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없는 그림책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작품이 있었네요. ^^ 정말 뿌듯하고 기쁩니다. 풍성한 하얀 수염이 자랑인 할아버지는 가슴이 참 따뜻한 분인가 봐요. 초등학교 담벼락에 예쁜 우주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곤경에 처한 동물들을 그냥 지나치치 않으니까요. 눈보다 더 하얀 수염은 할아버지의 아마도 엄청난 자랑거리였을 텐데 새둥지를 만들어 주느라 포기를 합니다. 그러면서 괜찮아 또 자랄텐데 하고 자위하면서 다시 쾌활한 성격의 할아버지로 돌아갑니다.
이 책은 옛 이야기의 원형을 되살리는 박영만의 [조선전래동화집]을 토대로 만든 책이라고 합니다.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 시리즈인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작품도 있지만 이 책은 조금 덜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남장한 연이와 칠성이는 함께 자라면서 서로 사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연이는 이미 부모님이 정해준 약혼자가 있었고 이로 인해 칠성이는 죽음을 맞게 됩니다. 연이도 혼례일 날 칠성이를 따라 가게 되어 슬픈 사랑은 죽음으로 끝이 납니다. 해학이나 교훈이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남녀사랑에 관한 이야기라서 어린 아이들이 얼마나 공감을 할지는 모르겠으나 섬세한 그림은 잔잔한 여운을 줍니다.
까막나라 임금님은 해와 달을 구해오라고 하고 불개는 이를 위해 길을 떠납니다. 이 불개가 삽사리인데 해와 달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만 보상을 받지는 못하지요. 우리가 아는 이야기이고 비슷한 동화책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들에게 희한하게도 대박이 난 책입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눈을 끄는 화려한 그림도 아이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독후감을 쓰겠다고 하며 미니북까지 만들어서 책에 등장한 삽사리, 현무, 주작, 백호, 청룡 그림을 그립니다. 초방책방에서 이런 모험이야기가 담긴 다른 책도 보여달라고 성화네요.
단지손이, 콧김손이, 오줌손이, 배손이, 무쇠손이는 세상 구경을 가는 과정에서 호랑이를 만납니다. 각자의 가진 재주로 힘을 합쳐서 호랑이를 물리치게 되는데 서로 힘을 모으면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줍니다. 세상 바깥의 두려움에 대해 용기를 가지라고 어깨를 두들겨 주네요.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주니, 교과서에서 봤다고 하면서 반가워하다니 아주 깔깔대며 웃어댑니다. 제가 봐도 은근 재미있는 책이더라구요. 빔보가 원했던 것은 새 한마리인데 부모님들은 무슨 큰일이 난 양, 호들갑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안된다고 하지요. 하지만 빔보는 나름 타당한 이유를 대며 새를 요구합니다. 결국 새를 사게 되지만 이번엔 백조라서 부모님은 반대하고 빔보는 집을 나가서 작은 모험을 하고 돌아옵니다. 아이들은 빔보의 심정을 공감하며 통쾌하고 재미있게 읽겠지만, 저는 부모로써의 마음가짐을 다시금 정리하게 되네요. 어릇의 잣대로 무조건 안된다고 협박성 설득을 하면 안된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