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없는 삶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려서는 아버지가 구독하던 서울신문과 조선일보를 접했고, 독립해서는 한겨레신문을 구독했다. 구독한 지 삼십 년이 넘었다. 그랬었는데 몇년 전부터 도시 생활 6개월, 산골 생활 6개월을 하다보니 부득이 6개월의 신문 공백기가 생겼다. 오지의 산골에서 신문 구독이란 이룰 수 없는 꿈과 같다. 물론 인터넷으로 아쉬운대로 몇몇 칼럼을 챙겨보지만 종이신문을 보는 맛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한겨레신문도 예전같지 않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친구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신문 없는 금요일은 슬프기도 하고 허전하고 쓸쓸하다. 금요일자 주말판을 기다리며 일주일의 고단함을 잊곤 했었다. 산골에서 지내다가 금요일을 도시에서 보내게 되면 어떤 기대감에 마음이 바빠진다. 지난 주 금요일도 그랬다. 볼 일을 끝내고 시골로 가는 금요일 아침, 서현역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 중앙 일간지를 취급하는 편의점으로, 이사와서 겨우 찾아낸 곳이었다. 그러나....텅 빈 신문 거치대가 눈에 들어온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더이상 신문을 취급하지 않는단다. 이유는 돈. 수지가 맞지 않아 신문업자가 포기했다고 한다. 인천에 살 땐 일부러 인천종합터미널까지 가서 신문을 사곤 했지만 거치대에 신문이 없으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금요일인 오늘. 왜 하필 산골이 아니라 도시에 머물게 된 건지...신문 구입 방법을 제미나이한테 물었더니, 신문사 고객센터나 신문지국에 문의해서 신문 판매처를 알아보라며 친절하게 전화번호까지 알려주었다. 몇주전 산골에 있을 땐 양양 읍내 서점에서 신문을 구입할 수 있다해서 전화했다가 허탕친 적이 있어서 그대로 믿을 일은 아니었지만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 그러나 역시나 였다.
한번 더 속는 셈치고 다시 제미나이에게 물었다. 그러면 서울 시내에서 신문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요? 광화문 교보문고 근처 편의점에서 취급하는데 오후에 가면 신문이 다 팔릴 수 있다며 살짝 겁을 주는 것도 잊지 않는, 깜찍하게 귀여운 제미나이. 그래, 가자, 서울 광화문으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근처 편의점에서 허탕치고 드디어 찾아낸 곳은 덕수궁 앞 가판대. 중앙 왼쪽 이 빠진 듯한 부분에 한겨레신문 한 부가 꽂혀 있었던 것을 손에 넣었다. 가격은 천 원.
물론 도서관에 가면 웬만한 중앙일간지를 볼 수 있다. 그렇게도 해봤다. 그러나 도서관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차분하고 느긋하게 신문을 읽기 어렵다.
종이신문이 사라지는 시대라는 걸 몰라서도 아니다. 그러나 거리 가판대에서 신문이 사라진다면 어떤 풍경이 될까? 그 많던 신문가판대는 다 어디로 갔을까?

광화문에 왔으니 논란이 되고 있는 것도 보았다. 빈곤한 상상력에 화를 내기도 아깝다.
그나저나 신문 한 부 사서 읽기가 너무나 어렵다.
** 오늘 신문을 읽은 증거를 남긴다.
'나는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 나는 로맨틱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웃기는 사람도 아니다. 글은 좀 웃긴다는 소리를 듣는다. 글보다 웃긴 사람은 아니다. 사실 글보다 나은 사람은 거의 없다. 자기가 쓴 글보다 재미있는 사람은 없다. 자기가 쓴 글보다 옳은 사람도 없다. 우리가 소셜미디어에 쓴 글보다 나은 사람이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훌륭해졌을 것이다. 이래서 글이라는 건 믿을 게 못 된다. 그래도 나는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
___________칼럼 <김도훈의 삐딱>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