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지킴이 오동환 씨의 우리말 어휘에 관한 7번째 책 <오동환의 우리말 생각>은 우리말의 어디가 틀렸다, 무엇이 맞다 등 단순하고도 삭막한 논거와 논란 차원을 넘어 언어학자 안목의 풍부한 설명과 예거, 예화를 곁들여 관심과 흥미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평소 이렇게 말하는 전직 언론인이 있다.
“모든 법은 지켜야 하고 따라야 한다. 설사 악법(惡法)이라고 해도 그렇다. 하물며 하늘 아래 가장 고상하고도 선량한 우리말 ‘어법’이며 ‘문법’이랴. 따라서 ‘40년 동안 학생들을 가리켜왔다(가르치진 않고)’고 말하는 대학 총장은 우리말 법정에 세워져야 마땅하고 지당하다. 그래서 ‘우리말 어법 문란죄’와 ‘가르치진 않고 손가락으로 해와 달만 가리켜온 직무유기 죄’를 물어 땅땅땅… 적어도 40년 징역형은 선고해야 타당하다.
또한 태풍 매미의 홍수로 온통 물난리가 난 지역을 가리켜 ‘불에 타 재만 남았다’(초토화됐다)고 말하는, 그야말로 물과 불, 물불도 가리지 못하는 TV뉴스 앵커에게도 우리말 어법 문란 죄 내지 심각한 우리말 오도 죄를 걸어 최소한 10년 징역형은 때려야 한다.”
그는 95년 출판, 베스트셀러가 된 <개나라 말 닭나라 국어>를 비롯해 <한국인은 한국말을 못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모두 한 글자로 되어 있다> <우리말 죽이기 우리말 살리기> 등 우리말 관련 서적을, 다시 말해 우리말을 바로 쓰자, 아끼고 사랑하자, 찬양하자는 뜻의 우리말 지키기, 우리말 살리기 책만도 7권이나 지어낸 전직 언론인 오동환 씨(전 경향신문 논설위원?시인)이다.
이번에 낸 7번째 우리말 관련 저술인 <오동환의 우리말 생각> 또한 한 마디도, 두 마디도 우리말을 바로 알고 바로 쓰고 사랑하자는 취지에서다. 저자는 이번의 책 서문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지구인 연합군과 외계인이 전쟁을 하다가 맞닥뜨린다면 영어로 꾸짖고 영어로 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영어는 지구인의 대표적인 언어다. 그런 만큼 영어를 안 할 수는 없고 해도 썩 잘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영어는 세계 최대 언어이지 결코 세계 최고 언어는 될 수 없다.
세계 최고의 언어란 두 말 할 것도 없이 각국의, 각자의 모국어일 수밖에 없다.
영어가 언어제국주의의 ‘황제어(皇帝語)’라면 각국의 언어는 왕국언어, 제후국 언어로나마 변방에 존재할 것이고 그 민족이 지구상에 잔존하는 한 영원할 것이다. 예컨대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t)를 ‘지저스 크라이스트’로 영어 발음할 수는 없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팝 잔 폴 투(Pope John Paul Ⅱ'로 영어 발음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영어는 영어, 폴란드 말은 어디까지나 언제까지나 폴란드 말인 것이다. 가장 소중하고도 자랑할 만한 우리 대한민국 언어, 우리말도 마찬가지다. 어휘 하나, 말 한 마디도 올바로 알아야 하고 올바로 써야 한다. 특히 영향력이 큰 언론인과 문필가들이 모범이 돼야 하고 시범을 해야 한다.”
특히 이번의 <오동환의 우리말 생각>은 우리말의 어디가 틀렸다, 무엇이 맞다 등 단순하고도 삭막한 우리말 논거와 논란 차원을 넘어 언어학자 안목의 풍부한 보충설명과 예거(例擧), 예화(例話)를 곁들여 관심과 흥미의 깊이를 더했고 언어의 문화사적, 철학적 해석까지 쏟아 부어 도대체 어휘 하나, 말 한 마디와 관련해 얼마나 많은 지식과 학문의 깊이까지 들어가 볼 수 있는가의 바로미터, 그러한 모범을 보인 하나의 대표적인 예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  학부모는 모두 '자웅동체' '남녀추니'들인가?

