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에 있어서 고통 자체는 그것의 비장감을 상실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또한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시민들, 적어도 그 생이별로 말미암아 가장 심한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은 그러한 상황에 길들어 버렸던 것일까? 꼭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들은 감정의 메마름 때문에 괴로워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 P237

물론 그들에게는 아직 불행과 고통의 태도가 남아 있었지만, 더 이상 그것을 예리하게 느끼지는 않았다. 사실 예를 들어서 의사 리유가 지적했듯이, 불행은 바로 그 점에 있는 것이며, 또 절망에 습관이 들어 버린다는 것은 절망 그 자체보다더 나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 P238

기억도 희망도 없이,그들은 현재 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실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현재로 변해 버렸다. 페스트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사랑의능력을, 심지어 우정을 나눌 힘조차도 빼앗아 가 버리고 말았다는 사실도 말해야겠다. 왜냐하면 연애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미래가 요구되는 법인데, 우리에게는 이미 현재의 순간 이외에는 남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 P239

카드를 정리하는 사람도 없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더 이상 아무것도 선택하는 법이 없었다. 페스트가 가지판단을 말소해 버린 것이었다. 그러한 것은, 자기가 사는 옷이나 식료품의 질을 더 이상 따지려고 들지 않는 그 태도에서도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일괄해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틀림없이 우리들의 사랑은 여전히 거기에 있었건만, 단지 그것은 무용지물이어서, 지니고 다니기에만 무거울뿐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생기를 잃어, 마치 범죄나 유죄판결과도 같은 불모의 존재였다. 그 사랑은 이미 미래가 없는 인내에불과했고 좌절된 기대에 불과했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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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참 기쁜 일이군요." 하고 의사는 말했다. 그가 자기의설교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기쁘군요."
"사람이라는 게 다 그렇습니다." 하고 타루는 말했다. "다만그들에게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는 미소를 짓고 리유를 보면서 눈을 깜박거렸다.
"그것이 인생에 있어서 내가 할 일입니다.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 말입니다."
- P200

"천만에요. 인간은 오랫동안 고통을 참거나 오랫동안 행복해질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이란 가치 있는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는 두 사람을 쳐다보다가 계속 말했다.
"이것 보십시오. 타루, 당신은 사랑을 위해서 죽을 수 있으세요?"
"모르겠어요. 그러나 아마 그럴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지금....."
"바로 그것이죠. 그런데 당신은 하나의 관념을 위해서는 죽을 수 있습니다. 눈에 빤히 보입니다. 그런데 나는 어떤 관념 때문에 죽는 사람들에 대해선 신물이 납니다. 나는 영웅주의를믿지 않습니다. 나는 그것이 쉬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은살인적인 것임을 배웠습니다. 내가 흥미를 느끼는 것은, 사랑하는 것을 위해서 살고 사랑하는 것을 위해서 죽는 일입니다." - P215

"(인간은)관념이죠, 하나의 어설픈 관념이죠. 인간이 사랑에게서 등을 돌리는 그 순간부터 그렇죠. 그런데 바로 우리들은 더 이사랑할 줄 모르게 되고 만 겁니다. 단념합시다, 선생님, 사랑을수 있기를 기다립시다. 그리고 정말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영웅 놀음은 집어치우고 전반적인 해방을 기다리십시다. 나는 그 이상은 더 나가지 않겠어요."
리유는 갑자기 피로를 느낀 듯이 일어섰다.
"옳은 말씀이에요, 랑베르, 절대로 옳은 말씀이에요. 그러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금 하시려는 일에서 마음을 돌려놓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일이 내 생각에도 정당하고 좋은 일이라 여겨지니까요. 그러나 역시 이것만은 말해 두어야겠습니다.
즉, 이 모든 일은 영웅주의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것은 단지 성실성의 문제입니다. 아마 비웃음을 자아낼 만한 생각일지도 모르나,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
"(성실성은) 일반적인 면에서는 모르겠지만, 내 경우로 말하면, 그것은 자기가 맡은 직분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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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의사는 말을 계속하려다가 타루를 물끄러미면서 또 주저했다. "당신 같은 사람이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떠세요? 그러나 세계의 질서는 죽음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니만큼, 아마 신으로서는 사람들이 자기를 믿어 주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그리고 신이 그렇게 침묵하고만 있는 하늘을 쳐다볼 것이 아니라 있는 힘을 다해서 죽음과 싸워 주기를 더 바랄지도 모릅니다."
"네." 타루가 그덕거렸다.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선생님이말하는 승리는 언제나 일시적인 것입니다. 그뿐이죠."
리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언제나 그렇죠. 나도 알고 있어요. 그러나 그것이 싸움을멈추어야 할 이유는 못 됩니다."
"물론 이유는 못 되겠지요. 그러나 그렇다면 이 페스트가선생님에게는 어떠한 존재일지 상상이 갑니다."
"알아요." 리유가 말했다. "끝없는 패배지요."
타루는 잠시 의사를 보고 있다가 일어서서 무거운 걸음의로 문 앞까지 갔다. 리유도 그의 뒤를 따랐다. 의사가 이미 그의 곁에 갔을 때 자기 발등을 보고 있는 것 같던 타르가 리유에게 말했다.
"그 모든 것을 누가 가르쳐 드렸나요, 선생님?"
대답이 즉각적으로 나왔다.
"가난입니다." - P172

 그러나 서술자는 차라리 훌륭한 행동에다너무나 지나친 중요성을 부여하다 보면 결국에 가서는 악의힘에 대해 간접적이며 강렬한 찬사를 바치게 되는 것이라고 믿는 편이다. 왜냐하면, 그런 훌륭한 행동이 그렇게도 대단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그 행위들이 아주 드문 것이고, 인간 행위에있어서 악의와 무관심이 훨씬 더 빈번하게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라는 말밖에는 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 것은 서술자가 공감할 수 없는 생각이다. 세계의 악은 거의가 무지에서 오는 것이며, 또 선의도 총명한 지혜 없이는 악의와 마찬가지로 - P176

많은 피해를 입히는 수가 있는 법이다. 인간은 악하기보다는차라리 선량한 존재지만 사실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들은 다소간 무지한 법이고 그것은 곧 미덕 또는 악덕이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가장 절망적인 악덕은 자기가 모든것을 다 알고 있다고 믿고서, 그러니까 자기는 사람들을 죽일권리가 있다고 인정하는 따위의 무지의 악덕인 것이다. 살인자의 넋은 맹목적인 것이며, 가능한 한의 총명을 다하지 않으면참된 선도 아름다운 사랑도 없는 법이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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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의 순간에야 비로소 사람들은 진실에, 즉침묵에 익숙해진다. 기다려 보자.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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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열심히 구할수록 사랑이 멀어져간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혹은 남에게 인정을 받으려 할 때 마음이 불안한가요? 그렇다면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랑과 인정을 받으려는 노력은 그 둘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되는 확실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는 있지만, 사랑 그 자체는 결코 잃어버릴 수 없습니다. 우리 자신이 바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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