서로의 생일을 챙겨주었다. 선물로는 거의 대부분 두세 권의 책을 주고 받았다. 일년 간 읽은 책 중에서 고르고 고른 책이었으니 마음이 담긴 선물이었다. 그러던것을 서로 합의(?)하에 올해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솔직한 이유는 서로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이것도 지겨워졌다는 것을. 취향이 같지 않다는 것을. 성향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으나 어떤 연유로 방향이 달라졌다는 것을. 그리고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어느새 우리의 대화는 불면증, 당뇨, 관절염, 이명, 고혈압, 콜레스테롤, 비타민 D 같은 것들로 채워졌다. 책보다 병이 가까워진 나이가 되었다. 올해도 내 생일은 어김없이 돌아왔으나 친구가 보내는 책 선물은 더 이상 없다. 이렇게도 책을 떠나보내는구나. 이것도 적응하게 되겠지.



버림받은 사람


                      윤후명

지난해에는

뻐꾹새 소리도 못 들었다

일명 '홀딱벗고 새'라고 한다는 소쩍새 소리도

못 듣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무슨 일이냐고 혼자 곰곰 속상한데

못 들은 소리뿐 아니라

못 본 모습들도 하나둘이 아니다

곤줄박이 역시 그렇다

그뿐인가

떠나간 사람들은 다 어쩌란 말인가

새들뿐 아니라 사람들도 어디론가 사라져

나를 버렸구나

이제는 내가 나를 버릴 차례인가

모든 것은 여전히 아름답게 비치는데

버림받는 사람이 될 차례라니

마침내 모든 것이 나를 버리는가

이렇게 될 걸 모르지 않았건만

나는 어디로 버려지는가


















(윤후명의 시가 이랬던가. 시도 늙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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