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으로 에서 상식은 본래의상식,즉 사유의 한 양식이라기보다는 그 사유의 무능에지 않을까. 우리가 상식을 말할 때 어떤 생각을 말하는 상태라기보다는 바로 그 생각을 하지 않는 상태에 가깝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것은 역시 생각은 아닌 듯하다… 우리가 상식적으로다가,라고 말하는 순간에 실은얼마나 자주 생각을…… 사리분별을 하고 있지 않은 상 태인지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흔하게 말하는 상식, 그것은사유라기보다는 굳은 믿음에 가깝고 몸에 밴 습관에 가깝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그건 상식이지,라고 말할 때 우리가 배제하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너와 나의 상식이 다를 수 있으며 내가 주장하는 상식으로 네가 고통을 당할 수 있다는 가정조차 하질 않잖아. 그럴 때의 상식이란 감도 생각도 아니고... 그저 이 이야기는 그렇게 끝나는 것이고 저 이야기는 저렇게 끝나는 것이라는 관습적 판단일 뿐 아닐까.
p.265,266
사람들이‘상식‘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대개 "사리분별을 하고있지 않은 상태"라는 것, 그저 "굳은 믿음이자 "몸에 밴습관" (265면)이라는 소설의 통찰은 정확하다. 상식은 강자의 것이다. 그러므로 대개 상식은 약함에 대한 혐오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혐오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대신 증오하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반복되어온이데올로기를 무비판적으로 재생산하기 때문에 문제가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상식‘ 이라는 말은 혐오의 작동방식을 순식간에 비가시적으로 만들어버린다.
p.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