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름의 깊이에 머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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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도]
제법 아는 척, 꽤 된 척 말게 하소서. 모름지기 모름을 지키게 하소서. 내가 아무 것도 아닌 것을, 내가 터무니없는 물건임을 알게 하소서.
"박재순님의 삶의 씨앗: 짧은 말씀, 깊은 생각 54호"에서
; 모름지기, 모름을 지킨다는 모름지기는 마땅히, 당연히의 뜻을 지니고 있다. 모름을 지키는 것이 마땅한 일이요, 당연한 일이란 뜻이었을까? 많은 것을 알고, 그 지식을 통해서 타자를 지배하려는 거대한 흐름 속을 살아가고 있다. 그 속에서 모름에 머무는 일은 거센 결을 역류해가는 어려운 일일게다. 그러나 아는 일의 뜻함이 성장과 지배가 아니라 성숙과 생명의 변화라면 얕은 수심에 비친 왜곡된 얼굴이 아니라 너무나 깊어 검은 수면에 비친 맑은 자화상을 그대로 만나는 일이 중요하다. 너무나 깊어 그 안으로 빨려들어갈까 두렵고, 무엇이 있는지 알 수없는 모름의 깊은 어둠에 자신과 세상을 비춰볼 때, 참된 자유와 생명을 살아낼 수 있다. 완벽한 정답의 그 단단함은 주검을 닮아있다. 오히려 생명은 끊임없이 변하는 죽음의 부드러움이다. 모름은 바로 그 생명의 변화가 숨쉬는 공간과 흐름이다. 그래서 정답이 없는 불안함은 오히려 자유로운 생명력의 나래가 날아오를 여백으로 변하고, 지식의 틀이나 혀끝의 허망한 환상보다 살아꿈틀거릴 생명의 잉태를 바라보게 한다. 바로 모름의 긴장과 불안에 깊이 침잠해갈 때....
쌓아가고 채우는 지식은 힘과 권력을 검어쥔 착취의 칼날이 되기 쉽다. 그리곤 정당한 노력과 공평한 경쟁에서 얻는 당당한 권리라고 합리화된다. 동시에 거기에서 패배한 사람은 열등감과 자괴감 속에서 질투하면서 짙밟혀간다. 그러나 지혜는 오히려 지식을 비워가고 글자와 표면에 비친 소유의 대상들 배경에 검고 깊이 놓여있는 마음의 힘이다. 비워가는 지혜와 채워가는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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