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132쪽) 표토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의 <만물은 서로 돕는다>라는 책은...'개인의 존중과 상호연대의 실천이라는 두 덕목을 동시에 구현하던 중세적 코뮌주의를 해체하고 시민들을 무력한 개인주의자로 전락시킨 국가야말로 인류에게는 하나의 역사적 반동이라는 점을 치밀한 역사적 추적을 통해 입증... 중세사회에 대한 독특한 해석도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그것을 통해 오늘날 마치 인류 최고의 제도처럼, 혹은 전혀 불가역적인 선험적 시스템처럼 자리 잡고 있는 국가라고 하는 괴물의 약탈적 태생을 입증'

 

.....국가는 괴물이며 역사적 반동이라...

 

 

 

 

언젠가는 읽게 되겠지.

 

 

 

 

 

 

(24쪽)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게 아니라, 부모의 섹스로 '우연히' 태어났다. 그러므로 자식에게 '효도'를 강요하거나 바란다는 것은 지극히 뻔뻔스럽고 후안무치한 심보가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겐 효도해야 할 의무가 '전혀'없다. 따라서 나중에 결혼(또는 동거)하여 아이를 낳을 때는 보다 더 신중해져야 한다.

 

(43쪽) '나라 사랑'은 곧바로 '충효사상'으로 이어지고, '충효사상'은 모든 독재정치의 밑거름이 된다.

 

 

....마광수의 솔직함과 직설법이 와 닿을 때가 있다.

 

 

 

(185쪽)<다치바나 다카시 <우주로부터의 귀환>을 다룬 글에서......

.<우주식 치유법>'언젠가부터 난 걱정거리가 생기면 우주로 탈출하는 치유법으로 걱정의 소용돌이에서 탈출해왔다. 머릿속으로 점점 멀리 시야를 이동하여 창공으로, 지구 밖으로, 우주 속으로 날아가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광활한 우주 공간 속에서 지구를 바라본다. 그 속에 당연히 보이지도 않을 나를 응시하고,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만들어낸 먼지만큼도 안 되는 사소한 갈등과 상처들을 헤아려본다. 저 지구라는 작은 별 그 어딘가에 갇힌 인간들 사이에서 벌어진 분노, 질투, 불안, 미움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 부질없는 감정의 낭비였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우주적 시각을 빌려 응시하다 보면, 자잘한 걱정들은 소멸된다. 콩알에서 먼지로 그리고 무로...그러면 걱정에서 벗어난다.'

 

                                      (265쪽)...한국 우파들에게 '빨갱이'는 권력을 가진 자에게 고개를 조아리지 않는 모든 사람에게 붙여지는 이름이란 사실이다. 그것은 권력자들에게 반기를 드는 모든 자, 세상의 모든 불순한(?) 자들에게 붙여지는 공통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나는 빨갱이다.

 

 

 

 

 

 

 

 

 

 

이 책 또한 언젠가는 읽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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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우리처럼 중학교 2학년이 제일 무서운 학년인가보다 했더니 원래 중2 신드롬이 일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진위는 모르겠지만 중학교2학년 시절이 인생(?)에서 제일 철없고, 제일 팔팔하고, 제일 제멋대로이고, 제일 즐거운 시절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인간관계형성에 제일 민감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 무수한 '제일'의 시기를 거치기 때문에 이 시기 자체가 지각변동과 맞먹는 격동의 연속이다.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시절이다.

