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S. 루이스(Lewis)의 『개인 기도』(Letters to Malcolm)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사람들이 날씨나 온갖 불편한 일에는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기근이나 박해가 닥칠 때 감당할 수 있는 인내심을 달라고구하는 것은 한마디로 ‘우스운 꼴‘이라고 말하네."
나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지역에서 몇 달을 보낸 적이 있다.그런데 평범한 미국인으로 집에서 갓난아이와 걸음마쟁이와하루를 보내던 때보다 긴장과 위험의 한복판에서 내가 훨씬 평안해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나에게는 위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깊은 어두움 가운데서 자비의 작은 반짝임을 구하게 하는 고통의 신학이 있었다. 그러나 나의 신학은 반복되는일상에 와 닿기에는 너무 컸다. 나는 단조로운 일상에서는 하나님을 무시하는 습관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 P84

로드 드레허(Rod Dreher)는 평범한 하루에서 느끼는 절망감과 싸우는 것에 관해 이렇게 쓴다. "문제는 일상이다. 전쟁을 겪거나, 허리케인이 지나가거나, 파리에서 한 달을 보내거나, 지지하는 후보가 선거에서 당선하거나, 복권에 당첨되거나, 정말로원하던 것을 샀을 때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것은 쉽다. 오늘 하루 어떻게 절망하지 않고 살아 낼지 알아내기란 훨씬 어렵다.""
나는 바울이 말한 대로 "무슨 일이든지 불평과 시비를 하지[않고 할]"(빌 2:14) 자신이 도저히 없다. 좀더 자족하기를 원하거나 스스로에게 힘내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나는 슬픔, 좌절, 분노가 찾아오는 이 작은 순간들에 그리스도를만나는 법을, 작고 우울하며 답답해미칠 지경인 화요일 아침에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깨어짐과 구속에 관한 큰 이야기와 마주하는 법을 연습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핍박, 무거운 고통, 죽음으로써 그리스도의 고난에 함께 동참하기를 상상하고 기대하면서 그리고 설교하고 가르치면서 살 것이다. 실제로는 불평과 불만과 수준 낮은절망에 시간을 쓰면서 말이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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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수도원 운동에 속한 한 공동체 하우스 벽에는 이런 글귀가 걸려 있다. "모든 사람이 혁명을 원한다. 아무도 설거지를 원하지는 않는다." 나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거대한 방식으로 새롭고 온전해지기를 열망하는, 즉 혁명을 원하는 그리스도인이었고 지금도 이 사실은 변함없다. 그러나 설거지를 배우지 않고 혁명에 이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달았다. 그리스도인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영적인 삶과 훈련은 조용하고 반복적이며 평범하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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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습관을 바꾸려 할 때 우리가 즉시 실천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일까? 반대로 하는것이다!
- 에픽테토스, 대화록, 1,27.4

탁월한 심리학자이면서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였던 빅터 프랭클은공포증과 신경질환에 고통받는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다.
불면증 환자가 있을 때 기존의 의료계에서는 이완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일반적인 처방이었다. 하지만 프랭클은 환자들에게 "잠들려고 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방법으로 환자의 강박관념을 해방시켰다.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우리는 강박관념에 휩싸인다. 그때의 강박관념은 겉으로는 성공에 대한 의지인 듯 보이나 실제로는 장애물이다. 성공하고 싶다면 성공에 대한 ‘가짜 의지‘를 버려야 한다. 성공에대한 진짜 의지는 역설적으로 성공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마찬가지이다. 실패하고 싶지 않다면 실패에 대한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한다. - P198

나는 한 번도 내 의지를 방해받은 적이 없네. 내 의지를 강제하는 일을 겪지 않았어.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 수 있을까? 내 선택을 신의 의지와 함께하도록 묶어 놓으면 된다네.
신의 의지가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바로 나의 의지야. 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야. 그가 나로 하여금 무언가를 갖게 하고 무엇을 주고자 한다면 나는 그와 동일한 것을 희망할 것이야. 신이 바라지 않으면 나 또한 희망하지 않네.
-에픽테토스, 대화록, 4.1.89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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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로하려고 애쓰는 그 사람이 때때로 당신에게 도움을 주는 이단순하고 평온한 말들 속에서 아무 고통 없이 편히 살고 있다고는 생각지 마십시오. 그 사람의 삶에도 수많은 괴로움과 슬픔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그 말들을 찾아내지도 못했을 겁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P216

생각만으로는 새로운 행동을 할 수 없다. 행동을 통해서만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다. - P227

당시 내 기도는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며 마음속 계단을 걸어 내려가 마침내 자아의 중심에 위치한 하느님께 다가가는 방식이었다. 나는 간곡히 하느님을 찾고 찾고 또 찾았지만 그 순간 이미 하느님과 합일된 상태기도 했다. 이따금 나는 마치 하느님이 내게 말을 걸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건 단지 내 상상에 그치는 일이 아니었다. 너무나 실체적인 경험이었다. 최근 나는 오랜 시간 기도해온 사람들은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가 변할 수 있다는 글을 읽었다. 기도에 관해 연구한 스탠퍼드대학 인류학자 마리 루어먼 MarieLuhrmann은 "기도 수행자들은 기도 속에 몰입됨에 따라 감각이 점점더 예리해진다고들 말한다"고 썼다. "향기는 더 짙어지고 색깔은 더선명해진다. 그들의 내적 감각 세계는 한층 생생하고 세밀해지며 때로 생각과 심상은 마치 마음 밖에서 유래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겐 공감 가는 말이다. 진실이 어떻든 나는 하느님을 찾고 있으면서도 바로 그 순간 하느님이 내게 말을 걸고 계심을 알았다. - P229

