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새벽 6시 30분경, 119차량이 우리 아파트 옆동으로 출동했었다. 학원 가는 길에 그 장면을 보고 놀란 딸이 경비아저씨한테 물어서 두 명이 투신자살했다는 것을 전해 듣고는 급하게 내게 전화를 걸어 그 사실을 들려주었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확인해보니, 술 취한 아버지가 아들을 흉기로 찔러 중태에 빠진 아들이 쓰러져있던 것이고, 그후 바로 자기집으로 올라간 아버지가 투신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날 저녁, 택배를 가지러 가며 경비실 아저씨꼐 새벽의 사건을 여쭈었더니 말씀을 아끼신다. 같은 아파트에 살며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는 상황이란.....이웃에게 물어볼 일을 인터넷으로 물어보는 세상이란....

 

출근길에 그 옆동을 늘 지나다니는데 앞으로 한동안 이 사건이 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닐 터이다.

아무리 만취가 되어도 자살을 그렇게 쉽게 하지는 못한다. 그 말 못할 상황 속에서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우리 이웃분이 자꾸 떠오른다.

 

어제 우연히 검색하게된 아래의 책. '살인과 자살을 함께 보아야 하는 이유'라는 소제목에 자꾸 눈이 간다.

 

엇그제의 투신자살 내용도 잘 모르고, 이 책도 읽지 않아 책 내용도 잘 모르지만, 어쩐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책을 읽게될까? 괴롭고 두렵다.

 

내 가족의 생명을 구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정치를 바꿔라. 수십 년간 폭력 문제를 연구해 온 미국의 정신의학자 제임스 길리건은 어느 날 통계를 분석하다 기묘한 수수께끼에 부딪혔다. 그가 분석한 자료는 19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자살률과 살인율 통계였다. 한 세기 동안 일관되게 자살률과 살인율이 동시에 높이 솟구쳤다가 동시에 급격하게 떨어졌던 것이다.

대체 왜 자살률과 살인율이 같이 움직이는 걸까? 그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눈에 뻔히 보이는 곳에 숨어 있었던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보수 정당, 즉 공화당 출신이 대통령이 될 때마다 온 나라가 자살과 살인이라는 ‘치명적 전염성 폭력’으로 고통 받는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인구로 계산하면, 민주당 대통령이 집권할 때보다 공화당 대통령이 집권할 때 자살자와 타살자가 11만 4,600명이 더 많았다.

자신의 발견에 놀란 저자는 이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 다각도로 검증했다. 지난 100년간 미국의 인구 변화와 실업, 불황, 불평등 같은 경제적·사회적 변수의 상관 관계를 보여주는 각종 통계와 기존 연구 성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집권 정당과 자살률·살인율 사이에 명백한 인과 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알라진 책소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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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경제직부연수 때. 옆자리에 앉은 내 연배의 남교사한테 군대가 없는 나라가 어딘지 물어봤다. 몰라서 물어본 게 아니라 서로 한마디 말도 없이 그냥 하루종일 앉아서 강의를 들어야 하는게 어색하고 심심해서 통성명이라도 하자는 의도에서였다. (그런데 허구많은 대화 소재 중에 하필 군대얘기였을까? 그때 막간을 이용하여 정희진의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질문에, 대답 대신 군대가 없는 나라가 있을 수 있냐는 질문을 내게 던졌다. 그 후 몇 마디 나누고 대화 단절...어색한 4일을 보냈다. 나는 계속 정희진의 책을 읽고, 그 남교사는 경제관련 책을 읽었다. 축구에 대해서는 시시콜콜 알면서 군대 없는 나라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과 연수를 듣고 있으려니, 그렇잖아도 사회성결여로 사회생활에 애를 먹고 있는 나는 점점 더 책 속으로 도피할 수 밖에.(선생들은 못미더운 사람한테 가르침 당하는 걸 싫어한다.)

 

군대 없는 나라, 를 사람들은 상상하지 않는다. 생각해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군대가 없으면 당장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에서 성장하고 그렇게 길들여진 사회에서 살고 있는 탓이다. 나 역시 코스타리카라는 나라를 알기 전까지는 군대가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모처럼 한가한 아침. 신문에서 윤구병의 <영세중림 코리아만 살길이다>를 읽고 떠올린 책.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78157.html

 

 

 

 

 

 

 

 

 

 

 

 

 

 

입으로 머릿속으로 읖조리다보면 언젠가는 내 손에 들어오리라 믿고....