 1967년 쌍둥이로 태어난 한 사내아기가 포경수술 중에 페니스를 잃는 사고를 당한다. 당황한 부모는 고민 중에 존스 홉킨스 병원의 성 정체성과 성전환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아이의 성을 바꾸고, 이렇게 길러진 쌍둥이 케이스는 남성이나 여성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어떤 성으로 길러지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잇다는 살아 있는 증거로 지난 30년 동안 현대 의학과 페미니스트 운동가들에 의해 반복 인용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여자 호르몬과 여성의 기대역할을 강요받으며 자랐던 쌍둥이는 14세가 되던 해, 자신의 강요된 성 정체성에 저항했고 마침내 다시 남자로 살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되찾기까지의 한 남자의 생존기를 그린 감동적인 휴먼 다큐멘터리로, 존 콜라핀토라는 기자에 의해 증언 기록 되었다. 책에 등장하는 대화는 모두 상담기록이나 혹은 당사자가 한 말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으로 소설적 분위기를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대화나 장면은 하나도 없다고.인간의 성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성은 타고나는가,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가? 이러한 성의 천성 결정론과 환경 결정론에 관한 문제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학자들의 논쟁거리가 되어왔다. 그런데 이런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의학과 사회학계에서 성 환경 결정론을 증명하는 사례로 오랫동안 인용되어온 ‘쌍둥이케이스’다.
이 케이스는 존스 홉킨스 병원의 성 정체성 및 성전환 전문가인 존 머니 박사가 제시한 것으로, 유아기 때 생식기를 잃은 쌍둥이 사내아이의 성을 여자로 바꾸고 정신과 치료와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였더니 아무 문제없이 여자로 자라났다는 것이다. 이 사례를 근거로 성의 환경 결정론이 득세하게 되었으며, 이후로 이 케이스는 성 정체성 결정에 관한 모든 논란을 불식시키는 유일무이한 케이스로 인정받아왔다.
그렇다면 정말 환경이 성을 결정하는 것일까? 저자는 이 케이스에 일반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던 숨겨진 사실들이 있음을 폭로한다. 그것은 한 인간의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인 동시에, 의학계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감춰지고 왜곡돼 왔던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1967년 캐나다 위니페그에서 일란성 쌍둥이의 형인 브루스는 생후 8개월이 되던 어느 날, 포경수술 중에 의료사고로 페니스를 잃는다. 브루스의 부모, 론과 재닛은 불완전한 생식기를 가지고 태어난 신생아들의 경우, 수술과 호르몬 치료를 통해 적합한 성을 부여하면 된다는 성전환 전문가 존 머니 박사의 권유로 아이의 성전환수술을 결정하게 되고 브루스는 여자아이 브렌다로 길러진다.
페미니스트 운동의 시금석이 된 이 ‘쌍둥이케이스’는 사고를 당하지 않은 쌍둥이 동생은 남자로 자라났기 때문에 보다 더 큰 평가를 받았으며, 완벽한 의학적 성공 사례로 손꼽혔다. ‘쌍둥이케이스’는 현대 의학과 사회학에서 가장 유명한 사례가 되었으며, 남성이나 여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성으로 길러지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살아있는 증거로 지난 30년 동안 반복해서 인용되었다. 또한 유사한 사고나 비정상적인 생식기를 가지고 태어난 수많은 신생아들에 대한 치료 기준으로 사용되어 성전환의 관례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 케이스는 완벽한 실패로 드러났다. 유명한 쌍둥이는 처음부터 자신의 강요된 성 정체성에 저항했다.
성전환수술을 받은 브루스(브렌다)는 매년 정기적으로 존 머니의 연구실이 있는 볼티모어의 존스 홉킨스 대학으로 가서 상담을 받아야 했다. 여기서 존 머니 박사는 자신의 연구 업적을 위해 브렌다는 물론 브렌다의 남동생 브라이언까지 자신의 명령에 철저하게 따르도록 강요하면서 연구를 진행한다.
머니 박사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던 브렌다는 14세가 되던 해에 자신이 남자로 태어났다는 사실과 사고로 페니스를 잃고 여자로 성전환수술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뒤 브렌다는 남자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데이비드 라이머로 이름을 바꾼 뒤에 페니스 재건 수술을 받는다. 그리고 두 번의 자살 시도라는 정신적 공황을 겪은 뒤에 마침내 지금의 아내 제인 폰테인과 결혼한다.
데이비드가 브렌다였을 때 그는 자신이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주위에서는 끊임없이 여성성을 강요한다. 이런 정신적인 공황 속에서 데이비드는 사고로 페니스를 잃은 육체적 고통보다도 스스로가 느끼는 정체성대로 살지 못하는 정신적 고통이 더 컸다고 고백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성은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관한 천성 결정론이나 환경 결정론에 관한 첨예한 논쟁을 벗어나, 한 인간이 자신의 육체적?정신적 상처를 극복하면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과 ‘강요받지 않는 선택의 중요성’을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에게 제시한다.