1970년대 초 뉴먼 센터는 급진적 진보주의로 명성을 얻었다. "대학이라는 장소 자체가 당시의 수많은 사회운동이 움튼 중심지였다"
고 1968년 사제로 임명됐던 잭 윈더마이어는 회고한다. "반전운동,
평화운동, 시민운동, 빈민 캠페인 등 무수한 활동이 있었다. 뉴먼 센터는 진보주의와 동지애가 지배적이던 당시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있었다."
센터에서 내가 가장 사랑했던 것 중 하나는 잭과 그의 부사제 앨러너 클리어리가 평화운동, 베트남전, 환경운동 같은 그날의 이슈를종교적으로 되짚어 보거나 사랑의 의미, 신에게 우리의 의미 같은좀 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는 대화형 설교였다. 사제들의 이야기가끝나면 누구든 연단에 올라 자신의 생각을 덧붙일 수 있었다. 매우참여적이었다. 교회에서는 응당 발언권을 무시당하기 십상이던 여성들에겐 특히 더 특별한 환경이었다. 오늘날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톨릭교회와는 사뭇 달랐다. 하지만 당시는 특별한 시대였고 나는 그모든 것을 사랑했다. - P230

어찌어찌해서 나는 오빠 얼이 사는 집으로 갔다. 볼티모어였다.
오빠 집에 도착해 현관 앞에 선 채로 울면서 조금 전 일을 오빠에게말했던 걸 기억한다. 얼은 나를 꼭 안고 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달래줬다. 그러고서 그가 해준, 그 현명하고 위안이 됐던 말을 나는 영영 잊지 못할 것이다. 오빠는 내 눈을 침착하게 들여다보며 말했다.
"마샤, 참 다행이다, 그치?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능력이 네게있다는 걸 알게 됐잖아. 너는 위대한 사랑을 할 능력이 있어. 그런능력을 평생 깨닫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마음 깊은곳을 울려준 이 말이 내 존재를 사로잡고 있던 비탄을 씻어 내렸다.
오빠의 말은 지금까지 내가 타인에게서 들은 가장 감동적인 말 중하나로 꼽힌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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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배당으로 들어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제단 뒤 십자가가눈에 들어왔다. 그때 내가 신께 어떤 기도를 읊조렸는지는 기억나지않지만 그 커다란 십자가상을 바라보고 있을 때, 어느 순간 갑자기예배당 전체가 아른아른 빛나는 눈부신 금색 광선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나는 금세 환희에 차서 깨달았다.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확신에 기쁨이 넘쳤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신은 내 안에 계시다.
나는 신 안에 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나는 곧장 예배당 밖으로 뜀박질해 계단을뛰어올라 2층에 있던 내 방으로 갔다. 방에 들어선 나는 한동안 선채로 꼼짝할 수 없었다. 외치듯 나는 말했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해." ‘나 자신을‘이라고 말한 순간 그 나 자신이 더는 전과 같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 시절 만약 누가 내게 "너는 너 자신을 사랑하니?"라고 물었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나는 그를 사랑해." - P166

하느님이 모든 사람과 모든 것에 깃들어 계심을, 하느님이 모든사람과 모든 것을 사랑하심을 차츰 터득하면서 내 개인적 경험도 확장됐다. 그 깨달음은 보편적 통합이자 거대한 합일이자 테레즈 수녀님이 말한 보편적 선에 대한 인식이었다. 나는 그 모두가 어디에나존재함에 눈떴다. 시카고에서 버스를 탈 때는 사람들을 한 명씩 다붙잡고 소리쳐 외치고 싶었다. "당신 안에 하느님이 계시다는 걸 아세요?" (하지만 이번만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나는 이 체험을 소수에게만 말했다. 개인적 경험이라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몰라서기도 했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 일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 뻔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나조차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뭔가 변화가 일어났음을 깨달았을 뿐이다. 나는 대학 시절 영적 지도자 안셀름에게는 이 일을 털어놓았고 테드에게는 꽤 한참 후에야 전했다.
테드 말로는 1967년 그 경험 이후 어느 날 내가 이렇게 말했다고한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을 돕는 일에 평생을 바치기로 했어요." 그는 내 다짐에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나는 그 일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그 다짐으로 신에 대한 맹세가 더 굳어지고 북돋워졌으리나. - P168

이 경험 이후 여전히 로욜라대학에 다니는 수년 동안 나는 아파트로 돌아오면 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내 중심으로 침잠해 들어가 하느님이 존재하심에 대한 희열을 느끼는 일을 낙으로 삼았다. 그 몇년 동안 침대 옆 협탁에 영적인 책들을 쌓아두고 밤마다 읽으며 위안을 얻기도 했다. 내가 영적인 책을 얼마나 많이 읽고 있는지 세어봄으로써 내 기분 상태를 가늠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학부 과정 필독서 중에는 프랑스 고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이자 예수회 사제인 피에르 테야르 드샤르댕Pierre Teilhard de Chardin의 저서 《현상으로서의 인간The Phenomenon of Man》도 있었다. 나는 자정부터 아침까지 밤을 새워 하룻밤 만에 책을 완독했다. 이 책에서 그는 의식과우주에 관해 이야기하며 우주가 일체성과 합일의 지점을 향해, 즉그가 명명한 일명 오메가 포인트를 향해 거스를 수 없는 진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파한다. 말하자면 오메가 포인트는 보편적 의식과신성이 융합되는 지점이다. 그는 성 테레즈와 견해를 같이하며 오메가 포인트에서 보편적 선을 봤다. 나는 이 두 명의 위대한 인물, 성테레즈와 테야르 드샤르댕의 사상에 푹 빠져들며 이들과 교감을 느꼈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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