 

 

내 머리카락은 지성성분이 매우 강하다. 남들보다 흰 피부,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색깔의 눈동자(딸아이 표현), 표준에 절대 못미치는 작은 키...분명 내 조상 중에 에일리언이 한 명쯤 끼어들었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는 마당에 이 기름기 철철 넘치는 머리카락은 확신에 확신을 보탠다. 그런데 며칠 전 눈에 들어온 책이 있다.

 

 

 

 

 

 

 

 

 

 

 

 

 

 

그래서 오늘은 실험삼아 물로만 머리를 감았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다면 계속 해보련만...

 

 

나는 평소 이웃서재님들의 글 중에서, 책 한 페이지 펴보지 않고 책을 소개하는 걸 극도로 꺼려한다. 그런 글만 읽고 책을 구입했다가 후회한 적이 있어서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내가 읽은 책에 대해서만 말하려고 애쓰고 있는데, 오늘은 예외다. 이 책도 언젠가는 내 손에 들어올 것을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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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후반 쯤 우리집에는 소니에서 만든 7인치 흑백텔레비전이 하나 있었다. 당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작은아버지가 사다 주신 것인데 읍사무소가 있던 우리 동네에서는 아마도 우리집 TV가 동네 최초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저녁마다 그 조그마한 흑백 TV를 보기위해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곤 했는데 앞줄에는 보통 내 또래의 아이들로 꽉 들어차곤 했다. 다 쓰러져가는 초가지붕 아래 툇마루에 놓였던 TV 덕에 나는 알게모르게 권력의 맛을 알게되었으니...TV앞에서 시끄럽게 구는 또래 아이들을 혼내거나 주의를 주고 그랬다. 손에는 기다란 회초리를 들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 보다 어린 애들은 물론 우리집 뒤에 살았던 한두 살 많은 오빠에게도 뭐라고 소리지르고 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참으로 기세등등하게 살아본 적이 있다면 바로 그 시절이었으리라.

 

그런데 왜 우리 부모님은 나의 그런 방자한 행동을 그냥 내버려두셨는지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하기야 나도 그 못된 짓을 계속하지는 않았다. 몇 번인가 완장을 차보기는 했으나 그 행동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행동을 자제하기 시작했다.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으나 어린 나이에도 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80년대 중반 무렵, 칼라TV를 구입하면서 이 흑백소형TV는 동네 재래시장의 어느 가게집으로 팔려갔다. 그후로도 한참동안 이 TV는 생명을 유지했는데, 지금도 가끔 이 TV가 그리워진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 권력의 맛을 알게 해주었던 잊지못할 물건이다

 

 

'항공기 되돌린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 기사를 보고 옛시절이 떠올라서 적어봤다. 이 분도 지금쯤 쑥스러워서 몸 둘 바를 모르고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때로 권력은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기도 하니까. 이럴 땐 조용히 윤흥길의 <완장>이라도 읽고 반성하시길...

 

관련기사

http://media.daum.net/issue/866/?newsId=20141208213309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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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ina 2014-12-15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체질적으로 저는 어떤 타이틀의 완장이건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아니. 완장 찰 그릇이 아닌걸 일찌감치 깨달은 것이랄까. 초등학교 5학년땐가 6학년땐가 친구 하나가 저를 반장으로 추천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그 친구를 얼마나 원망했던지, 어디로 도망가 버리고 싶었던 기억이 있네요. 그 습성은 오래도록 남아 있어서 대학때 과대표를 하라고 떠밀려 졌을 때도 사정하다, 화를 냈다 하여 없던 일로 만들어 버렸답니다.
어찌보면 저는 완장, 권력의 맛을 모르는 거죠. 별로 맛보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봐야지요. 그래서 완장을 차고 싶어하는 사람이나 권력을 부리는 사람의 심리를 다는 공감하지 못합니다.
본질적으로, 저는 소시민이네요.^^ 소시민이 보는 부사장의 부적절한 처신은 그저 어리석어 보일 뿐 입니다. 완장 찰 그릇이 이닌거 같네요.

nama 2014-12-17 19:45   좋아요 0 | URL
저도 마찬가지예요. 중학교 때 전교회장에 출마해보라는 담임샘의 말씀에 하루종일 엎드려있던 기억이 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못났다 싶기도 하고... 완장 한 번 차보는 건데....
 

