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으로 해서 그들은 그 수렁과 절정의 중간 거리에 좌초하여, 갈 바 없는 그날그날과 메마른 추억 속에 버림받은 채, 고통의 대지 속에 뿌리박기를 수락하지 않고서는 힘을 얻을 수 없는, 방황하는 망령으로, 산다기보다는 차라리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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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가볍게 여긴다고 스스로도 인정하던 남자들이 다시 성실해졌다. 어머니와 같이 살면서도 거의 어머니를쳐다보지도 않은 채 무관심하게 살던 아들들이, 그들의 기억속에 되살아나는 어머니 얼굴의 주름살 하나에도 자기들의 모든 불안과 후회를 떠올리는 것이었다. 어처구니없고 뚜렷한 앞날도 보이지 않는 그 급작스러운 이별에 우리들은 망연자실한채 아직 그토록 가까우면서도 어느새 그토록 멀어져 버린, 그리고 지금은 우리들 하루하루의 삶을 가득히 차지하고 있는그 존재의 추억을 뿌리칠 능력도 없어진 형편이었다. 사실 우리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었다.우선 우리 자신의 고통과, 다음으로는 집에 없는 사람들, 즉 자식이며, 아내며, 애인이 겪으리라고 상상되는 고통이었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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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이 가장 심각한 지경에 달했을 때 고문하는 듯한 죽음의 공포보다 인간적인 감정이 더 강했던 예는, 한 건을 제외하고는 볼 수가 없었다. 그것은 흔히 우리가 기대하듯, 고통을 초월해서 서로가서로에게 사랑만을 쏟아붓는 애인들의 경우가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결혼 생활을 해 온 늙은 의사카스텔과 그 부인의 경우였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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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반대로 오랑은 아무리 보아도 낌새가 없는 도시, 즉 완전히 현대적인 도시다. 따라서 우리 고장에서는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하는지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없다. 남자들과 여자들은 이른바 성행위라고 하는 것 속에 파묻혀서 짧은 시간 동안에 서로를 탕진해 버리거나 아니면 둘만의 기나긴 습관 속에 얽매이는 것이다. 그 두 가지 극단 사이에서 중간이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그것도 역시 독특한 것은못 된다.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오랑에서도 시간이 없고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사람들은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도못한 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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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도 담도 없는 집에 이사 와서 벌써 두 주간이나 됩니다. 숨기지않아도 되는 생활은 참으로 편합니다. 왜 사람은 필요 이상의 것을가지려고 하는지요? 가지면 가질수록 자꾸 불행해지는 것을 몰랑던 것이 이렇게 세상을 파멸에 몰아넣게 된 것이지요. 자유라는 것은 가지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지금 밤입니다. 전등불이 아니어서 방 안이 침침합니다. 혼자여서그런지 조금 적막합니다. 그러나 자유는 고독을 수반하게 되는 것이지요. 누구와 함께 있다는 것은 곧 구속을 의미합니다. 십자가 위에서의 예수는 절대의 자유를 갖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그 무엇도그와 함께 있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하느님도 거기 없었습니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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