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박동원 옮김 / 동녘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에 읽은 제제의 모습이 오랫동안 가슴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았다.....앙증맞은 소년의 동심그대로를 간직하면서도 너무 빨리 철이 든 그녀석은....모습은 어린아이지만 결코 어린이라고 할수없는 어른과도 같은 형상으로....친구처럼 다가왔다......

나는 제제가 친구(?)인 뽀루투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지막장면이 너무도 인상깊었다....5~6살의 나이에 과연 죽음을 죽음이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일수 있을까??...새삼 의문스러웠기때문이다...제제는 정신적인 큰충격을 받고서 그고통으로 인한 열병을 앓아야만했다....제제는 모든면에서 철이 너무 빨리 든것같단 생각이 든다.....서서히 조금씩 죽음을 자기 내면속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또한 어른과도 같다.....

여기서 조금은 연관성이 없겠지만 내어린시절얘기를 하고자한다....나는 제제와 비슷한 나이에 죽음을 잘 인식하지 못했었다....나에게는 친할아버지나 친할머니가 없다....내가 태어나기도전에 안계셨기때문이다.....그래서 친할머니,친할아버지의 애착이 별로없다....반면 그애착을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께 모두다 드렸던것같다....외할아버지는 내가 고등학교때 돌아가셨으니....그동안 방학때마다 외갓집으로 놀러가서 내가 외할아버지께 사랑을 듬뿍 드렸다......물론 외할아버지도 나에게 사랑을 주시긴 하셨다.....다른 손녀들에 비하면!!.....울외할아버지는 아들손주,딸손주 차별이 좀 있으셨는데...유독 내게만은 잘 대해주셨던것같다...왜냐하면 내위에 언니,오빠들이 있었는데....모두다 아기때 먼저 죽었기때문이다....그래서 외갓집식구들은 내가 태어나기전까지 모두들 노심초사하면서 나를 기다렸다고한다....나의 외할머니는 내가 태어났을때 지병이 있으셨는데...시름시름 앓고 계셨었다한다...친정엄마가 외할머니를 간호해드리고 있으면 나는 그옆에서 뽈뽈뽈 기어다녔다고한다....기어다니는 나를 "저것을 한번 안아보고 싶은데~~~~"맨날 그말만 되풀이하면서 누워서 나를 쳐다보았다고한다......나의 외할머니는 노심초사하면서 기다렸던 나를 한번 안아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앓다가 돌아가셨다.....나는 이말을 아주 훗날에 들었었다.....그전까지는 내가 다른 할머니를 우리외할머니라고 착각하고 살아왔던것이다....나는 외할머니가 내가 국민학교 다닐때 돌아가신걸로 기억하고 있었다....그런데 국민학교때 돌아가셨던 할머니는 외갓집 뒷집에 살던 할머니였단다.......아마도 어렸을때 봐왔던 외할머니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던것이었을까??....뒷집에 살던 그할머니는 우리외할머니와 많이 닮았다고 착각했던 모양이다.....아니면 외할머니의 품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모든 사람들이 외할머니에 대한 정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어린내게도 그랬었을것이다.....그래서 외할머니의 죽음을 죽음으로 인식하지 못했었던듯하다.....그래서 제제와 비슷한 나이의 내모습을 떠올리자니 남의 할머니를 돌아가신 할머니라고 착각하여 앵겨붙었던 어린시절이 떠올랐다....나에 비하면 제제는 정말 일찍 철이 든것같다......

