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부터 탄력받은 민군은 요즘 좀 무서운 속도로 책을 읽어내는 것같다.
나는 기껏해야 보름만에 한 두 권을 읽었을뿐인데 녀석은 몇 권을 읽은 것이야?
제대로나 읽고 있는 것인지 심히 의심스럽긴 하나 책을 읽는 것에 의의를 두는지라 따로 독서기록을 하지 않아 돌아서면 자신이 무엇을 읽었는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 어째 좀~~
녀석의 독서이력은 거의 나와 흡사하다.
잡식으로 마구잡이로 손에 잡히는대로 읽고 읽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스타일로,
돌아서면 주인공이며 책제목이며 바로 까먹는다는 것!
아주 특별하게 감동적이었던 책만 기억할뿐!

이렇게 방치하면 안되는데..하면서도 저도 바쁘고(?),나도 바쁘다 보니(?) 일단 읽고보자식이다.
올해부터는 이렇게나마 기록이라도 해야되겠단 생각이 든다.
도대체 녀석은 어떤 종류의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분석을 할 필요가 있겠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성민이의 책 읽기 현황 분석표를 작성하여 도서관에서 분류별로 빌려 온 책들의 숫자를 그래프로 색칠해 나가기 시작했다.
0번부터 900번대까지 쭉 나열해서 한 권씩 색칠해나갔더니 녀석은 800번 문학이랑 900번 역사쪽만 편독하고 있었던 것이다.문과체질인가?
남자애치곤 과학이나 수학관련책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 것같다.
문과계통의 사회부분은 또 재미나게 읽는 것같은데....
그래서 요즘 도서관에서 부러 300,400번대 사회과학쪽 책을 집어오곤 한다.
000번 철학책도 빼놓지 않고....^^
그래서 요즘 300,400번대도 그래프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골고루 그래프를 세우기는 쉽지 않다.
500,600,700번대는 나조차도 쉽게 빌려지지 않는 책들이긴하다.
(나는 재밌는데 녀석은 흥미가 별로~~)

그래도 노력한 덕분에 요즘 일 년전에 사다줬건만 거들떠보지도 않던 CSI형사대 과학동화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신기했다. 신기한 스쿨버스책도 재미없다라고 하더니 이책은 재밌단다.열심히 읽더니 며칠만에 10권을 다 읽어냈다.11권을 사달라고 조른다.중순까지 좀 기다려보라고 했더니 급기야 스스로 알라딘을 검색해서 들어가더니 11권책을 다시 검색하고 미리보기로 혼자서 읽고 있다.헐~~

갑자기 아이가 많이 큰 느낌을 받는다.
바로 몇 달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행동들을 하다니!
여러해동안 알라딘에서 봐왔던 초등0학년 박예진양(지금은 고3이 되었다고 하던데) 초등최상철군(상철군도 지금은 중학생이 되었던데.)처럼 또는 알라딘2세들 아영엄마님의 아영이처럼 스스로 알라딘 블러그를 작성하고 꾸며 나가는 것에 감탄해마지 않았었는데...혹..혹시...
성민군도 초등4학년 심성민이라는 닉넴을 붙이는 것은 아니겠지??
아냐~ 아냐~
성민이는 독후록 쓰는 것을 엄청나게 싫어하는 아이인지라 절대 그럴리는 없을께다.
더군다나 타자실력은 또 얼마나 뒤처지는지~~
그럴리가 없을께다.
하지만...내가 더 겁내하는 것은 만약 녀석이 알라딘에 접속한다면 날 즐찾할까봐 두렵다.

성민아!
엄만 네가 내글을 읽는 다는 것!
절대 원치않아~
여지껏 나를 아는 사람에게 십 년이 넘도록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 비밀스런 공간을 너에게 다 까발리고 싶지 않단다.
그러니 우리 그냥 오프라인 공간에서 얼굴 바라보면서 사이좋게 결코 어색하지 않게 살자꾸나!
요즘 엄마는 지윤이랑 지수는 안아줘도 괜찮은데 널 안아준지가 너무 오랜지라 오늘 아침에 널 안아줬을때 엄마 무척 어색했었거든!
널 보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또한 실은 속으로 무척 어색하고 뻘쭘하단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네가 엄마 서재를 들락거린다면 아마도 너에게 화를 낼정도로 무척 부끄러울 것같구나!

그래서 답은 하나!
어제 얼른 11권이랑 12권 주문해줬다.
애들 시리즈물 권 수 많은 책들은 절대 사면 안되는 것이었는데~~ㅠ
생각지도 않게 앗~ 시리즈도 손을 대기 시작했는데 나는 이시리즈가 100권이나 넘게 있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았다.작년에 무슨맘으로 주문을 한 겐지??

요즘 내책은 별로 산 것도 없는 것같은데 작년여름부터 플래티넘에서 절대 내려오지 않고 잘 버티고 있다.여름에 책장을 하나 샀는데 지금 꽉 차서 하나 더 주문해야될판이다.
집은 좁고,책은 자꾸 늘어나고....
책때문에 집을 넓혀야 될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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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2-02-08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저도 우리 큰애가 좀더 커서 블로그 만들고, 혹 알라딘 서점 알게 되서 제 서재를 알게 된다면,- 저도 님처럼요. 아이에게 알려주기 싫거든요. ㅎ - 큰아이는 저에게 "엄마, 저에 대해 까칠함과 짧은 인내심을 강조해 적어 놓으셨네요. 참 감사합니다."
이럴까봐...

책읽는나무 2012-02-09 07:13   좋아요 0 | URL
ㅋㅋ
아마도 더한 말로 엄마를 뒤로 발라당 넘어가게 할 지도 몰라요.
요즘 아이들 얼마나 말빨들이 쎈지....
학교 들어가기 전의 알라딘2세때가 가장 좋았던 것같아요.
모든 것을 좋게,예쁘게만 보여 모든 것이 용서가 되던 그때 말이에요.
이제 님도 일 년이 지나면 입학시키네요.
아마도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에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