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여행가, 작가, 학자의 자질을 고루 갖춘 분이다. 지금 시대에도 탐험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여행가이면서, 입심이 뛰어난 이야기꾼이면서, 쉬지 않고 공부하는 학자이기도 하다. 이름하여 '여행하는 인문학자'이다.

 

한겨레 신문에 실린 이 분의 글 한 토막.

 

죽기 직전의 두려움에 잠긴 그 검은 눈동자는 어둠 속의 타이가처럼 한없이 깊었다. 순록은 말보다 오히려 먼저 길들여졌다고 한다. 시베리아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던, 아니 인간의 삶 전체를 부양하던 위대한 존재의 가는 길을 지켜보는 것은 행복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고기를 먹지 않는다면 모르되, 기어이 먹겠다면 도축에서 손질까지 한 번쯤 목격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으리라. 살고 싶어하는 모두의 본성을 외면한 채 뒤에 숨어서 닭 가슴살의 열량과 암송아지 스테이크 맛을 논하는 이중적인 삶, 앎과 감정과 행동이 갈라진 삶을 치료하고자 한다면.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826554.html#csidxb6222a79f32895aad76efa37d3ebd65

 

목소리는 분명하고 확고하다. '이중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단호한 말이다. 그래서 멋지다.

 

이 여행기는 나 자신을 위한 일기나 감상문이 아니다. 작가로서 나는 배울 거리가 없는 책을 출판하는 것은 독자와 나무에 대한 예의가 아님을 믿고 있다.

 

위의 책은 적어도 '나무에 대한 예의'는 지킨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밌고, 알차고, 유익하다. 읽는 내내 감탄했다. 아, 모든 걸 갖춘 책이야, 하고 거듭 감탄했다. 여행기 한번 써보고 싶은 분은 이 책 먼저 읽어야 할 듯. 겸손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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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1-15 0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의 이름이 눈에 많이 익은데 어디서 제가 그분의 글을 읽었는지 모르겠네요. 결론은 이 책을 곧 구입하겠다는 것!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인용해주신 글을 보니 읽어보지 않을 수 없어요.

nama 2018-01-15 09:25   좋아요 0 | URL
이 저자, 책 많이 쓰셨어요. 올 겨울엔 이 저자의 책을 몽땅 읽어볼까 생각중이에요.
 

 

어제 마지막 수업을 끝내고  교실 문을 닫고 나오는데 눈물이 핑돌았다. 인생의 한 막이 드디어 끝을 내는구나. 이렇게 끝이 오는구나. 죽을 때도 이렇게 눈물 한 방울 달랑 머금고 미련없이 갈 수 있다면 좋겠군, 하는 생각도 하며.

 

"2학년 때도 저희 가르쳐주세요."

 

이런 착실한 녀석 같으니라구. 네 이름을 기억하마. 김주연. 운동부 아인데 운동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 운동부 녀석이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걸 본 적이 없으니 너는 분명 뭔가 되고 말거야. 네 마지막 말 한 마디를 가슴에 안고 떠나련다. 얘들아, 고맙다.

 

 

 

마지막 수업을 끝낸 기념으로 딸내미가 건네준 꽃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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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이 책의 매력은 후반부에 있다.

 

  인촌 김성수 선생이 병중에 계실 때 새해 인사를 드리러 심형필 교장과 같이 간 일이 있었다. 투병 중에 계셨던 선생이 "김 선생, 새해 첫날인데 우리 국가와 민족을 위해 기도드릴까요?" 하셔서 눈물 어린 기도를 함께 드린 일이 있었다. 그 마음 때문에 지금도 그분에 대한 존경심을 지니고 있다.

 

 우리 세대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 부모 세대의 애국심에 저절로 존경심이 생긴다. 새해 첫날에 참으로 어울리는 글이다.

 

  여러 해 전 일본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내용을 읽은 일이 있었다.

  60대 중반 여성들에게 어떤 사람이 행복한가를 물었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아무 일도 없이 세월을 보낸 사람이었다.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가족들과 더불어 세월을 보내고 옛날 친구들과 때때로 만나는 여성들이었다.

  반면, 새로운 행복을 찾아 누린 사람은 세 가지로 나타났다. 공부를 시작한 사람, 취미활동을 계속한 사람,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이다.

 (중략)

  노후에는 일이 없는 사람이 가장 불행하다. 그 일을 미리부터 준비해두자는 생각이다. 노후를 위해 경제적 준비를 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일을 준비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엇그제 '옛날 친구들과 때때로 만나'고 왔기에 이 부분이 눈에 확 들어왔다. 준비하지 않으면 허무하게 늙어갈 수도 있겠구나 싶어 정신이 들었다고나 할까. 이젠 남의 일이 아니기에.

 

60대 후반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립다. 우리 아버지도 고상한 말씀을 참 잘 하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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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황당한 일이...오랜만에 정성 들여 길게 썼더니 저장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획 날아가버렸다. 평소 하던 대로 살아야지 뭘 또 새롭게 하겠다고...쯧쯧... 같은 글을 기억을 되살려 쓰기도 싫고 이 책에서 베끼고 싶은 부분만 적어본다. 원래 의도는 이게 아니었는데...