성 정체성 논쟁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으로
브렌다로 살아온 데이비드 라이머의 이야기가 주는 울림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성 정체성에 대한 담론이나 논쟁이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성은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관한 논쟁을 넘어서서 ‘인간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에 주목한다. 그는 발문에서 다음과 같이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다.
“그(데이비드 라이머)는 단순히 성 정체성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놓고 고민했던 인물이다. 그의 경험담은 독특하기는 하지만, 비웃고 억압하는 세상에 맞서서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 헤맸다는 점에서 보편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론 라이머가 출생의 비밀을 털어놓았을 때 브렌다가 던진 첫 번째 질문이 ‘왜 그런 수술을 받게 했느냐’가 아니고 ‘예전 이름은 무엇이었냐’였다는 말을 듣고 가장 가슴이 뭉클했다. ‘나는 누구냐’에 해당되는 이 질문을 통해서 데이비드는 인생을 새롭게 시작한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남자와 여자’라는 이분법적 도식을 과감히 뛰어넘어 ‘인간이란 무엇인가’와 ‘존중받아야 할 인간성’에 대해 논한다. 그것은 남성과 여성의 성적 특징을 모두 지닌 ‘양성’에 대해 이 책의 후반부에서 상당부분 언급되고 있는 점과, 저자가 그들을 성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기보다는 그들의 인간성이 어떻게 억압받아 왔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저자는 성기의 구조나 성적 특징에 따라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인간성을 데이비드 라이머의 삶을 통해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은 그가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든 자신의 삶을 선택할 권리를 가지며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데이비드 라이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 담론을 뛰어넘는 발언을 하는 것에 주목한다. 그의 말에서 우리는 남자나 여자로 살아가는 것 이상으로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배우게 된다.
“저는 아내를 존중하고 가족을 위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게 남자다워지는 길이라는 걸 아버지를 통해 배웠습니다. 그런 게 섹스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말입니다. 존 머니는 우리 아이들의 친아버지를 진정한 남자라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저는 친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을 아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게 바로 진정한 남자입니다.”
자신의 삶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
비록 이 책은 성과 성 정체성을 다루고 있지만 단순히 성은 ‘타고나는 것’이라거나 ‘환경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는 식의 단정을 내리지 않는다. 저자는 오히려 한쪽 견해에 일방적으로 매몰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성은 한 인간이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런 자신의 생각을 이 책에 등장하는 라이너라는 의사의 말을 통해 제시한다.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야죠. 어느 쪽 성이 맞는 것 같은지 결정해야 할 사람은 본인 아닙니까.”
페니스를 잃는 사고를 통해 데이비드는 브루스, 브렌다, 데이비드라는 세 가지 인생을 살아야 했다. 사고를 당한 아이에게는 자신의 성을 선택할 어떤 선택권도 주어지지 않았으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자유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성 심리학 권위자인 머니 박사는 양성으로 태어났거나 사고로 성기를 잃은 경우, 의도적으로 남성이나 여성으로 성을 정해주고 정신과 치료와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면 주어진 성에 따라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근거없는 믿음으로 그는 주어진 성에 저항하는 브렌다의 태도와 반응을 자신의 연구에 유리하게 해석했고, 결국 그의 이기심 때문에 한 인간의 삶이 철저하게 재단되었으며 가족들까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을 통해 저자는 아무리 완벽하게 성을 바꾸거나 치료를 한다 해도 당사자의 의사가 배제된다면, 그것은 오히려 고통과 절망만을 안겨줄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분히 선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성, 그것도 성전환을 경험한 인물의 삶을 통해 이 책의 저자는 오히려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인간성에 대한 첨예한 질문을 제기한다.

