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 가족 행사가 있어 고향에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에 예매해두었던 열차표를 찾고도 시간이 남아 이리저리 역 구내 구경을 했는데, 버릇처럼 책 파는 곳에 들렀다가, 고른 책이 [스타일](백영옥) 이다.

아주 오랫만에 소설을 읽었다.

역시나 서울로 돌아오는 KTX 3시간이 훌러덩 갈 수 있게 도와주었기에 나는 이 책에 고마움을 느낀다.

이 책에 대해 어떤 얘기들이 오갔나 리뷰와 페이퍼들을 둘러보니 짐작했던 얘기들이 다 나온 듯 싶다.                      

'작가의 말'도 흥미로웠다. 이 소설이 집필된 곳이 동네 카페와 도서관, 작업실, 자신의 방 커다란 침대와 낡은 가죽소파, 지하철 6호선, 영국으로 가는 브리티시 에어라인비행기와 칸영화제가 열리기 직전 니스의 작은 호텔 등이다 .자신은 머리를 질끈 묶고 선글라스를 낀 채 이 책을 '집필' 했다고 하며, 

복잡한 사회에서 더 이상 단선적으로 설명되는 '이즘'이나 '고민'같은 것은 실종되고 자신의 소설을 '감히 화해에 관한 성장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단다. 

과거와의 화해, 원수라 생각했던 사람들과의 화해, 진정한 자기자신과의 화해, 세상에 존재하는 각기 다른 다양한 스타일들과의 화해... . 

역시 당차다. 74년생인 이 여성의 '성장'은 자신이 이 소설을 집필하면서 거쳐가는 곳들과 책에서 '화해'하게 되는 주제와 범주들의 궤적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이 성장과 화해에 대해 동감하는 사람들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 70년대 생들, 80년대 생들의 성장소설은 계속 나와야 한다. 그들은 무엇으로 성장하고 화해했다고 생각하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오렌지'가 아니라 '어륀지'라고 발음해야 한다는 대학총장이며 대통령인수위원장의 일침을 듣고,  교복 입고 촛불 들고 모여서 정치적 집회가 아니라 '문화제'를 치러야 하는 요즘 여고생들의 성장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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