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거리 -하
진여진 지음 / 환상미디어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한 건 나의 일상이 그만큼 지루하다는 걸까. 이들의 사랑을 보며 정열과 냉정이 교차함을 느끼며 일탈을 꿈꾸게 되었다. 내가 살고, 뿌리 내린 이 땅이 아닌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속에서 발견한 단 한명의 사람. 그만을 바라보고, 그만을 따라다니는 카스미의 가슴 속엔 그가 낙인처럼 찍혀 있었다. 그러나 사랑은 언제나 시련을 동반하는 법. 오해와 음모 속에 헤어진 두 연인은 각자의 심장이 너덜너덜해져 극단으로 치닫는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하얀 안개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앞을 제대로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안개. 그 속에서도 각자를 알아보는 두 사람. 서로를 보면서도 다가서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그들의 실루엣이 계속 떠올라 가슴이 시려왔다. 엄청난 흡입력으로 나를 이야기 속에 빠지게 한 그들의 사랑은 험난한 산행을 하듯, 깊은 계곡을 건너듯 그렇게 아슬아슬하면서도 짜릿했다.

우연 같은 만남과 불꽃 같은 사랑, 깊은 상처를 남긴 이별과 복수의 날을 세운 재회.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처연하기만 했다. 음모가 드러나면서 속이 시원하긴 했지만, 그들이 상처받은 시간들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이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내내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따뜻한 한 줄기 빛을 보았을 때의 그 환희. 그들도 그런 환희를 경험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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