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계신 요양병원에 갔다가 오는 길에 용인 재래시장에 들렀는데 처음보는 나물이 눈에 들어와 한 바구니 사가지고 왔다. 이름은 홑잎나물. 낯선 이름이어서 나물 파는 아주머니께 여러 차례 물어보았는데 봄에 제일 먼저 나오는 나물로 원추리 보다 일찍 먹는다고 한다. 살짝 데쳐서 들기름에 무쳐 먹으면 맛있다고 한다.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다름 아닌 화살나무순이었다. 에이....우리 아파트 담장에 심어져 있는 나무로 초봄에 할머니들이 새순을 채취하는 바람에 일시에 새순이 싹둑싹둑 잘려나간 모습을 해마다 보게 되는데 바로 그 화살나무순의 또 다른 이름이 홑잎나물이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책이 한 권 있다. 내가 아끼는 소장본이다.
할머니들의 생생한 육성이 담긴 책이다. 살아있는 책이 이런 책일까? 정보가 많이 담긴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할머니들이 사라지면 산나물도 사라질 것 같은 안타까움이 묻어 있는 책이다.
이 책 맨 마지막 페이지에 화살나무순이 '훗잎'이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다. 반갑다.
할머니는 나물도 어려서 어렵게 살던 사람이나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귀하게 끼니 걱정없이 큰 할머니는 나이가 많아도 나물을 모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어려워야 만날 수 있는 세상의 진면목이란 게 반드시 있다. (62쪽)
'어려워야 만날 수 있는 세상의 진면목'에 눈이 멈춘다.
요양병원에 계신 엄마는 이제 사람을 별로 반기지 않으신다. 치매 때문이리라고 여겨지지만, 그럼에도 예전의 엄마 모습이 아닌 딴사람이 된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참으로 참담한 일이다. 엄마의 카랑카랑하고 반복적인 잔소리가 몹시 그리워진다. 귀에 쟁쟁한 엄마의 목소리가 그립다.
이럴 때 눈에 들어온 화살나무순. 정말 '어려워야 만날 수 있는 세상의 진면목'을 상징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건 그렇고, 나물맛이 궁금하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405/pimg_7872701831181607.jpg)
들기름향으로 먹는 맛이다, 라고 썼는데 한 접시 다 먹어가는 지금 그 말을 수정한다. 먹을수록 은근 고소한 맛이 난다. 동네 할머니들이 왜 화살나무순을 싹쓸이 훑어갔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