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체팅...night cherry meeting...밤벚꽃놀이 미팅을 일컫는 말이었다, 대학 때.

식구들에게, 동료들에게 슬쩍 이 단어를 던져보면 백이면 백, 아무도 못 알아듣는다.

 

70년대 말 창경원(창경궁)에는 벚꽃놀이가 대단했는데 특히 밤벚꽃놀이는 매우 화려하고 화사하다 못해 퇴폐적이기까지 했다. 그 분위기를 배경으로 대학생들의 미팅이 종종 이루어지곤 했는데 사실 미팅 자체는 그저 그랬다. 낯선 사람들끼리 밤벚꽃놀이를 즐기는 것은 심히 작위적인 행위다. 매우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러운 만남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낭만이라는 것이 조금은 남아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결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지만 그래도 유독 이 나체팅이 기억에 오래 남아있는 건 두번 다시 그런 어설프면서도 낭만적인 시간을 가져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체팅, 벚꽃이 만발하는 계절이면 이따금 떠오르는 추억거리이다. 단어 자체도 참 낭만적이지 싶다. 그런 대책없던 시절도 있었다. 각박하지 않았던 시절 얘기이다. 그 때 꽃비 내리던 나무 밑에서 <사랑의 종말>을 부르던 청년도 지금쯤 머리가 희끗하겠지. '외로워 외로워서 못살겠어요~~' 로 시작되는 <사랑의 종말>. 벚꽃을 보면 늘 이 노래가 떠오른다, 사람보다도.

 

봄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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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4-13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면.... 나마님은 70년대 학번이란 말씀이시옵니까?

nama 2015-04-13 22:24   좋아요 0 | URL
70년대 끝해입니다. 박정희, 전두환이 집권하던 시절에 대학을 다녔답니다. 덕분에 휴교로 점철되던 대학 생활이었지요.

붉은돼지 2015-04-13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나름 좋은 점도 있었군요
나체팅 같은 것도 하고 말입니다 ㅋㅋㅋ

nama 2015-04-13 22:39   좋아요 0 | URL
`스펙`이란 단어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지요. 저는 요즘 이 `스펙`이란 단어가 제일 무서워요. 이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스펙을 쌓아야하는 요즘 아이들한테 미안해져요. 요런 세상 만드는 데 일조한 것 같기도 하고....저는 그래도 멍청하게 대학 생활을 보낼 수 있었는데, 그 멍청한 시절이 그립네요.

hnine 2015-04-14 0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전 저희 집 주위에 벚꽃이 아주 많았어요. 제가 살때 슬슬 조짐이 보이더니 지금은 그곳이 벚꽃길로 알려져서 요맘때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 되었더군요. 나체팅은 말만 들었지 한번도 해보질 못했어요. `팅`이라는 것 자체를 저는 별로 해본적이 없어서 두 손도 아니고 한 손 가지고도 횟수를 꼽고도 남네요.
nama님의 이 페이퍼는 더 길게 이어질 수도 있을 페이퍼였지요? ^^

nama 2015-04-14 07:12   좋아요 0 | URL
네, 그래요. 근데 옛 얘기를 길게 하면 진짜 ˝꼰대˝가 될 가능성이 많아서 되도록 툭 던져버리고 말아요. 눈도 마음도 침침하기도 하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