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현의 글을 읽다보면 삶이 정리되는 기분이 된다. 위로 보다 차원이 높다.
밑줄은 마음으로 긋고 그냥 읽은 것으로 만족하고자 했으나 그래도 다음 구절은 베끼고 싶다.
p.226....최근엔 젊은 사람들에게 '꿈 꾸지 말라'는 강의를 합니다. 제발 꿈 좀 꾸지 말라는 게 강의의 주요 포인트예요. 우리 제발 꿈꾸지 말고 삽시다. 꾸려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잘 살지, 그런 작은 꿈을 꾸면서 삽시다. 교수가 되고 말 테야, 큰 사람이 될 거야, 꼭 대기업에 취직해 임원이 되겠어, 연봉 3억을 받겠어, 이런 꿈 좀 꾸지 말고 말입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씨는....."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살고 싶고,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건 말 그대로 지혜입니다. 맞습니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고, 인생은 되는 대로 살아야 합니다. 성실하게 산 하루하루의 결과가 인생이 되는 겁니다.
이 글을 읽다가 떠오는 게 있다. 학생생활기록부에는 학생 본인과 부모의 진로희망을 써넣는 항목이 있다. 필수항목이라 무엇인가를 꼭 써넣어야 한다. 요즘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황당한 꿈을 꾸지 않기 때문에 회사원, 교사, 공무원, 디자이너 등을 쓰거나 약간 공부가 되는 아이들은 의사, 검사 정도 이렇게 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교사'라는 말을 쓰지 말고 반드시 국어교사라거나 수학교사라거나 헤어디자이어, 의상디자이너...이렇게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고 해서 생활기록부를 쓰는 기간이 돌아오면 헛웃음을 치면서도 그 지시에 따르게 된다. 물론 아이들을 다그치면서.
웃기지 않은가. 중학교1학년짜리 아이한테 과목을 정해서 무슨 교사가 되고 싶은 지를 정하라는 게. 인생이 어떻게 바뀔 지 아무도 모르는데 교사도 그냥 교사가 아니고 과목을 정해서 꿈을 꾸라는 게. 꿈을 강요하는 시대, 그렇다고 꿈을 펼칠 수 있을만큼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기만이고 사기다.
선운사에 세워져 있다는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글귀를 옯겨본다. 첫 문장부터 가슴에 철썩 달라붙는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공부하는 데 마음에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마라.
수행하는 데 마가 없기를 바라지 마라.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마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마라.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마라.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마라.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마라.
중국 명나라 때 묘협이라는 스님이 불자들에게 들려준 <보왕삼매론>이라 한다. 검색해보니 책도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