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동창인 친구와 나는, 십 년 넘게 서로의 생일을 챙겨주었다. 선물로는 거의 대부분 두세 권의 책을 주고 받았다. 일년 간 읽은 책 중에서 고르고 고른 책이었으니 마음이 담긴 선물이었다. 그러던것을 서로 합의(?)하에 올해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솔직한 이유는 서로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이것도 지겨워졌다는 것을. 취향이 같지 않다는 것을. 성향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으나 어떤 연유로 방향이 달라졌다는 것을. 그리고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어느새 우리의 대화는 불면증, 당뇨, 관절염, 이명, 고혈압, 콜레스테롤, 비타민 D 같은 것들로 채워졌다. 책보다 병이 가까워진 나이가 되었다. 올해도 내 생일은 어김없이 돌아왔으나 친구가 보내는 책 선물은 더 이상 없다. 이렇게도 책을 떠나보내는구나. 이것도 적응하게 되겠지.
버림받은 사람
윤후명
지난해에는
뻐꾹새 소리도 못 들었다
일명 '홀딱벗고 새'라고 한다는 소쩍새 소리도
못 듣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무슨 일이냐고 혼자 곰곰 속상한데
못 들은 소리뿐 아니라
못 본 모습들도 하나둘이 아니다
곤줄박이 역시 그렇다
그뿐인가
떠나간 사람들은 다 어쩌란 말인가
새들뿐 아니라 사람들도 어디론가 사라져
나를 버렸구나
이제는 내가 나를 버릴 차례인가
모든 것은 여전히 아름답게 비치는데
버림받는 사람이 될 차례라니
마침재 모든 것이 나를 버리는가
이렇게 될 걸 모르지 않았건만
나는 어디로 버려지는가
(윤후명의 시가 이랬던가. 시도 늙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