 이 책은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를 포함한 성에 관한 다수의 논문들로 구성되어 있다.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는 '꿈의 해석'과 더불어 인간의 삶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독창적인 작품의 하나로 꼽히며, 1905년 처음 발표된 이후 약 20여 년에 걸쳐 수정 보완되면서 판을 거듭한 유명한 작품이다. 성적 충동이 인간의 심리 현상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동인이며, 유아에게조차 성욕이 존재한다는 프로이트의 주장은 당대의 사회에 충격을 몰고 왔다.

 

 천부경에 대한 완전한 입체적 해석이 담겨 있다. 천부경은 물론 삼일신고, 다물홍방가 등에 대한 자세한 해설이 실려 있고, 도덕경, 팔쾌 등을 천부 사상에 입각해 풀이하고 있다. 게다가 고대의 천부 사상을 전체적으로 조감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신화를 총망라했으며, 우리나라 고대 유물, 유적을 통한 고증이 따른다. 이 밖에도 그 동안 신비의 베일에 가려져 있던 격암유록의 핵심적 부분들을 천부 사상을 통해 밝혀 놓았다. - '복희-여와도'는 동양식의 '남녀추니(양성 일체, Androgyne)도'이다.

 

 이것은 괴이한 책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진정 누구인가
17-18세기 비밀출판물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악명 높은 문헌!
근대이성을 통해 낱낱이 파헤친 종교의 실체, 몇 세기에 걸친 금서의 완역
세계 3대 종교의 본질을 묻는 희대의 불온서
때는 17세기 말. ‘사상(思想)도 얼어버린다’는 북구의 나라 스웨덴 스톡홀름 궁전에서는 당대 제일의 지성적인 군주로 유명한 크리스티나 여왕이 이제나저제나 희소식이 당도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데카르트를 개인교수로 초빙할 만큼 학예와 철학에 조예가 깊은 여왕은 근래 들어 부쩍 유럽 전역을 들쑤시듯 떠돌고 있는 흉흉한 괴소문에 여간 호기심이 쏠리는 게 아니었다. 도무지 진원(震源)이 파악되지 않는 괴소문은 어느 한 정체불명의 문헌에 관한 것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서슬 시퍼런 검열을 피해 오로지 수사본(手寫本) 형태로만, 그것도 유럽의 극히 제한된 지식인 그룹을 중심으로 웬 끔찍한 내용의 문헌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에 크리스티나 여왕은 문제의 수사본을 단 한 부라도 구해오는 사람에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거금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소문만 무성할 뿐, 아무도 대령하는 자가 없었다. 그 당시 그 문헌을 구한다는 것은 결국 목숨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결국 생을 마치는 1689년까지 여왕은 문제의 괴문헌을 볼 수 없었다. 그로부터 23년이 더 지난 1712년, 자유의 나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사상 최초로 문제의 수사본이 『스피노자의 정신』이라는 제목으로 정식 서적으로 출간되었고, 그 부수는 고작 일흔 부였다. 다시 그로부터 9년이 더 지난 1721년 재판을 찍으면서 몇 가지를 좀더 치밀하게 수정, 보완한 텍스트를 주 텍스트로 삼아 300여 년이 지난 시점에서 프랑스 막스밀로 출판사가 2001년에 출간했다. 생각의나무에서 출간하는 이 책은 이 텍스트를 근간으로 하여 한국에 최초로 선보이는 희귀한 문헌이자 세계적인 금서이다.
세상의 모든 종교는 사기꾼들에 의해 정교하게 조작된 거짓일 뿐
