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의 재판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21
홍성찬 글.그림 / 보림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옛이야기책을 좋아하는편이라 아이들에게 즐겨 읽어주곤한다.
아이들 어린시절엔 기승전결이 있는 전래동화를 많이 읽어주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있긴 하지만,그러한 조언이 아닐지라도 상상력이 뛰어난 그림책도 물론 읽어주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옛이야기그림책은 읽어주다보면 좀 뭐랄까! 맛깔스럽다고 해야하나? 읽다보면 절로 흥이 난다는 느낌이다.
아마도 내가 어릴적 많이 읽어보고,들어본 내용이라 알고 있는 것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은 그만큼 거부감없는 익숙함때문에 흥이 나는 것일테다.
새로운 창작 그림책은 신선함과 독특함이 있지만,첫 장을 넘겨 읽는 시간들은 아이들이나 나나 처음 대하기는 마찬가지다보니 글을 읽다보면 한 번씩 버벅거리기도하고,엄마인 나도 글도 읽고,그림도 들여다봐야하고 그림속에 담긴 뜻도 생각해봐야하고 너무 바쁘다(?). 그러다보니 그림책 내용에 온전히 빠져들시간이 부족했던 듯하다.
그에 반해 옛이야기책들은 글의 내용에 비중을 두는 책들이 많은 것같아 집중해서 읽을 수가 있다.읽다보면 글쓴이의 작가에 따라 글속에서 다가오는 느낌도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분명 같은 내용의 이야기인데 읽다보면 전혀 상반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한다.
할수만 있다면 하나의 제목으로 각각의 작가와 출판사별로 쭉 모아서 한자리에서 읽어봤음 하는 생각이 든다.


 옛이야기책을 읽다보면 한 번씩 잘못 기억하고 있었던 부분들 또는 시간이 너무 오래되어 내가 기억하고 있지 못한 부분들을 새롭게 알게 되는 시간이기도하다.

이책을 읽으면서 새삼 알게 된 부분이 나그네와 호랑이가 옥신각신하면서 토끼를 만나게 될때까지 주변에 있는 동,식물을 만나 의견을 물어보는 부분이 열 번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세 번정도 있을 것이고,마지막에 토끼를 만나 의견을 물어보았다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나그네와 호랑이는 열 번을 찾아다니면서 누가 옳은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처럼 옛이야기책을 들려주는 시간은 아이들에겐 흥미와 재미를 주는 시간도 되겠으나 어른인 내겐 잊어버린 기억을 다시 되새기는 시간이기도하다.^^


 그림을 들여다보니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어 찾아보니 역시 홍성찬님의 그림이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모든 그림책을 다 읽어보진 못했고 <단군신화>,<여우난골족>,<재미네골>,<한겨레 옛이야기>,<매일매일이 명절날만 같아라> 정도의 책을 읽어보았는데 주로 민속화나 풍속화그림에서 많이 접했기에 책을 받아들었어도 신뢰감이 절로 생겼다.

책의 뒷편에 류재수작가님의 글을 보고서 홍성찬작가님이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희미하게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이책을 2년에 걸쳐 완성하셨단 글에 절로 고개가 숙여질정도다.장인의 정신이 깃든 귀한 작품이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출판사측에선 홍성찬님을 응원하기위해 후배작가들의 <꿈>이란 책을 부러 편집하게 되었다라는 문구를 보게 되었는데 노작가의 식지 않은 열정이 깃든 책을 두손으로 받아든 입장에선 그러한 기획을 논의해볼만했겠다 싶어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림이 다소 서툴고 형체가 구분짓지 못한다는 류재수작가님의 글을 읽기전까지 아이들에게 책을 미리 읽어준 나로선 그러한 느낌을 전혀 받질 못했다.그림을 잘 볼줄 모르는 문외한이라 그러한지 모르겠으나 내눈엔 그저 완성도 있는 정겨운 그림으로 들어왔다.

특히나 마지막장의 노을지는 시각에 나그네가 토끼덕에 목숨을 지탱했다는 기쁨에 아이처럼 뛰어가는 듯한 풍경이 가장 인상깊었다.헌데 흐린 시각으로 이런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따름이다.뭐랄까? 모네화가의 말년의 그림을 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가 되려나?

그림이라는 것도 분위기를 얼만큼 잘 나타내주는가도 보는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요소중의 하나일 것이다.

 암튼,옛이야기 시리즈중 이책도 내가 정한 기준의,
귀한 책의 대열에 합류시킨책이다.

글밥이 상당히 긴편이고,어휘력도 있어 어린 아가들보다 유치원생들이나 초등 저학년정도의 아이들이 읽기에 적당한 옛이야기책이다.그래서 우리집엔 초등생인 아들녀석과 유치원생인 딸들과 두루 잘 읽을 수 있어 더 귀한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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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6-01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이야기 그림책이나 동화책은 '원작'을 고치거나 덧붙이기도 해요.
따지고 보면 '원작 원형'이 무엇이냐 하고 말하기 힘든 옛이야기라고 할 테지만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로는 홍성찬 님 그림은
'서툴고 형체 구분짓지 못한다'는 느낌보다는
아무래도 '머리로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이 짙어요.

눈이 많이 안 좋아서 그럴밖에 없었다고 느끼지만,
어느 모로 보면,
요즈음 적잖은 화가들처럼 '사진 찍어 놓고 그림으로 옮기는' 그림보다
훨씬 낫지만, 기억으로만 남은 모습을 되새겨 그리는 그림은
아무래도 '생명력'이 떨어지는구나 싶더군요...

..

아이들이 '범'이라는 말을 잊지 않도록 잘 이끌어 주셔요.
적어도 열두 띠는 '범띠'이지 '호랑이띠'가 아니니까요.

책읽는나무 2012-06-02 12:14   좋아요 0 | URL
원작의 토대를 잘 알고 있다면 이따금씩 말의 맛을 살려 살짝 바꾸는 것도 괜찮지? 싶어요.똑같은 내용을 여러번 본다는 것도 읽어주는 사람이 되려 지겨울때가 많더라구요.읽어주는이도 흥이 나야 아이들도 흥이 날 수 있게 듣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요즘 기성작가들이 옮겨쓴 옛이야기책이 눈에 띄면 바로 빌려옵니다.
읽어보면 확실히 운율감이 있더라구요.^^
시대가 바뀌면서 말이 자꾸 변하듯이 옛글이라도 조금은 다듬어져야할 필요가 있다고봐요.

안그래도 류재수작가님의 글에도 님이 말씀하신 '생명력'을 걱정하시는 듯했지만...제겐 그런게 전혀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 괜찮더라구요.
몇 권의 책을 곁에다 두고 비교를 하면 모를까!
개인적으로 이런 풍의 그림을 좋아해서 더욱더 그런가봐요.
전 세밀화보다는 좀 추상적인 그림들이 좋아요.
낙서한 듯한 그림도 좋구요.의미가 담긴 그림들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그림들이 좋네요.^^
암튼..한 번씩 님의 말씀엔 생각을 다시 한 번 더 하게 되는 것같아요.
쉽게 놓치고 읽었던 책들을 다시 한 번더 되짚어보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감사드려요.^^

'범'이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다시 일러줘야겠어요.
전 주로 호랑이라고 일러준 듯하네요.^^
'개'보다도 강아지라고 일러주는 것처럼 말에요.ㅋㅋ

2012-06-01 0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02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