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우리처럼 중학교 2학년이 제일 무서운 학년인가보다 했더니 원래 중2 신드롬이 일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진위는 모르겠지만 중학교2학년 시절이 인생(?)에서 제일 철없고, 제일 팔팔하고, 제일 제멋대로이고, 제일 즐거운 시절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인간관계형성에 제일 민감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 무수한 '제일'의 시기를 거치기 때문에 이 시기 자체가 지각변동과 맞먹는 격동의 연속이다.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시절이다.

 

수 년 전 일이다. 신설 학교여서 교실에는 새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어느 날 살펴보니 컴퓨터에 있는 중요 부품이 사라져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학급 아이들에게는 없던 일로 할테니 가져간 사람은 이 부품을 조용히 갖다놓거라 했다. 며칠이 흘렀으나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결국 범인 색출을 위해 무기명 설문지를 돌렸더니 몇 명이 평소에 컴퓨터 박사로 불리는 한 남학생을 지영했고, 어떤 쪽지에는 "00번 사물함에 갖다 놓았음."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름이 거론된 녀석에게 물었더니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하여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 심증이 아닌 물증이 필요했다. 그리고 과연 그 '00번사물함'에 누군가 부품을 갖다 놓았다. 그러나 도난당한 부품이 아니라 그 비슷한 중고부품이었는데 컴퓨터에 장착해보니 작동하지 않았다. 바로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무기명 설문지였지만 하나하나 필적 감정에 들어가보니 속속 쪽지 임자가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맨 나중에는 서로 자기것이라고 주장하는 쪽지 3~4장이 남았다. 조용히 교무실로 불러 재차 본인 확인에 들어가서 결국에는 "00번 사물함에 갖다 놓았음"이라고 쓴 쪽지의 주인을 밝혀냈다. 역시나 컴퓨터 박사가 범인이었으나 이 녀석은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전혀 미안한 기색이나 죄책감이 없었다. 담담하고 무표정했다. 섬뜩했다. 한바탕 형사놀이를 한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이 일과 몇 몇의 비슷한 일들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래, 아이들이 깜찍하고 무섭지. 절대로 사실을 말하지 않을 때가 많지....하지만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파고들어가면 밝혀지기도 한다. 모두는 아니지만.

 

왕따학생의 죽음을  절묘한 이야기로 풀어낸 오쿠다 히데오는 과연 명불허전이다.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과정이 이 책의 줄거리인데 보일듯이 보일듯이 조금씩 비밀을 풀어내는 솜씨가 감질나면서도 재밌어서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게 만든다. 끝까지 가서야 마침내 사실의 전모가 밝혀지고 마는데 정말 끝까지 독자를 물고 놓아주지 않는다. 마지막 페이지에 가서야 작가에게서 벗어나는데 마침내 손에서 벗어나는 순간, 이렇게 외치게 된다. "절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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