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빌려서는 며칠째 가방 속에 넣고 다니다가 드디어 읽기 시작했다. 학교는 2월이 연말이고 3월이 연시라서 좀 어수선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어제는 송별회가 있었다. 모든 작별은 감추어둔 외로움을 들춰내는지 외로움 실린 송별주 두어 잔에 위장은 속절없이 무너진다. 속이 쓰리다.

 

소설가 김탁환이 라디오에서 이야기했던 소설들을 글로 정리한 책이다. 그런 방송이 있는 지는 잘 모른다. 내게 라디오란 오전6시와 오후6시에, 아침밥 지을 때와 저녁밥 지을 때 잠깐씩 듣는 음악방송이 전부이다.

 

목차를 훑어보고 마음이 동하는 부분 먼저 읽는다. 놀란다. 이렇게나 좋은 소설들이 있었던거야? 하고. 늘 깨닫는 것이지만 내가 접하는 부분은 늘 한정되어 있다. 그래도 요즘은 책 꽤나 들춰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사실 별 게 없다. 한심한 건 아닌데 시원찮다. '분발'이라는 단어가 번뜩 떠오르지만 분발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는 이 한가운 마음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구미가 당긴 소설은 그냥 보관함에 넣어둔다. 그런데 난 왜 이런 '책에 관해 쓴 책'을 찾아 읽고 있는가? 마음 한편에선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안 읽어도 읽은 것 같은 착각이 달콤하다. 다이제스트격인 이 소설이야기에 빠져있다보면 나름 만족감이 생기나보다. 참을 수 없는 독서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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