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책이다.(예쁘게 그려진 미인도를 보는 기분으로 읽었다. 그러다보니 이 책에 대해서 할 말이 별로 없다.)글이 유려하고 감칠 맛이 난다. 더불어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을 읽고 싶게 한다. 그 중 가장 빼어나다고 생각되는 문장을 옮긴다. 언제부턴가 매화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82)...매화를 그림으로 그릴 때 꽃은 그러나 뒷전이다. 매화 그림의 매화다움은 몸뚱이에 있다. 매화 그림에는 다섯 가지 요점이 따른다. 첫째가 '체고(體古)'다. 몸이 늙어야 한다. 풍상 겪은 매화가 조형성을 이룬다. 둘째가 뒤틀린 줄기이고, 말쑥한 가지와 강건한 끄트머리가 그 다음이다. 아리따운 꽃은 맨 마지막으로 친다. 그러니 매화의 절정이 꽃에 있다고 믿는 이는 매화다운 매화 그림을 감상하기 어렵다. 매화 그림의 덕섣은 바로 늙은 몸에 있는 것이다....매화 그림에서 꽃 떨기는 위가 아니라 아래로 처진 것을 가상히 여긴다.

 

이 책에 소개된 책을 언젠가는 읽게 되겠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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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ma Chronicles (Paperback, Reprint)
Delisle, Guy / Drawn & Quarterly Pubns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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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 1989년 UN에서 채택한 공식 명칭

버마 - 미얀마의 옛 이름이나 1989년에 정권을 잡은 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들이 사용하고 있는 이름. 프랑스, 호주, 미국 등이 사용하고 있다.

 

그래픽노블이란?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은 만화책의 한 형태로, 보통 소설만큼 길고 복잡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단편 만화의 앤솔로지를 그래픽 노블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래픽 노블은 대체로 보통의 만화 잡지보다 튼튼하게 제본되어 있으며, 인쇄 도서와 같은 재료와 방법으로 만들고, 가판대보다는 서점이나 만화 가게 등지에서 찾을 수 있다.(from 위키피디아)

 

그래픽노블인 이 만화책. 이 작가의 <Pyongyang>을 재미있게 읽어서 이 책을 읽었는데...독서라기보다는 영어공부에 가까운 노력이 들어가는 책이다. 특히 미얀마를 설명하는 부분은 만화를 빙자한 입문서쯤 되겠다.

 

그러나 역시 만화책이다. 어떤 일화는 전혀 대사가 없는 부분도 있으니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고나 할까. 하여튼 한번 잡으면 끝까지 읽게되기는 한다. 때로 감탄하면서 때로 키득거리며 때로 새로운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이다.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인 아내를 따라서 미얀마에서 일 년 남짓 살게되면서 겪는 경험들이라 일반 여행기보다는 좀 더 심도있고 소재거리도 다양하다. 주로 바깥일을 하는 아내 덕분에 육아를 담당하며 겪는 이야기, 미얀마 만화가들과의 교류, 미얀마 전통사회와 풍습과의 만남, 짤막한 현지 관광지 여행, 방콕 방문, 특히 미얀마의 독재정부 상황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어 미얀마에 대한 개괄서로도 훌륭하다고 여겨진다.

 

우리나라 얘기도 나와서 옮겨본다.

 

(152쪽) One of them(미얀마 만화가) works as a cartoonist for a company that employs 300 artists to churn out Korean mangas.

 

일본 만화를 manga라고 한다는데...우리나라 만화가 미얀마에서 제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또 하나, 미얀마의 수도를 양곤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다. 2005년에 Pyinman으로 옮겼는데 나중에 Nay Pyi Daw(네피도)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하여튼 미얀마의 수도는 네피도라는 사실. 독재정권답게 어느날 전격적으로 수도를 옮겼는데 그 이유는

 

1. 군사적인 이유: 양곤이 공격받기 쉬운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

2. 은밀한 이유: 독재자 탄 슈에의 점성술사의 예언

3. 공식적인 이유: 네피도는 나라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서 버마의 모든 시민들에게 좀 더 가까운 곳이 되리라는 전망.

 

읽는 김에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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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성 강한 로드무비'라고라....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46690 

 

생각보다 여행후유증이 오래 가는 곳, 인도의 라다크 지방이다. 그 마음이 통했는지, 어쩌다 daum 에서 영화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이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즉시 이천 원에 다운로드하고 영화 감상에 들어갔다.