 

 

 

 

 

 

 

 

 

 

 

 

 

61쪽....이외수: 예전 산속에서 수도하는 사람들은 하얀 빛깔의 편편한 돌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않아 있었다. 그 흰 돌 위에 올라가서 씻지 않고 4년 정도 그렇게 앉아 있으면 몸에 있는 모든 먼지와 때가 아래로 내려와 발뒤꿈치로 모인다. 뒤꿈치만 씻어주면 된다. 흰 돌을 살펴보면 전혀 더러워지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땀이 나는 겨드랑이나 사타구니도 신경 쓰지 않고 두면 땀이 때와 결합해서 살에 붙어 있다가 두껍게 딱지가 지고, 그 딱지가 떨어져나가면 어린아이 피부 같아진다. 고약한 냄새는 커녕 향이 난다. 향나무에서 나는 냄새와 같다. 

 

 

아침에 이 부분을 읽고 무릎을 치며 한참 웃었다. 이외수, 점점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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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의 글을 읽다보면 삶이 정리되는 기분이 된다. 위로 보다 차원이 높다.

 

 

 

 

 

 

 

 

 

 

 

 

 

 

 

밑줄은 마음으로 긋고 그냥 읽은 것으로 만족하고자 했으나 그래도 다음 구절은 베끼고 싶다. 

 

p.226....최근엔 젊은 사람들에게 '꿈 꾸지 말라'는 강의를 합니다. 제발 꿈 좀 꾸지 말라는 게 강의의 주요 포인트예요. 우리 제발 꿈꾸지 말고 삽시다. 꾸려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잘 살지, 그런 작은 꿈을 꾸면서 삽시다. 교수가 되고 말 테야, 큰 사람이 될 거야, 꼭 대기업에 취직해 임원이 되겠어, 연봉 3억을 받겠어, 이런 꿈 좀 꾸지 말고 말입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씨는....."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살고 싶고,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건 말 그대로 지혜입니다. 맞습니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고, 인생은 되는 대로 살아야 합니다. 성실하게 산 하루하루의 결과가 인생이 되는 겁니다.

 

이 글을 읽다가 떠오는 게 있다. 학생생활기록부에는 학생 본인과 부모의 진로희망을 써넣는 항목이 있다. 필수항목이라 무엇인가를 꼭 써넣어야 한다. 요즘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황당한 꿈을 꾸지 않기 때문에 회사원, 교사, 공무원, 디자이너 등을 쓰거나 약간 공부가 되는 아이들은 의사, 검사 정도 이렇게 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교사'라는 말을 쓰지 말고 반드시 국어교사라거나 수학교사라거나 헤어디자이어, 의상디자이너...이렇게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고 해서 생활기록부를 쓰는 기간이 돌아오면 헛웃음을 치면서도 그 지시에 따르게 된다. 물론 아이들을 다그치면서.

 

웃기지 않은가. 중학교1학년짜리 아이한테 과목을 정해서 무슨 교사가 되고 싶은 지를 정하라는 게. 인생이 어떻게 바뀔 지 아무도 모르는데 교사도 그냥 교사가 아니고 과목을 정해서 꿈을 꾸라는 게. 꿈을 강요하는 시대, 그렇다고 꿈을 펼칠 수 있을만큼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기만이고 사기다.

 

 

선운사에 세워져 있다는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글귀를 옯겨본다. 첫 문장부터 가슴에 철썩 달라붙는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공부하는 데 마음에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마라.

수행하는 데 마가 없기를 바라지 마라.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마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마라.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마라.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마라.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마라.

 

중국 명나라 때 묘협이라는 스님이 불자들에게 들려준 <보왕삼매론>이라 한다. 검색해보니 책도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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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4-10-2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시기엔 이것저것 매일 되고 싶은 것들이 계속 바뀌는 꿈이 많은 아이들도 많고, 또 저처럼 별 생각이 없어서 이번엔 여기다 뭘 쓰지 싶은 아이들도 있을텐데, 둘 다 빈칸을 보면서 망설이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하는 직업도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많지 않을까요. ^^;

nama 2014-10-27 16:17   좋아요 0 | URL
진로와 직업을 동일시하는 게 문제이지요. 이건 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일관된 방향으로 스펙을 쌓아야 입시에 유리하다고 하여 이과면 이과 문과면 문과로 고정시키는데 이것도 문제라고 봐요. ....아이들에게도 일찍부터 직업만 강요하지 말고`되는 대로 살아라.`라고 말해주고 되는 대로 사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주면 안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