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가볍게 여긴다고 스스로도 인정하던 남자들이 다시 성실해졌다. 어머니와 같이 살면서도 거의 어머니를쳐다보지도 않은 채 무관심하게 살던 아들들이, 그들의 기억속에 되살아나는 어머니 얼굴의 주름살 하나에도 자기들의 모든 불안과 후회를 떠올리는 것이었다. 어처구니없고 뚜렷한 앞날도 보이지 않는 그 급작스러운 이별에 우리들은 망연자실한채 아직 그토록 가까우면서도 어느새 그토록 멀어져 버린, 그리고 지금은 우리들 하루하루의 삶을 가득히 차지하고 있는그 존재의 추억을 뿌리칠 능력도 없어진 형편이었다. 사실 우리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었다.우선 우리 자신의 고통과, 다음으로는 집에 없는 사람들, 즉 자식이며, 아내며, 애인이 겪으리라고 상상되는 고통이었다. - P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