이 책은 18세기 내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당시 전 유럽에서 출판되었고, 십여 차례에 걸쳐 거듭 필사되기도 했다. 스웨덴의 크리스티나 여왕이 이 책을 구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기도 하였고, 실제 저자의 정체가 무엇이냐는 문제를 놓고 끝없는 논쟁이 이어졌다. 심지어 숨은 저자가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일 거라는 추측이 나돌기도 하면서, 결국 초긴장 상태의 파리경찰이 직접 나서 이 책을 유통시키는 서적상을 일제 검거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그 이유는 단순했다.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필경 스피노자의 사상에 정통했음이 분명한 저자의 주장이 너무나도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즉, 세상의 모든 종교는 사기꾼들에 의해 정교하게 조작된 거짓일 뿐이며,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민중을 폭압하는 목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이 도발적인 책은, 유럽 전역에 계몽사상이 만연하기 한 세기나 앞서 이미 인간의 사고를 해방하려는 극단적 시도가 발화했고, 그 파괴적인 화력이 결국 프랑스 대혁명에까지 고스란히 이어갔음을 웅변으로 증명한다. 이 책은 일단 역사적 맥락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을 뿐더러, 온갖 종교적 갈등의 서슬이 시퍼런 현재에도 생생히 살아서 종교에 관하여 꼼꼼히 검토할 만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유난히 온갖 종교들이 성한 우리나라에서도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다른 관점에서 종교를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은 300여 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놀라울 정도로 쉽게 읽힌다. 필자의 정치한 논리와 위트, 유머가 섞인 문체를 따라가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야 마는 것이다. 문헌적 가치와 당대와 맞물리는 시사적인 가치를 고루 갖춤으로써 인간과 세상에 두루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 읽을 만한 책이다. -  아울러 안드로귀노스(Androgynos: 남녀추니)의 이야기야말로, 「창세기」에서 말하듯 아담의 늑골로부터 이브를 만들어내는 것에 비해 얼마나 근사한 발상이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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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주식 상장을 눈앞에 두고 회사에 출근한 간병 회사의 임원들.
엘리베이터에는 비밀 번호, 복도에는 감시 카메라.
철통 같은 경비망이 뚫리고 사장이 자신의 방에서 살해된다. 범인은? 흉기는? 살해 방법은?
어느 것 하나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사장실에서 가까운 자기 방에서 낮잠을 자던 히사나가 전무가 체포된다. 변호를 맡은 여변호사 준코는 히사나가의 무죄를 믿고 밀실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방범 컨설턴트를 찾아가는데......

이상한 방범 탐정과 상상을 초월하는 트릭, 이 두뇌 싸움에 압도된다!

2005년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품!

대박이다~

기시 유스케의 작품...

그것도 신작...

오오... 기대된다.

