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여행가, 작가, 학자의 자질을 고루 갖춘 분이다. 지금 시대에도 탐험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여행가이면서, 입심이 뛰어난 이야기꾼이면서, 쉬지 않고 공부하는 학자이기도 하다. 이름하여 '여행하는 인문학자'이다.
한겨레 신문에 실린 이 분의 글 한 토막.
죽기 직전의 두려움에 잠긴 그 검은 눈동자는 어둠 속의 타이가처럼 한없이 깊었다. 순록은 말보다 오히려 먼저 길들여졌다고 한다. 시베리아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던, 아니 인간의 삶 전체를 부양하던 위대한 존재의 가는 길을 지켜보는 것은 행복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고기를 먹지 않는다면 모르되, 기어이 먹겠다면 도축에서 손질까지 한 번쯤 목격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으리라. 살고 싶어하는 모두의 본성을 외면한 채 뒤에 숨어서 닭 가슴살의 열량과 암송아지 스테이크 맛을 논하는 이중적인 삶, 앎과 감정과 행동이 갈라진 삶을 치료하고자 한다면.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826554.html#csidxb6222a79f32895aad76efa37d3ebd65 ![](#)
목소리는 분명하고 확고하다. '이중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단호한 말이다. 그래서 멋지다.
이 여행기는 나 자신을 위한 일기나 감상문이 아니다. 작가로서 나는 배울 거리가 없는 책을 출판하는 것은 독자와 나무에 대한 예의가 아님을 믿고 있다.
위의 책은 적어도 '나무에 대한 예의'는 지킨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밌고, 알차고, 유익하다. 읽는 내내 감탄했다. 아, 모든 걸 갖춘 책이야, 하고 거듭 감탄했다. 여행기 한번 써보고 싶은 분은 이 책 먼저 읽어야 할 듯. 겸손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