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과 사리. 그중 오늘은 사리라서 바닷물이 육지 깊숙이 들어왔다. 사리 때 고가도로 밑 도로는 바닷물에 잠기기도 한다. 도로 위까지 넘쳤던 물이 빠진 자리에는 물웅덩이가 생긴다. 물웅덩이에 비친 고가도로 속모습(천장)이 정갈하다. 별 걸 다 찍는데, 즐겁다.

 

 

유달리 맑고 깨끗한 오후.

 

 

박태기

 

 

박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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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기행 - 사하라에서 산티아고까지
김인자 지음 / 눈빛 / 200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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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가 봐야지.
지금까지 읽은 모로코 여행기중 최고.
맨 끝장의 이 말도 최고. ˝내게 여행은 밥이다. 아니, 심폐소생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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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42  한국의 백자 달항아리가 있다. 이 항아리는 쓸모 있는 도구였다는 점 외에도 겸손의 미덕에 최상의 경의를 표하는 작품이다. 항아리는 표면에 작은 흠들을 남겨둔 채로 불완전한 유약을 머금어 변형된 색을 가득 품고, 이상적인 타원형에서 벗어난 윤곽을 지님으로써 겸손의 미덕을 강조한다. 가마 속으로 뜻하지 않게 불순물이 들어가 표면 전체에 얼룩이 무작위로 퍼졌다. 이 항아리가 겸손한 이유는 그런 것들을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보여서다. 그 결함들은 항아리가 신분 상승을 향한 경주에 무관심하다고 시인할 뿐이다. 거기엔 자신을 과도하게 특별한 존재로 생각해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지혜가 담겨 있다. 항아리는 궁색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존재에 만족할 뿐이다. 세속의 지위 때문에 오만하거나 불안해하는 사람에게 또는 이런저런 집단에서 인정받고자 안달하는 사람에게, 이런 항아리를 보는 경험의 용기는 물론이고 강렬한 감동을 줄 수 있다. 다시 말해, 겸손함의 이상을 확실히 목격함으로써 자신이 그로부터 멀어져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바탕은 진실하고 착하지만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방어하려고 되레 오만이 습관처럼 쌓인 사람이 이 달항아리를 찬찬히 살펴본다면 어쩔까.

 

 

 

손가락이 아파서 되도록 안 쓰려고 했는데 하도 답답해서 베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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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팅...night cherry meeting...밤벚꽃놀이 미팅을 일컫는 말이었다, 대학 때.

식구들에게, 동료들에게 슬쩍 이 단어를 던져보면 백이면 백, 아무도 못 알아듣는다.

 

70년대 말 창경원(창경궁)에는 벚꽃놀이가 대단했는데 특히 밤벚꽃놀이는 매우 화려하고 화사하다 못해 퇴폐적이기까지 했다. 그 분위기를 배경으로 대학생들의 미팅이 종종 이루어지곤 했는데 사실 미팅 자체는 그저 그랬다. 낯선 사람들끼리 밤벚꽃놀이를 즐기는 것은 심히 작위적인 행위다. 매우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러운 만남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낭만이라는 것이 조금은 남아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결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지만 그래도 유독 이 나체팅이 기억에 오래 남아있는 건 두번 다시 그런 어설프면서도 낭만적인 시간을 가져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체팅, 벚꽃이 만발하는 계절이면 이따금 떠오르는 추억거리이다. 단어 자체도 참 낭만적이지 싶다. 그런 대책없던 시절도 있었다. 각박하지 않았던 시절 얘기이다. 그 때 꽃비 내리던 나무 밑에서 <사랑의 종말>을 부르던 청년도 지금쯤 머리가 희끗하겠지. '외로워 외로워서 못살겠어요~~' 로 시작되는 <사랑의 종말>. 벚꽃을 보면 늘 이 노래가 떠오른다, 사람보다도.

 

봄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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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4-13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면.... 나마님은 70년대 학번이란 말씀이시옵니까?

nama 2015-04-13 22:24   좋아요 0 | URL
70년대 끝해입니다. 박정희, 전두환이 집권하던 시절에 대학을 다녔답니다. 덕분에 휴교로 점철되던 대학 생활이었지요.

붉은돼지 2015-04-13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나름 좋은 점도 있었군요
나체팅 같은 것도 하고 말입니다 ㅋㅋㅋ

nama 2015-04-13 22:39   좋아요 0 | URL
`스펙`이란 단어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지요. 저는 요즘 이 `스펙`이란 단어가 제일 무서워요. 이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스펙을 쌓아야하는 요즘 아이들한테 미안해져요. 요런 세상 만드는 데 일조한 것 같기도 하고....저는 그래도 멍청하게 대학 생활을 보낼 수 있었는데, 그 멍청한 시절이 그립네요.

hnine 2015-04-14 0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전 저희 집 주위에 벚꽃이 아주 많았어요. 제가 살때 슬슬 조짐이 보이더니 지금은 그곳이 벚꽃길로 알려져서 요맘때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 되었더군요. 나체팅은 말만 들었지 한번도 해보질 못했어요. `팅`이라는 것 자체를 저는 별로 해본적이 없어서 두 손도 아니고 한 손 가지고도 횟수를 꼽고도 남네요.
nama님의 이 페이퍼는 더 길게 이어질 수도 있을 페이퍼였지요? ^^

nama 2015-04-14 07:12   좋아요 0 | URL
네, 그래요. 근데 옛 얘기를 길게 하면 진짜 ˝꼰대˝가 될 가능성이 많아서 되도록 툭 던져버리고 말아요. 눈도 마음도 침침하기도 하고 ㅠㅠ
 

 

 

사진 속 정자에 앉아 있는 흰머리 무성한 남편. 카메라를 넣은 백팩을 나 대신 메고 다니는데, 폼은 내가 잡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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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4-12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자 있는 동네에서 사는 게 꿈이었는데 이번에 이사 온 곳에 정자가 있더라구요. 후훗_ 언젠가 nama님 꿈도 꼭 이루어질 겁니다. (기운 팍팍)

nama 2015-04-12 17:11   좋아요 0 | URL
사시는 곳에서 순천만은 가까운가요? 저는 갈대밭 무성한 생태공원 옆에 살고 있는데 예쁜 정자가 곳곳에 있어요. 하지만, 빵 먹고 나면 과일 먹고 싶고, 과일 먹고 나면 빵 먹고 싶듯, 벚꽃은 어디에나 있으니 보기 힘든 매화를 찾게 되네요.

수이 2015-04-12 20:45   좋아요 0 | URL
네 순천에 살고 있는데_ 아직 순천만은 가보지 못해서;; 다녀오고 말씀드릴게요. 저는 목련이 한가득한 곳에서 살고픈데 떨어질 때 모습이 예쁘지 않아 그런지 목련 보기가 힘들어요. 목련도 이제 거의 다 졌지만

nama 2015-04-13 19:48   좋아요 0 | URL
목련이 많은 곳....천리포수목원인데요. 올 봄 마음으로 몇 번 가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