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체팅...night cherry meeting...밤벚꽃놀이 미팅을 일컫는 말이었다, 대학 때.
식구들에게, 동료들에게 슬쩍 이 단어를 던져보면 백이면 백, 아무도 못 알아듣는다.
70년대 말 창경원(창경궁)에는 벚꽃놀이가 대단했는데 특히 밤벚꽃놀이는 매우 화려하고 화사하다 못해 퇴폐적이기까지 했다. 그 분위기를 배경으로 대학생들의 미팅이 종종 이루어지곤 했는데 사실 미팅 자체는 그저 그랬다. 낯선 사람들끼리 밤벚꽃놀이를 즐기는 것은 심히 작위적인 행위다. 매우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러운 만남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낭만이라는 것이 조금은 남아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결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지만 그래도 유독 이 나체팅이 기억에 오래 남아있는 건 두번 다시 그런 어설프면서도 낭만적인 시간을 가져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체팅, 벚꽃이 만발하는 계절이면 이따금 떠오르는 추억거리이다. 단어 자체도 참 낭만적이지 싶다. 그런 대책없던 시절도 있었다. 각박하지 않았던 시절 얘기이다. 그 때 꽃비 내리던 나무 밑에서 <사랑의 종말>을 부르던 청년도 지금쯤 머리가 희끗하겠지. '외로워 외로워서 못살겠어요~~' 로 시작되는 <사랑의 종말>. 벚꽃을 보면 늘 이 노래가 떠오른다, 사람보다도.
봄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