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치를 강렬하게 요청할 때는 사실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있는 길이 막혀 있을 때이다. 정치적으로 모든 것이 억압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전체주의 상태가 아니라도 우리는 때때로 이런 상황을 경험한다. 휴머니즘의 시각에서 현실 문제를 예리하게 파헤기는 소설가인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가 《두 도시 이야기 (A Take of Two Cities)》에서 그리고 있는 것처럼 희망이 곧 절망인 상태가 그런상황이다. "그때는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모두 천국으로 향하는 동시에 반대의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 P136
"그러나 역사에서 모든 종말은 반드시 새로운 시작을포함하고 있다는 진리는 그대로 유효하다. 이 시작은끝이 줄 수 있는 약속이며 유일한 ‘메시지‘이다. 시작은, 그것이 역사적 사건이 되기 전에 인간이 가진 최상의 능력이다. 정치적으로 시작은 인간의 자유와 동일한 것이다. ‘시작이 있기 위해 인간이 창조되었다‘고아우구스티누스는 말했다. 새로운 탄생이 이 시작을보장한다. 실제로 모든 인간이 시작이다."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 2>, 284 - P134
절망의 한가운데서도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시작할 미래가 없다면, 무엇인가 시작할 수조차 없다면, 우리는 인간성을 완전히 빼앗긴다. - P135
정치가 역사로 변형되는 순간, 즉 다수의 사람이 하나의 역사 주체인 인류로 용해되는 순간 오히려 다수의 자발성을 파괴하는 야만이 시작된다. "이것은 역사의 야수적이고 비인간적인 측면의 원천으로, 이러한 역사는 처음으로 정치 안에서 그 완전하고도잔인한 목적을 완수한다."(한나 아렌트 <정치의 약속> 135) 역사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복수성을 파괴하는 것이 바로 야만과 비인간성의 원천이다. - P145
새로운 것을 해석하고 시작하는 능력, 즉 인간이 반드시 죽는다 할지라도 죽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시작하기 위해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행위의 내재적 능력이 없다면, 죽음을 향해달려가는 인간의 생애는 반드시 인간적인 모든 것을 황폐하게 만들고 파괴할 것이다.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344 - P154
"권력과 폭력이 동일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권력과 폭력은 반대의 것이다. 하나가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곳에다른 하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폭력은 권력이 위험에 빠질 때 등장하지만, 제멋대로 내버려 두었을 때는 권력의 소멸을 불러온다." 한나 아렌트 <폭력론>, 207
아렌트에 의하면 권력의 반대는 폭력이고, 폭력의 반대는 권력이다. 권력과 폭력은 인간 사회에서 필연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권력이 커지면 폭력이 줄어들고, 폭력이 늘어나면 권력이 작아진다. 여기서 우리는 아렌트의 놀라운 주장과 맞닥뜨리게 된다. 많은 사람이폭력의 반대를 비폭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폭력의 반대는 권력이라는 것이다. 비폭력은 새로운 정치적 행위와 관계를 확립하기 위한 권력이기 때문에 비폭력적 권력이란 말은 사실 중복적인 말이력이라는 것이다.권력은 곧 비폭력이기 때문이다. - P168
권력은 정당화가 필요하지 않으며, 정치 공동체의 존재 자체에 내재해 있다. 권력에게 필요한 것은 정당성 (legitimacy)이다. 일반적으로 이 두 낱말을 동의어로 취급하는 것은 복종과 지지를 동일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해이며 혼동이다. 권력은 사람들이 모여 협력 행위 (act in concert)를 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생겨난다. 그렇지만 권력의 정당성은 최초의 모임에서 나오는 것이지 그 후의 어떤행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당성이 도전받을 때는 과거에 호소함으로써 정당성의 기초를 삼는 반면, 정당화(justification)는 미래에 놓인 목적과 관계한다. 한나 아렌트 <폭력론> 202. - P170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지만, 그것은 결코 정당하지 않을 것이다." 한나 아렌트 <폭력론> 202 - P171
사람들은 권력을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 종종 폭력을 사용하지만, 폭력은 결국 권력을 파괴한다. 폭력은 결코 권력을 창조하지 못한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말에 빗대어 아렌트는 이렇게 말한다. "총구에서 가장 효과적인 명령이 나와서 가장 즉각적이고 완전한 복종으로 귀결될 수 있다. 총구에서 결코 나올 수없는 것은 권력이다."(한나 아렌트 <폭력론> 202) - P172
베버는 권력을 "특정한 사회관계에서 반대가 있는데도 자신의의지를 주장할 수 있는 기회"로 간단하게 규정한다. 베버의 권력개념은 의지를 갖고 있는 행위자를 전제한다. 행위자는 스스로 설정한 목적을 실현하는 데 적합한 수단을 선택한다. 목적의 달성 및 성공은 다른 행위자로 하여금, 강요에 의해서든 아니면 설득에 의해서든, 원하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능력에 달려 있다. 막스 베버는 이러한 능력을 권력이라고 부른다. 한나 아렌트는 이러한 능력을 오직 폭력과 강제력에만 부과한다. 어떤 사람들에게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폭력일 뿐이지 결코 권력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렌트는 전혀 다른 권력 개념을 제시한다.
"권력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협력 행위(to act in concert)를 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에 상응한다. 권력은 결코 한 개인의 속성이 아니다. 그것은 집단에 속하며 그 집단이 협조할 때만 존재한다." 한나 아렌트 <폭력론> 193 - P173
어떤 정권이 권력을 폭력으로 대체하려는 경향을 보일 때 우리는 더욱 정치적으로 행위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권력의 감소는 폭력에 대한 공개적인 초대이기"(한나 아렌트 <폭력론> 242)때문이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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