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에 대한 책을 두 권 읽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이 분야에 대한 책 한 권 읽지 않았다는 게 늘 꺼림직했다. 올해도 ADHD로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괜한 오해만 쌓여갔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행동들을 보면서 그저 '병'이나 '장애'겠거니 생각했고, 일종의 환자를 대하는 기분으로 대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며칠 전 이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중, 너무나 괴로운 나머지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는 가슴이 저려왔다. 솔직히 당황하기도 했다. 어떻게 달래야할지, 어떻게 위로해야할지 난감했다. ADHD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DHD는 그 사회의 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북미에서 ADD(주의력 결핍 장애)에 대한 연구가 처음 시작된 건 1972년이었다. 그 전까지는 과잉행동을 치로하기 위해 리탈린을 소극적으로 처방하던 단계였는데 1980년에 ADD라는 이름의 새로운 이름의 질병이 공식적으로 등재된 이후, ADHD치료를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CHADD의 활발한 활동에 힘입어 ADHD치료 캠페인은 미국의 주류 문화에 파고들기 시작했다.(대중이 ADHD약물 사용에 익숙해지게 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이 단체는 ADHD제약회사인 샤이어Shire에서 자선행사 및 출판물에 대한 후원으로 매년 70만 달러 이상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 후 미국정신의학협회가 ADD를 ADHD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으로 ADHD진단 기준을 개정한 것이 1994년이었다. 이를 계기로 ADHD로 진단받는 아동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관련 산업(제약회사, 클리닉, 상담센터, 치료사 등)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ADHD는 없다> p.187)
ADHD치료제로 쓰이는 리탈린은 사실 치료제가 아니라 각성제라고 한다. 리탈린의 주성분인 에티페니데이트는 코카인 및 암페타민과 약리학적으로 비슷하여 남용과 중독의 위험이 크며 마리화나보다 더 강하다고 한다. 이 약의 부작용으로는 식욕 저하, 구역질, 불면증, 두통, 복통, 우울감 등이 있다고 한다. 더 무서운 것은, '애초에 약물치료를 시작하지 않았을 때는 그럭저럭 선택의 여지가 있었던 상태였을지 몰라도 일단 약물치료를 한 번 시작하고 나면 다시 약물 없이 생활했던 때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뜻이다.그러면 맨 처음 약물치료를 시작했을 때 경험했던 것과 같은 효과도 더 이상 없는 상태에서 약물을 끊을 수도 없게 돼 버리는 것이다...그건 마약중독의 공식 그대로가 아닌가....그런데도 약물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의사들은 이 사실을 알려 주지 않는다.'(<ADHD는 없다> p.52)
아들이 ADHD로 진단받은 <ADHD는 없다>의 저자는 고민 끝에 이 리탈린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고민과 모색의 호된 과정을 통해 철저하게 아이의 편에 서기로 한다.
p. 79 '남들에게 훌륭하고 반듯한 엄마로 보이고 싶은 나 자신의 욕망을 버리고 '무조건 제 자식 편만 드는' 무식한 엄마로 보이는 게 정말로 괜찮아질 수 있기까지는 정말 힘들고 오래 걸렸다.'
저자는 이 두 책을 통해 모든 것을 분명하게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p.87...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모든 의문들, 미심쩍었던 것들, 이해되지 않았던 것들, 답답하고 불안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던 그 모든 것들이 한 줄에 다 꿰어지고 한눈에 다 들어왔다. 제일 미칠 노릇이었던 게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를 알 수 없었던 것인데, 이 책을 읽고나서 아이의 모든 행동이 이해가 됐다. 이제 아이의 행동 중에 이해되지 않거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은 하나도 없게 됐다. 이게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감사한 일인지!
ADHD라는 진단을 받게 되는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특별한 재능을, 저자는 자신의 아이를 통해 이해하게 된다.
1.창의성
2.사람에 대한 직관력
3.정서적 민감성
4.살아 있는 것에 대한 교감
5.높은 에너지 수준
이 특별한 재능을 자신의 아이에게서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와 학교가 이런 사실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 리는 만무할 터.
p. 118...사회와 학교 시스템의 편의성과 효율성, 권위와 경직성 때문에 아이들의 자연스런 본성이나 재능이 폄하되고 무시되고 심지어 강제로 거세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에너지 넘치고 민감한 것이 잘못이 아닌데도 그런 것들로 인해 부정적으로 평가되고 불이익을 당하면서 아이들은 그런 재능들을 쉽게 잃어간다.
ADHD 아동이 폭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어쩔 수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만 하는 변혁기에 와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지은이는 말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위의 두 책이 강조하는 점은 같다.
부모가 달라져야 아이가 변한다.
결국은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부모의 몫이다. 편견과의 싸움, 학교와의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다. <ADHD는 없다>의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p.132...부모는 자신이 아무리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도 교사와 연합해 아이을 고립시켜서는 안 된다. 아이 편에 서 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중립적인 위치에는 있어 줘야 한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잘 생각해 봐야 한다...엄마인 나는 선생님한테 좋은 인상을 주고 훌륭하다는 칭찬을 들어야 안심이 되는 참한 여고생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아니다. 나는 내 아아의 부모로서 교사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p.135 학교 선생님에게 이런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대우를 받더라도 전부 다 제 자식 잘못입니다.'라는 입장이 아니라는 것, 부모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늘 지켜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부모가 아이들 인정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선생님이 분명히 알도록 할 필요가 있다...부모가 학교에 대해 이런 입장을 명백히 표현하는 것은 아이에게 더 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이는 부모가 자기와 같은 편이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되고, 부모가 선생님에게 말한 것같이 정말로 그런 아이라는 걸 선생님에게 보여 주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부모가 학교를 향해 당당하게 무언가를 말할 수 있다는 게 쉽지 않은 현실애서 이렇게 자신의 입장을 명백히 표현하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학교보다 아이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결론.
p.186 ....ADHD는 애초부터 실체가 없는, 불안이 만들어 낸 상상 속의 괴물인지도 모른다. ADHD는 개인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의 문제라기 보다 우리 사회의 '인간에 대한 이해 결핍, 과잉 불안'이 만들어 낸 문제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