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ji 2005-01-30  

조금, 지난 얘기지만요-
언제부터인지, 누군가 첫사랑을 묻곤 하면, 제가 막 지어내기 일쑤였습니다. 어느 날은 얼굴이 하얀 이웃집 소년이었다가, 어느 날은 푸르스름한 수염자국이 설렘을 만들어 주었던 수학 선생님이었다가, 어느 날은 레코드가게에서 같은 LP를 골라든 이웃 학교의 소년이었다가, 어느 날은 친구의 친구였다가, 뭐 그렇게 무수히 만들어진 가공의 첫사랑 주인공들, 그러다보니 정말 제 첫 사랑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 겁니다. 정말로요- ^>^ 사람들은 '처음'에 참 많은 것을 의미둡니다. 첫 사랑, 첫키스, 첫 데이트, 그런 것들 말이지요. 하긴, 인생이 과정이다보니, 마지막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될지도요. 그래도 '두번째사랑', '두번째키스', '두번째데이트'이런 것도 괜찮을텐데요-. 그래서 그런가, 그 '처음'이라는 데에 의미를 두는 일에 심드렁해져서 그러한가, 저에게 '첫'은 그리 인상적이지 못한 것 같아요(조심하세요, 위에 열거한대로, 오늘 말하는 것도 그렇게 가공의 이야기일지도요-). 어린 나이였고요, 물론 잘 몰랐고요, 지난 후에도 그것이 사랑이었는지도 몰랐고요, 하지만 온 마음 다한 진심이었을테고요- 그럼, 어쩌면 저는 지금 첫사랑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일요일 오후에요. 점심은 드셨어요? 제가 있는 이 곳은 아주 화창한데, 공기는 무척 차갑습니다. 늦잠을 자고 난 일요일 오후, 이런 날은 계속계속 게으름을 피워야 제격인데, 계속 이불 속에서 뭉그적거려야 제법인데, 이렇게 컴 앞에 앉아서 이상한 첫사랑 이야기나 하고 있다니요! 아, 동네 마실이라도 가야겠습니다. ^>^ 좋은 일요일 보내시고요- p.s.아, 리뷰에 올려주신 코멘트 고맙습니다.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그리고 <검은 설탕- > 그 아래 답글 달기 뭣해서, 이렇게 방명록을 찾아 왔는데, 여기에 인사를 하는 것도 좋네요- ^>^
 
 
책읽는나무 2005-01-31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난삼아 첫사랑 얘길 해달라고 그랬던건데..
이렇게 열심히 답글을 달아주시다니..^^

실은 저도 첫사랑을 누가 물어온다면 누구라고 선뜻 말을 하기가 참 그러해요!
국민학교때 같은 반 머슴애인지?
중학교 올라가서 웃는 모습이 눈에 확들어와 첫눈에 반해버렸던 옆반 머슴애였는지?...(걔때문에 삼년동안 짝사랑을 했단거 아닙니까!)
국어선생님인지?..처음 사귀어보았던 그애인지?..아님 우리신랑인지??.ㅋㅋ
전 진짜 첫사랑의 그 의미가 참 애매모호하단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짝사랑이든...주고 받은 사랑이든....님의 말씀처럼 그시간에 정말로 진심을 다한 사랑이 바로 첫사랑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네요!
매번 진심을 다하는 그시간은 그때마다 달라지니까요!
전 그냥 지금 우리신랑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길 바랄뿐입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