 

수 년 전 일이다. 신설 학교여서 교실에는 새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어느 날 살펴보니 컴퓨터에 있는 중요 부품이 사라져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학급 아이들에게는 없던 일로 할테니 가져간 사람은 이 부품을 조용히 갖다놓거라 했다. 며칠이 흘렀으나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결국 범인 색출을 위해 무기명 설문지를 돌렸더니 몇 명이 평소에 컴퓨터 박사로 불리는 한 남학생을 지영했고, 어떤 쪽지에는 "00번 사물함에 갖다 놓았음."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름이 거론된 녀석에게 물었더니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하여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 심증이 아닌 물증이 필요했다. 그리고 과연 그 '00번사물함'에 누군가 부품을 갖다 놓았다. 그러나 도난당한 부품이 아니라 그 비슷한 중고부품이었는데 컴퓨터에 장착해보니 작동하지 않았다. 바로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무기명 설문지였지만 하나하나 필적 감정에 들어가보니 속속 쪽지 임자가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맨 나중에는 서로 자기것이라고 주장하는 쪽지 3~4장이 남았다. 조용히 교무실로 불러 재차 본인 확인에 들어가서 결국에는 "00번 사물함에 갖다 놓았음"이라고 쓴 쪽지의 주인을 밝혀냈다. 역시나 컴퓨터 박사가 범인이었으나 이 녀석은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전혀 미안한 기색이나 죄책감이 없었다. 담담하고 무표정했다. 섬뜩했다. 한바탕 형사놀이를 한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이 일과 몇 몇의 비슷한 일들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래, 아이들이 깜찍하고 무섭지. 절대로 사실을 말하지 않을 때가 많지....하지만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파고들어가면 밝혀지기도 한다. 모두는 아니지만.

 

왕따학생의 죽음을  절묘한 이야기로 풀어낸 오쿠다 히데오는 과연 명불허전이다.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과정이 이 책의 줄거리인데 보일듯이 보일듯이 조금씩 비밀을 풀어내는 솜씨가 감질나면서도 재밌어서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게 만든다. 끝까지 가서야 마침내 사실의 전모가 밝혀지고 마는데 정말 끝까지 독자를 물고 놓아주지 않는다. 마지막 페이지에 가서야 작가에게서 벗어나는데 마침내 손에서 벗어나는 순간, 이렇게 외치게 된다. "절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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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영화감독이 쓴 자서전 비슷한 책. 영화를 깊게 이해해야 되겠다는 생각없이 읽다보니 영화 관련 얘기는 건성으로 읽게 되었지만, 감독이 되기까지의 인생편력을 감칠맛나게 쓴 전반부는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의 기발함, 엉뚱함에 키득 웃기도 하고,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죽은 형에 대한 애틋함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왕조 중심의 서술이 약간 부담감으로 다가올 듯하나 어쩔 수 없는 역사서술방식이지 싶다. 번역서가 아닌 국내저자의 인도 개론서로서 인도를 처음 접하는 분에게 유익할 책.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 '글이란 썩 잘 써야만 되는 게 아니구나. 내용에 어울리는, 읽기 쉬운 글이면 족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이 딱 그 정도. 제호가 좀 까부는 듯-죄송-하고 내용이 경쾌하지만, 어깨에 힘이 들어간 글보다는 솔직 담백하다고나 할까. 어디까지나 내 생각!

 

 

 

 

 

 

 

 

책을 덮고 내내 남는 문장 하나.

'나는 스스로를 읽어내는 만큼 삶이 진행된다고 믿는 편이다. 인생은 그냥 싫어, 그냥 우울해, 그냥 힘들어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집요할 정도로 '왜'에 매달리곤 한다. 그러려면 나한테 끝까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정말이지 고통스러운 생각노동이다.(68쪽)'

 

 

 

 

 

 

 

 

 

진화하는 배낭여행의 새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책.  덜 자본주의적이고 덜 상업적인 여행,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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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간 도서관에서 맨 먼저 손에 잡히는 책은 여행기였다. 며칠동안 체질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감당하지도 못할 싸움을 치르느라고 적잖이 피곤했었다. 싸우는 일을 무엇보다도 싫어하고 잘하지도 못하는데, 못 볼 것을 본 것마냥 흥분해서 끝장을 볼 때까지 싸웠더니, 오히려 세상이 저만치 나에게서 멀어져버린 것 같다. 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싸움이 아니었는데도...

 

어지러운 마음에는 그래도 여행기가  위로가 되지.