 

  환자를 상담할 때 치료에 가장 효과가 있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치료자와 환자 사이의 정서적인 애착관계다. '공감'이란 치료자가 환자의 경험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이는 '동감'과는 다르다. 동감은 치료자가 환자와 정서적인 객관적 거리 없이 환자의 감정에 치료자 자신도 빠져버리는 것을 말한다. (중략)

  치료자가 공감의 감정을 유지하면서 환자에 대해, 환자의 주변 환경에 대해 이해하게 되면 환자에게는 변화가 일어난다.(중략)

  이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우리를 둘러싼 대상들과 관계를 맺을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상대에게 진심으로 공감을 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친구가 속상한 일이 있을 때 형식적으로 맞장구만 쳐주는 것은 아닌지, 회사에서 상사에게 받는 분노를 쏟아내는 남편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남편의 분노를 모두 흡수한 채 그날부터 불면과 소화불량으로 고생하지 않았는지 돌아보자. 그랬다면 그것은 진심으로 공감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공감이란 바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이해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 건강하고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유지해갈 수 있다.

 

 

  우리는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가끔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너무나도 익숙한 일들 속에서 무료함을 느끼고 있다면 가끔씩 억누르고 있던 자신의 충동에 몸을 맡기고 시도해보라는 것이다. 이런 시도를 해보아야 우리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비로소 발견하게 된다.

  (중략) 하나의 도구를 몇십 년 동안 계속 사용하면 마모되어 고장나는 것이 당연한 데도 우리는 그 익숙함을 바꾸려하지 않는다. 바로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변화는 진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필요조건이다.(중략)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고 생각하면 평생 변화할 수 없다. 주변 환경이 달라질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화병이 나거나 우울증으로 남은 여생을 불행하게 보낼 수도 있다. 변화할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 해도 내 생각이 변하면 된다. 내 생각이 변하고 다르게 행동하면 주변 환경과 조건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바다와 하늘과 별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 번만 더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라.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죽음과 죽어감>의 저자)

 

 

한 해의 마지막 날, 변화를 모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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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2-31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a님, 새해인사 드리러왔습니다.
내일이면 2018년이예요.
올해도 좋은 이야기와 다정한 인사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가정과 하시는 일에 좋은 일들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건강하고, 기분 좋은 날들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nama 2017-12-31 19:4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뜻하신 일이 순조롭게 풀리길 기원합니다.
이웃이 편해야 내가 편하고 세상이 편해지니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것 참 묘하게 생겨서, 구입해보았다. 브로콜리와 컬리플라워를 교배한 것으로 이름은 로마네스크라고 한단다. 모양도 이름도 기발하다. 특히 모양은 프랙탈 형태이다.

 

 

* 프랙탈: 수학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프랙탈은 복잡한 기하학적 형태이다. 프랙탈의 핵심 개념은 자체 유사성이다. 자체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 물체는 부분을 이루는 요소들이 전체와 닮은 형태를 하고 있다. 이는 양치식물의 잎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잎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주 작은 부분도 전체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놀랍게도 이런 형태는 미세한 크기까지 계속된다.(춮처: daum백과)

 

 

브로콜리와 컬리플라워를 처음 접했을 때도 놀라웠는데 ....

 

며칠 전엔 사보이 양배추라는, 배추도 아닌 것이, 양배추도 아닌 것이, 라면발같이 꼬불꼬불한 이파리가 놀라게 하더니...

 

그렇다면 로마네스크 브로콜리와 사보이 양배추를 교배하면 뭐가 나올까?

 

 

액괴. 액체괴물. 액체도 아닌 것이 고체도 아닌, 물커덩한 물질이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폭발이다. 색깔도 다양해서 그냥 보라색, 분홍색이라고 부를 수 없는 묘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전염병 번지듯 순식간에 아이들을 점령한 기괴한 물질이다. 끈적끈적하게 생겼으나 손에 달라붙지는 않아서 손으로 짓이기거나 길게 잡아늘려가며 놀기 딱 좋다. 한 녀석 왈,

 

"이걸 만지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오늘도 이 액괴를 두 개나 거둬들여 쓰레기통에 버렸다. 아이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액괴는 그러고보니 로마네스크 브로콜리와 사보이 양배추를 닮았다. 이렇게저렇게 만지작만지작 하다가 탄생한 것이 이것들 아닌가. 아이들이 이런 액괴를 통해 어떤 창의성이 싹틀지도 모를 일인데, 책상 위에 교과서 대신 떡하니 깔려있는 액괴가 흉칙하다고 압수조치를 하고 있는 모양새라니. 내가 괴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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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2-22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a님, 즐거운 크리스마스, 좋은 주말 보내세요.^^

nama 2017-12-23 08:52   좋아요 1 | URL
올 크리스마스는 월요일이어서 좋아요.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날들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