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정부
엘리노어 허먼 지음, 박아람 옮김 / 생각의나무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마냐님의 리뷰를 읽고 어떻게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있었을까... 주머니 사정으로 잠시 보관함에 넣었다가 얼마전에 샀다. 오자마자 읽어 결국 며칠만에 다 읽었다. 400여 페이지가 되는 책이지만, 술술 쉽게 읽힌다. 아마 갖가지 음모와 로맨스, 침실의 뒷 이야기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책은 쉽게 읽을 만하며, 읽고 난 뒤 열받는 건 여자라면 다 똑같을 것이다.

유럽의 왕실은 특이하다. 종교의 영향이 가장 컷던 탓에 그들은 일부일처제를 철저하게 지키려 한다. 물론 능력이 넘치는 왕은 '정부'라는 노리개를 두어 정략결혼에 희생된 양 왕비는 무시하고 정부에게로 달려간다. 그 정부들은 언제 왕이 변덕을 부릴 지 몰라 늘 전전긍긍하며 왕의 환심을 사기 바쁘다. 게다가 모든 비난은 정부의 몫이었다. 왕이 정치를 잘 못해도 모두 정부가 홀려서 그랬다느니, 정부의 사치가 심하다느니 대신과 백성들은 신의 아들인 왕을 비난하기보다는 정부를 욕했다. 그렇게 실컷 욕 듣다가 왕이 버리거나, 왕이 먼저 죽으면 그들은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다. 대게는 왕이 버리는 경우가 많았으며, 버림받은 이들은 수녀원에 들어가 그들이 지은 죄(간통)를 참회하며 살거나, 연금을 받으며 재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왕이 먼저 죽으면 왕비의 복수를 온 몸으로 받아야 했다. 카스티야의 알폰소 11세가 흑사병으로 죽자, 마리아 왕비는 기다렸다는 듯이 정부인 레오나르 드 구스만을 긴급 체포, 사형에 처했다. 영국의 에드워드 4세가 죽었을 때, 그의 정부였던 제인 쇼어는 런던 거리를 걸으며 돌세례를 받아야 했다.

왕비의 삶은 늘 무미건조하며, 불행했다. 다만 지아비인 왕이 중병에 걸리거나 죽는 순간에야 비로소 그 빛을 발한다. 정부에게 왕의 모든 사랑을 빼앗긴 왕비는 늘 궁전 한 구석에서 슬퍼하다, 왕이 죽을 때에야 왕을 오롯이 차지한다.

 '죽음의 전령은 오랫동안 버려진 채 살아온 왕비들에게는 제법 우호적인 존재였다. 커다란 접시에 차갑게 식은 남편을 담아 대령하고 신혼 시절 이후 처음으로 그를 독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위의 표현은 커다란 궁궐, 낯선 이국으로 팔려온 타국의 공주들이 얼마나 외롭고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는지를 보여준다. 모든 왕비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겠지만.

동양의 경우는 여자들에게 오히려 나았던 걸까. 왕의 여인들은 모두 후궁이 되어 적정한 대우를 받았으며, 중전의 경우는 엄격히 국모로서 대우받았다. 간혹 후궁들이 간계를 꾸며 그 자리를 꿰어찰 수도 있었으나, 극히 드물었다.

종교를 신봉하면서 뒤로는 정부를 두어 여자들을 농락한 왕들... 죽음의 순간에는 자신이 지옥에 들어설까 두려워 하여 정부의 존재를 부인한 이들... 가장 치사하고 역겨운 인간은 바로 그들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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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10-18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진짜 재밌긴 하죠? ^^


꼬마요정 2004-10-18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참 재밌긴 하더라구요~~^^
판다님두 읽으셨어요?

panda78 2004-10-20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녜- 스따리님이 선물해 주셔서 읽었어요.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ㅡ^

꼬마요정 2004-10-21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랬군요...
정말 두께에 비해 엄청 빨리 읽었어요~ 반복적인 이야기도 많았지만, 정말 남들의 사생활이 그렇게 재미있을 줄이야...그쵸?

마냐 2004-10-28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남의 사생활....이런데 늘 눈길 가구...스캔들 기사 한번 힐끗하게 되는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암튼, 재밌긴 했다...는데 다소 안도합니다...음...책값 아까웠다보단 낫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