 

 

 

 

일단 인도여행기라서 눈길을 끈다. 허나 고작 한 달 동안의 요가수행 경험을 책으로 내다니 ....과감하게 읽었다. 한 문단에서 첫 줄의 한 문장만 읽는 것이다. 필요하다 싶으면 끝 문장도 읽어주고. 흠, 그간 인도에 관한 책을 너무 많이 읽었다.

 

 

 

 

 

 

 

 

 

 

 

소설가 서영은의 돈키호테를 찾아가는 스페인 여행기. 역시 작가라서 문장이 예사롭지 않다. 곱씹어가며 음미하듯 읽어야 할 문장의 향연. 그러나 출판사 직원인 여행동반자에 대한 태도가 처음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 출판사 직원이 노작가를 돋보이게 하는 배경인물이라도 되는 건가, 이건 여행동반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싶다. 여행동반자에 대한 불평불만이 궁금해서 끝까지 이 책을 읽고 싶었으나...더 눈 길을 끄는 책이 있어 과감히 손에서 내려놓았다.

 

 

 

 

 

 

 

여행으로 치자면 이 책만큼 발품이 많이 들어간 책도 흔치 않을 터이다. 이건 여행이 아니라 고행이다. 그래서인지 엄살도 과장도 없고 함부로 자랑하지도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지 여행도 하고, 다큐멘터리 작업도 하는 직업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 정해진 대본이 없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자연다큐멘터리가 다른 장르에 비해 힘든 이유이다. 하지만 그게 바로 내가 자연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는 저자의 말처럼 세상의 오지가 남아 있지 않은 시대에 그래도 모험다운 모험을 할 수 있는 '오지 다큐멘터리 전문PD'야말로 이상적인 직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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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동창 중에 '동문'이라는 남자 아이가 있었다. '있다'가 아니라 '있었다.'

 

그 친구의 아버지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건, 예전 6.25 때 거제도 수용소에 있었다는 것과 그 후 정신이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중이었다는 것이 전부였다. 어머니는 그래도 자주 뵐 수 있었는데 그 당시 내 주위에서는 흔하지 않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배움이 짧았던 우리 부모보다 더 많이 배우고 게다가 어엿한 선생님을 어머니로 둔 친구는 그야말로 흔치 않은 일이어서 한때는 그 친구를 경외의 눈길로 봤던 기억이 난다.

 

그 어머니가 우리 집에 자주 찾아왔던 건 돈을 빌리기 위해서였다. 어엿한 직장인이었지만 월급만으로는 남편 병수발과 자식들 부양하기가 퍽으나 힘들어서 늘 궁핍한 생활을 면하지 못했다.

 

이 동창녀석은 나보다 한 살 많은 우리 오빠와 자주 어울렸기에 이따금씩 소식을 들을 수 있었는데 게중에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도 있었다. 이를테면 유부녀와 동거했었다는 따위는 막 2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어쩌다가 녀석이 우리집에 와서 밥 한 끼를 청했을 때 나는 모질게 거절했었다.

 

그러고 세월이 흘러 30대에 접어들 무렵인가, 그 후인가. 이 동창녀석의 비보를 들었다. 철로에 뛰어들어 숨졌다는.

 

그렇게 생명을 포기하기까지 녀석이 겪었을 고통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밥 한 끼 해주지 못하고 모질게 거절했던 일, 따뜻한 위로 한마디 건네지 못했던 일...'나'라는 인간은...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욕 먹고 적당히 무시하고 적당히 생각해주는 척하며 끝까지 악착같이 살아 남아야지, 친구야!

 

   그저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갑니다.

   내가 지금까지 그렇게 몸부림치며 살아왔던, 이른바 '인간'세상에서 단 하나 진리라고 생각한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단지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간다.

   나는 올해 스물일곱이 됩니다. 흰머리가 눈에 띄게 늘어 사람들은 40대 이상으로 봅니다.(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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