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생거 사원 을유세계문학전집 73
제인 오스틴 지음, 조선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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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작가의 견해가 소설을 더 젊게 만드는 듯 하다.

뜨겁게 시작했던 캐서린과 이자벨라의 우정은 신속하게 발전했는데, 커져 가는 애정의 미묘한 단계 변화가 워낙 빠르게 진행되어서 주변 지인이나 스스로에게조차 내놓을 만한 새로운 우정의 증거 같은 건 없었다. 어느새 성을 빼고 이름으로 서로를 불렀고 걸을 땐 항상 팔짱을 꼈고 무도회에서는 서로 꼬리를 물고 춤추며같은 무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오전에 비가 와서 할 일이 없으면 굳이 축축하고 더러운 길을 달려가 둘이 문을 잠그고 들어앉아 소설을 읽었다. 그렇다. 소설이었다. 나는 소설가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바, 경멸적인 비난으로 자기들도 생산해 내는 바로 그소설의 역할을 깎아내리는 옹졸하고 무례한 관습을 따르지 않으리라. 소설가들은 적들과 합세하여 소설에다가 심한 욕설을 하고, - P39

여주인공에게 소설을 허락하지 않고 만약 여주인공이 우연히 소설을 집어 든다면 분명 그 재미없는 페이지를 욕하면서 넘기게 만든다. 안타깝다! 한 소설의 여주인공이 다른 소설의 여주인공에 의해 후원받지 못한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보호와 관심을 받아야한단 말인가? 난 인정할 수 없다. 문학비평가들이 한가할 때 공상을 발산하도록, 그래서 요즘 출판사에서도 싫어하는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새로 나온 소설에 대해 떠들거나 말거나 내버려 두자. 우리는 서로를 배신하지 말자. 우리는 이미 상처받은 몸이다. 우리의작품 활동이 다른 문학 관련 활동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꾸밈없는즐거움을 제공하는데도, 어떤 글쓰기도 이렇게까지 비난받은 적이 없었다. 오만과 무지와 유행에 휩쓸려 우리를 비난하는 무리가우리의 독자만큼이나 넘친다. "영국의 역사"의 구백 번째 축약본을 쓴 작가, 또는 밀튼과 포프와 프라이어를 수십 줄 인용하면서『스펙테이터」 한 부와 스턴의 소설 한 장을 모아 펴낸 작가의 재능을 무수한 사람들이 나서서 찬양하는데, 여기에는 소설가의 능력을 비판하고 소설가의 노동을 깎아내리고 천재성과 위트와 취향을 골고루 갖춘 소설을 우습게 보려는 태도가 깔려 있다. "난 소설을 안 읽습니다. 소설은 거의 안 봐요. 내가 소설을 읽을 거라생각하지 마세요. 소설에서나 있는 일이죠." 이렇게들 떠든다. "무슨 책 읽어요, 아가씨?" 아가씨는 "그냥 소설이에요"라고 대답한다. 무관심한 척하면서 또는 순간적으로 부끄러워하면서 소설책을 내려놓는다. "그냥 세실리아」, 「까밀라』, 『벨린다』라는 책이에요."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하면, 정신의 위대한 힘이 드러나고, 인 - P40

간 본성에 대한 가장 철저한 지식과 인간 본성의 변화에 대한 가장 행복한 묘사와 위트와 유머의 생생한 발현이 세상 사람들에게 가장 선별된 언어로 전달되는 그런 작품이란 말이다. 이 젊은 아가씨가 이런 작품 대신에 『스펙테이터』를 읽고 있었다면 자랑스럽게 읽던 것을 내보이면서 책 제목을 밝혔을 것이다. 그 두꺼운 스펙테이터에서 취향을 갖춘 젊은이가 내용으로 보나 형식으로 보나 혐오하지 않을 부분을 찾아내어 읽기란 무망한 일이다. 더이상 누구의 흥미도 끌지 못하는 내용, 즉 있을 수 없는 상황과 부자연스런 인물과 대화의 주제로 이루어진 책이니 말이다. 언어 역시너무 거칠어서 그런 언어를 용납하는 시대를 결코 좋게 생각할 수없게 만드는 책이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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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11-08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시작했어요!!! 다른 출판사이긴 하지만요.

책읽는나무 2022-11-08 15:59   좋아요 0 | URL
오스틴의 다른 소설보다는 짧으면서 좀 색달랐어요.
라로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기대 됩니다^^

2022-11-08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08 1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