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향 -하 - 완결
홍예 지음 / 발해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상, 하권 단숨에 다 읽었다. 술술 읽히는 것도 그렇고 문장도 그렇고 깔끔하고 자연스러워서 좋았다. 하지만 읽으면서 내내 예전에 읽었던 로설들을 되짚어 보게 되는 건 왜일까.

연록흔, 은비현, 화홍 등... 여러가지 로설들이 뒤섞인 느낌을 받았다. 독립적인 소설인 건 확실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성품이나 능력 등을 찬찬히 보면 여주인 신혜는 은비현과 비슷하고, 남주인 제휘영은 연록흔의 가륜과 비슷하고, 가희는 저지른 짓을 보면 화홍의 그 나쁜 희빈과 비슷하다. 그래도 뭐 한 나라의 황제가 기틀을 잡아가면서 운명의 여인을 지켜주는 건 흔한 스토리이니까. 딱히 문제될 건 없겠지...

어린 시절 어긋나버린 사랑의 대가로 태어난 휘영은 어미의 정이란 걸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 아픈 상처가 그의 감성을 뒤틀어 놓았고, 그래서 자신의 운명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아니, 운명을 알아봤으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랐다는 게 더 정확하겠지. 덕분에 그의 운명인 신혜는 어린 나이에 자자형을 받아 어깨에 문신이 새겨진다. 휘영의 것이라는. 둘 다 서로에게 이끌리면서도 발버둥친다. 그런 감정을 인정하기에 그들이 살아온 나날들이 너무 험난했으니까. 그러나 휘영은 용감했다. 그녀를 사랑하는 자신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녀도 그의 사랑을 깨닫고 그를 사랑하는 자신을 알게 됐다. 그러나 거대한 제국을 다스리는 황제는 사랑과 어울리지 않는 법. 시시각각 그들을 조여오는 온갖 음모와 핍박에도 한줄기 애틋한 연모의 정을 지켜나가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그저 모두가 행복하기를...

이게 첫 작품이라는데, 이 작가 글을 잘 쓴다. 앞으로 계속 나올 책들이 기대된다고나 할까. 고전고설을 좋아하는 내겐 큰 발견이다. 재밌고 참신한 책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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