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배당으로 들어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제단 뒤 십자가가눈에 들어왔다. 그때 내가 신께 어떤 기도를 읊조렸는지는 기억나지않지만 그 커다란 십자가상을 바라보고 있을 때, 어느 순간 갑자기예배당 전체가 아른아른 빛나는 눈부신 금색 광선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나는 금세 환희에 차서 깨달았다.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확신에 기쁨이 넘쳤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신은 내 안에 계시다.
나는 신 안에 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나는 곧장 예배당 밖으로 뜀박질해 계단을뛰어올라 2층에 있던 내 방으로 갔다. 방에 들어선 나는 한동안 선채로 꼼짝할 수 없었다. 외치듯 나는 말했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해." ‘나 자신을‘이라고 말한 순간 그 나 자신이 더는 전과 같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 시절 만약 누가 내게 "너는 너 자신을 사랑하니?"라고 물었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나는 그를 사랑해." - P166

하느님이 모든 사람과 모든 것에 깃들어 계심을, 하느님이 모든사람과 모든 것을 사랑하심을 차츰 터득하면서 내 개인적 경험도 확장됐다. 그 깨달음은 보편적 통합이자 거대한 합일이자 테레즈 수녀님이 말한 보편적 선에 대한 인식이었다. 나는 그 모두가 어디에나존재함에 눈떴다. 시카고에서 버스를 탈 때는 사람들을 한 명씩 다붙잡고 소리쳐 외치고 싶었다. "당신 안에 하느님이 계시다는 걸 아세요?" (하지만 이번만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나는 이 체험을 소수에게만 말했다. 개인적 경험이라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몰라서기도 했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 일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 뻔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나조차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뭔가 변화가 일어났음을 깨달았을 뿐이다. 나는 대학 시절 영적 지도자 안셀름에게는 이 일을 털어놓았고 테드에게는 꽤 한참 후에야 전했다.
테드 말로는 1967년 그 경험 이후 어느 날 내가 이렇게 말했다고한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을 돕는 일에 평생을 바치기로 했어요." 그는 내 다짐에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나는 그 일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그 다짐으로 신에 대한 맹세가 더 굳어지고 북돋워졌으리나. - P168

이 경험 이후 여전히 로욜라대학에 다니는 수년 동안 나는 아파트로 돌아오면 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내 중심으로 침잠해 들어가 하느님이 존재하심에 대한 희열을 느끼는 일을 낙으로 삼았다. 그 몇년 동안 침대 옆 협탁에 영적인 책들을 쌓아두고 밤마다 읽으며 위안을 얻기도 했다. 내가 영적인 책을 얼마나 많이 읽고 있는지 세어봄으로써 내 기분 상태를 가늠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학부 과정 필독서 중에는 프랑스 고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이자 예수회 사제인 피에르 테야르 드샤르댕Pierre Teilhard de Chardin의 저서 《현상으로서의 인간The Phenomenon of Man》도 있었다. 나는 자정부터 아침까지 밤을 새워 하룻밤 만에 책을 완독했다. 이 책에서 그는 의식과우주에 관해 이야기하며 우주가 일체성과 합일의 지점을 향해, 즉그가 명명한 일명 오메가 포인트를 향해 거스를 수 없는 진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파한다. 말하자면 오메가 포인트는 보편적 의식과신성이 융합되는 지점이다. 그는 성 테레즈와 견해를 같이하며 오메가 포인트에서 보편적 선을 봤다. 나는 이 두 명의 위대한 인물, 성테레즈와 테야르 드샤르댕의 사상에 푹 빠져들며 이들과 교감을 느꼈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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