 

라다크로 향하는 고된 여정을 되새김질하는 맛이 각별했다. 푸른 하늘, 황량한 고원지대, 위험천만한 도로, 그리고 마음대로 안 되는 고산병. 반가움에 눈을 반짝거리며 화면에 빠져들었는데.....깜박깜박 잠과 숨바꼭질을 하다가 겨우 정신 차리고 자세를 바로잡고 보니 영화는 끝나가고 있었다.

 

도대체 줄거리는 뭐야? 누굴 찾는거야? 왜? 이게 다야?

 

라다크를 다녀온 사람, 라다크로 떠날 사람에게는 의미있는 영화가 되겠지만 그냥 재미로 보기에는 참, 쉽게 추천할 수 없는 영화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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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 마음을 담은 그릇
호연 지음 / 애니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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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평이 좋아서 구입한 책이나 한번도 손 대지 않았다. 만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고, 도자기에도 관심이 없다는 이유에서 였다.

 

그러다가 어제 끝난 직무연수로 도자기에 약간의 관심이 생겼다고나 할까. 연간 120여 시간을 채워야 하는 연수. 지난번엔 자연체험연수를 받았고 내친김에 도자기 직무연수까지 받았다. 그렇다고 새삼 도자기에 흥미가 생긴 건 아니었고, 뭐랄까 한때 미술학도가 꿈이었던 만큼 일종의 향수라면 향수라고도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 이라는 좀 더 고상한 표현이 어울릴라나...

 

닷새 동안 꾸역꾸역 도자기 빚는 흉내를 내고 나니 비로소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별 생각없이 스치고 간 옛도자기들이 비로소 의미있게 다가온다. 역시 배우는 게 무서운 거구나, 혼자 끄덕거리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책이 재미있었다. '의외'였다는 거, 이런 연수가 아니었다면 도자기의 '도'자에도 관심이 가지 않았을 터이다.

 

백자 철화끈무늬 병 02.JPG

 

이를테면 위의 '백자철화끈무늬병'을 설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소하고 잔잔한 재미가 있는 일화를 만화로 표현하였는데, 글이나 그림이나 참으로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자기 한 점을 앞에 놓고 지은이가 품었을 고민, 추억, 상상력, 즐거움 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유쾌하고 즐겁다. 더불어 어려워만 보이던 도자기에 대한 경계심(?)이 한꺼풀 벗겨지는 기분이 들었다.

 

도자기 연수 끝에 읽는 책으로 더할나위 없이 적절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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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주 2013-12-12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도자기는 너무너무 촌스럽다.
다른거보여주세요.

nama 2013-12-12 14:31   좋아요 0 | URL
촌스럽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
제가 원래 촌스럽다보니...
 
엄마를 졸업하다 - 닥종이 인형작가 김영희 에세이
김영희 지음 / 샘터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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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를 읽은 건 20년 전의 일이다. 큰 소리 한번 못내고 쭈뼛거리며 왜소할대로 왜소하고, 아주 보잘 것 없이 있는 듯 없는 듯 조심스럽게 살고 있을 때 읽은 책이어서 그런지 이 책은 한동안 내게 미열같은 흥분에 빠지게 했다. 세상 눈치 볼 것 없이 그냥 마음가는 대로 살 수도 있구나, 하는 용기 비슷한 것도 얻었다. 그만큼 김영희라는 분의 삶이 자유롭게 보였고, 그 자유롭고 당당한 모습이 강렬하게 다가왔었다.

 

그리고 다시 이 책. 다섯 자녀를 품에서 떠나보내고 이제 홀로 남아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써내려간 이 책은, 특히 자식에 대한 애틋함이 진하게 마음 속으로 파고든다. 다섯 자녀라니...일찍부터 가족관계에 진저리를 치며 자식이라곤 달랑 하나 밖에 낳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은 뭐랄까, 참 비겁하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70쪽)...자녀는 부모 마음대로 끌고 갈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우연히 인생길에서 내 앞에 나타난 자연 현상과 같은 것인데.....인간이 인간에게 욕심을 부린다는 것은 부끄러운 욕망이라고 나는 일찍부터 생각했다.

 

자녀는 '자연 현상'과 같은 것. 잠시 숙연해졌다. 다섯 자녀의 성장기를 읽으며 때로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지면서 코끝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특히 둘째 아들 장수 이야기가 마음을 저리게 했다. 이렇게 다섯 자녀를 키웠기에 닥종이 인형작가로서의 진면목을 발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자녀이야기에서  큰 감동을 받다보니 나머지 2/3는 좀 싱겁게 보이는데, 그건 편향된 내 취향 탓이지 싶다. 모르겠다. 나도 이 분처럼 70살이 되어야만 이해할 수 있을 지. 사람은 자기가 경험한 만큼만, 딱 그만큼만 세상을 알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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