하지만.....비록 제제만큼은 철이 덜 들었지만.....나는 그할머니의 품을 잊을수가 없다....왜냐하면 그할머니는 곧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밍기뉴와도 같은 존재였기때문이다....그할머니집은 몹시도 가난하여 반찬거리없이 항상 김치사발과 간장종지가 다였다....그집 며느리인 아주머니도 언니,오빠들 모두 김치하나만 먹으면서도 아무도 불평이 없었던걸로 기억한다....어린나는 고기반찬없이 김치반찬 하나만 먹는게 무척 고역이었지만...그래도 계속 할머니곁에서 밥을 먹었었다....외갓집에선 외숙모랑 이종사촌언니가 그집서 밥을 먹지 말라고 윽박지르고 밥때되면 외갓집으로 내려오라고 뒷뜰에서 나를 불러도 못들은척....항상 할머니등에 업혀 있었다....그할머니는 노안으로 앞을 보지못하셨다....하지만....모든 집안일을 손으로 더듬으면서 말쑥하게 잘하셨다...항상 하얀옥양목천을 디딤돌에 깔고서 나를 업으며 발로 밟으셨다.....할머니등에 업혀 들었던 그자장가는 내가 내아이 재울때 다시 살아난다.....그시절에 나는 다른 아이들과 놀기를 꺼리고 항상 그할머니옆에 붙어 있었다....어쩌면 할머니도 친손주들보다도 나를 더 각별히 사랑하셨으리라 믿어의심치 않는다.....아이들 발소리가 들리면 항상 그할머니는 미닫이 문을 열면서 내가 왔나!! 싶어 나를 부르셨다고한다....앞을 보지 못하셨으니...어떤 아이는 나인척하고 할머니방에 들어가서 맛있는 빵을 하나씩 얻어먹곤 했다고한다...며느님이 시장에 장사나가서 가끔씩 할머니의 간식으로 빵을 사다주셨는데...나는 그거 먹는 재미로도 할머니집에 갔는지도 모르겠다....^^.....나는 그렇게 그할머니가 좋았고....왜 할머니와 우리외할아버지와 함께 살수없는지 항상 안타까워했었고...할머니를 매번 꼬드겨서 우리외갓집으로 할머니손을 잡고 들어서곤 했었다....나는 우리외할머니의 죽음을 인식하지못해서 그런 불효(?)를 저질렀지만.......그래도 그할머니와 있는 시간들이 그어떤 시간보다도 값지고 편안했었다....할머니의 등에 업혀 느꼈던 나의 감정들은 제제가 밍기뉴에게 기대어있을때의 그느낌 바로 그것이었을것이다....그리고 뽀르투까아저씨에게서 느끼는 그사랑의 감정또한 똑같은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책과는 연관은 없는 나의 얘기지만.....그래도 이책을 통해서 나의 어린시절을 되돌려볼수 있어서 좋았고 행복했다.....어린시절엔 자기마음을 다 전해줄수 있는 그어떤 존재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제제에게도 그런존재가 있었기에 가족들에게 그런 몰매를 맞고서 상처를 받아도 자신의 모든것을 버리지는 않았던것이다...자신의 마음을 다치지않고 잘 간직할수 있었던것은....그리고 잘 자랄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것은 진정한 친구 밍기뉴와 뽀르투카아저씨였던것이다.....그리고 내겐 하늘나라에 계신 그할머니였을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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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5-10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가쁘게 읽어 내려 왔네요.
님...오랜만에 아침, 아니군요....정오가 지났군요.-.-; ...여하튼, 서재 나들이를 님의 리뷰로부터 시작합니다. 기분 좋네요.
솔직히 이건 굉장히 챙피한 말씀입니다만, 전 아직 이 책을 읽지 못 했어요. 이 나이 되도록 뭐하고 살았나 모르겠어요.
그래 얼마전 이 책을 구입했어요. 그런데 다음 책 주문시에, 알라딘에서 착오가 생겨서였는지... 제가 주문한 책 대신 이 책이 배송되었더라구요. 알라딘 측에 문의해서 제가 주문한 책은 책대로 다시 받고, 또 실수로 잘못 배송되어온 또 다른 한권의 <나의 라임~>도 더 받아볼 수 있었어요...그런데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아직 못 읽고 있다는 거죠...
조만간 꼭 읽어 볼래요.
그건 그렇고, 뒷집 할모니에 관한 님의 이야기, 찡~'하게 잘 들었습니다. 친손자처럼 아주 잘 대해주셨군요. 님이 돌아가신 외할머니로 여기셨을 만하네요. 여하튼 어렸을 때 할아버지와 비록 친 외할머니는 아니지만, 뒷집에 사셨던 할머니의 정을 듬뿍 받고 자라신 님은, 정말 행운을 받으신 것이라 여겨집니다. 저도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사랑이 왈칵 떠오르는군요.
님! 비가 그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공기가 깨끗하네요... 좋은 한 주 보내세요.~ ^^

책읽는나무 2004-05-10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네~~
저도 사실 이책....어릴때 안읽었던것 같아요...책방에서 빌려와서 다시 읽는다는 기분으로 열심히 읽어내려갔는데....글쎄....내용자체가 넘 생소하더라구요!!....어쩜~~
아마도 읽으려고 빌려와선...앞에 몇페이지 읽다가 도록 갖다준 모양입니다...저 그런적 많거든요!!..^^....그래도 지금 읽는것도 꽤 나쁘지 않던걸요!!...잠시동안이었지만 마음이 순수해지는 기분을 느꼈어요!!...그리고 눈물도 쬐끔 찍어냈는데....아직까지 책을 읽고 울수 있다는것에 놀라며....이책이 참 고맙게 느껴지더군요....ㅎㅎㅎ...님도 지금 읽으신다면....분명 감동은 두배가 될듯합니다...^^...
뒷집 할머니...지금도 생각이 나네요!!..ㅠ.ㅠ...그땐 좀 멍청해서 그할머니가 진짜 외할머닌줄 알고 왜 할아버지랑 따로 떨어져 살아야 하는지..가슴아파했었던것 같네요!!....ㅎㅎㅎ
그래도 님의 말씀처럼 그할머니의 사랑을 외할머니대신 받을수 있었던건 정말 큰 행운이었던것 같습니다....어린아이들에겐...조부모님의 사랑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암튼.....이책의 내용과 할머니의 얘기는 좀 연관성이 없지만....^^
그래도.....이책은 정말 그사랑만큼이나 감동적인 책이었던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