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에 있어서 고통 자체는 그것의 비장감을 상실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또한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시민들, 적어도 그 생이별로 말미암아 가장 심한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은 그러한 상황에 길들어 버렸던 것일까? 꼭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들은 감정의 메마름 때문에 괴로워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 P237

물론 그들에게는 아직 불행과 고통의 태도가 남아 있었지만, 더 이상 그것을 예리하게 느끼지는 않았다. 사실 예를 들어서 의사 리유가 지적했듯이, 불행은 바로 그 점에 있는 것이며, 또 절망에 습관이 들어 버린다는 것은 절망 그 자체보다더 나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 P238

기억도 희망도 없이,그들은 현재 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실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현재로 변해 버렸다. 페스트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사랑의능력을, 심지어 우정을 나눌 힘조차도 빼앗아 가 버리고 말았다는 사실도 말해야겠다. 왜냐하면 연애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미래가 요구되는 법인데, 우리에게는 이미 현재의 순간 이외에는 남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 P239

카드를 정리하는 사람도 없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더 이상 아무것도 선택하는 법이 없었다. 페스트가 가지판단을 말소해 버린 것이었다. 그러한 것은, 자기가 사는 옷이나 식료품의 질을 더 이상 따지려고 들지 않는 그 태도에서도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일괄해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틀림없이 우리들의 사랑은 여전히 거기에 있었건만, 단지 그것은 무용지물이어서, 지니고 다니기에만 무거울뿐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생기를 잃어, 마치 범죄나 유죄판결과도 같은 불모의 존재였다. 그 사랑은 이미 미래가 없는 인내에불과했고 좌절된 기대에 불과했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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