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향각 이야기 2 - 안개의 덫, 완결
이지환 지음 / 마루&마야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나이가 어리다고 사랑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도 열일 곱, 그 아리따운 나이에 학교 선생님을 향한 연정으로 매일을 행복하게 보냈으니. 지금 돌이켜 생각했을 때 그게 동경이었다 하더라도 그 한 때의 열정은 나를 들뜨게 했었다. 내가 대학엘 가고 대등한 위치에서 남녀 사이를 정립하게 되면서 사랑은 그 때와 다른 의미를 가지게 했다. 학교 선생님이나 아이돌 스타를 향한 무한동경과 실제 남녀 간의 사랑은 다른 거란 것을.

앞에 애잔하게 애피타이저처럼 나온 매향각 이야기는 너무 애처롭고 애틋하고 비정하여 몰입해 읽었더랬다. 그러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난 혼란스러웠다. 여주가 천재라는 건 알겠다. 최연소 등단에, 그 '흑암의 사육'이란 작품의 대단함까지 알겠다. 그러나 남주를 향한 그 과도한 집착은 이해 못하겠다. 고등학생 입에서 같이 살래란 말이 나오다니.. 그거 너무 상식 밖이지 않은가. 남주 역시 한참 어린 고등학생을 그렇게 대하면 안 되지 않나. 충분히 기다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이야기는 진전되지 않았을까. 오히려 더 애틋하게 말이다. 누구나 겪는 이별을 혼자만 겪는 것도 아닌데, 남주와 헤어지고 그녀의 변신은 좀 지나치다 싶다.

또 맘에 안 드는 점은... 기생에 대한 태도이다. 계속 모순되는 입장을 보인다. 여전히 남존여비가 깔려있는데, 확실히 기생과 게이샤는 다르다. 이 책에선 기생을 높이는 듯 하다가도 몸 파는 창녀 쯤으로 나온다. 여주가 그렇게 생각하니 남들이 아니라고 해도 뭐 그게 먹히겠나.

둘의 절절한 사랑 보다는 끔찍한 집착이 느껴져 거슬렸다. 특히 남주!! 자기만 생활 있나... 여자가 사랑을 하면 오롯이 그 남자만 보고 그 남자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 답답해!!! 여주는 대학생이다. 거기다 등단까지 했으니 글도 쓰고 학교 생활도 해야지. 무작정 가두고 나만 생각해라니.. 그게 말이 되나. 고마의 여인이고 국선의 후예고 뭐고 맘에 안 든다. 화홍 같은 경우에나 맞을만한 전개라고나 할까.

여주의 사랑을 수동적으로 그려놓은 그 오만함이 싫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