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연주하던 기타가 하나 있었다. 표면에 광택제를 바르지 않아 나무의 결과 감촉이 그대로 느껴지던 클래식 기타. 오랜동안 연주하고 매만지면서 그 위로 눈물과 땀을 떨궜었던 기타. 오래동안 나와 함께 한 그 기타의 목부분은 내 손길에 의해 그 어떤 광택보다 깊고 맑은 빛을 띄게 되었었다.

기억은 그렇게 따스한 마음, 눈물과 미소로 오래동안 매만질 때
깊고 맑은 추억의 빛으로 울려오는 것이 아닐까?
추억을 바라보는 삶은 미래 지향적이지 못하다고 비난받곤 한다.
그러나 기록과 기억만이 있고 내일을 향한 욕망만 가득한 삶 만큼 공허하고 황폐한 무늬가 있을까?
맑고 깊은 추억은 "지금-여기"를 또한 바로 "내일"을 위한
흥겨운 리듬과 고운 선율로 춤추게 하지 않던가?
너무나 힘겨운 상처로 얼룩진 기억도
여리게 떨려오는 포근한 손길에 의해
바다의 깊은 일렁임 닮은 춤사위로 울려오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