에헤라디여~

뽐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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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dai2000 2006-03-03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기쁜 소식입니다. 재능이 철철 넘치는 기시 유스케의 본격 추리물이라니 정말 기대되지 않습니까? ^^;;

물만두 2006-03-03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다이님 우리 뽐뿌 열씨미해요^^ 이 얼마만입니까~

jedai2000 2006-03-03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 앞으로 더욱 열심히 뽐뿌해서 기시 유스케의 다른 작품들- 읽어보신 분들은 <크림존의 미궁>을 최고로 꼽더라구요.-도 국내에 소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렵니다. ^^;;

물만두 2006-03-03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럼 이거 팍팍 밀어서 그것도 출판되게 힘을 모아 보자구요. 아자~

nemuko 2006-03-04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되어 나온다는 소식 맞죠?^^ 아이구 좋아라. 크림존의 미궁에는 저도 한 표~~~

물만두 2006-03-0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무코님 맞습니다. 정말 좋죠^^ 이거 우리 팍팍 밀어서 크림존의 미궁도 나오게 하자구요~

동그라미 2006-03-24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되네요!!!

물만두 2006-03-24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빨리 나왔음 좋겠어요~
 

 나치시대 히틀러와 함께 한 여인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하고 있는 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히틀러의 정부 에바 브라운을 비롯하여 제 3제국을 살았던 여성인물들의 삶을 다각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당대를 살았던 독일 상류사회 여성의 삶과 정신세계를 함축하고 있으며, 흥미롭고 신선한 내용으로 감추어진 역사의 이면을 색다르게 제시함으로써 독자의 눈과 마음을 자극한다.영혼을 저당 잡힌 히틀러의 여인들! 그녀들은 히틀러를 위해 저택, 고급 자동차, 값비싼 보석은 물론 식탁보에 이르기까지 아낌없이 바쳤을 뿐 아니라 히틀러를 위해서라면 절대적인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1923년 4월 3일, '뮌헤너 포스트' 지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히틀러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는 여인들에 대한 기사를 실으면서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히틀러에게 바치는 여성 골수 신봉자들을 신랄하게 비꼬았다. 물론 나치는 폭력집단을 동원해서 이 신문사를 박살내버린다.
지금 독일에서는 제 2차 세계대전의 과정에서 가정에 충실하고 헌신적인 희생자로 묘사되었던 독일여성상을 뒤집고 나치정권의 열렬한 협력자로 독일 여성을 그리고 있는 TV 다큐멘터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독일 민족을 파멸로 이끈 배경에는 히틀러를 숭배한 많은 여성들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히틀러는 여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연설을 할 때는 맨 앞줄에 열광적인 여성을 배치하는 등 독일 여자들이 자신에게 '메시아적 매력'을 느끼도록 유도했으며,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남자보다는 여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작 히틀러의 여성상은 정치나 사회에서 여성이 지도적인 위치에 올라서는 것을 절대로 용납치 않았다. 여성은 물레 앞에 앉아 실을 뽑거나 우월한 게르만인을 생산하는 도구로서의 역할만 인정되었을 뿐이다.
물론 이런 여성상에서 벗어나는 여자들도 있었다. 바로 핵심 권력층 주변에 있던 여인들이다. 이 책은 핵심 권력층 여인들의 삶을 통해 이들이 당시 일반 여성들과 얼마나 다른 삶을 살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당시 이 '우아한' 여인들의 생활은 철저한 베일 속에 가려져 있었다. 입 소문으로 흘러 다니는 이야기도 잘못 입에 올렸다가는 목숨을 걸어야 했다.
이 책에서는 모두 여덟 명의 여성들을 증언대에 세운다. 사진관 점원으로 히틀러를 만나 1944년 총통 관저 방공호에서 결혼반지를 끼고 함께 자살하기까지 숨겨진 정부情婦 노릇을 해야 했던 에바 브라운, 삼촌 히틀러의 정부라는 소문과 함께 의문의 권총 사살로 삶을 마감했던 겔리 라우발, 세계적인 여성 영화감독으로서 히틀러와 염문을 뿌렸던 레니 리펜슈탈, 남편을 버리고 전설적인 전투기 조종사인 헤어만 괴링과 사랑에 빠진 스웨덴 귀족 카린 괴링, 여섯 명의 자식과 함께 히틀러를 따라 자살로 생을 마친 막다 괴벨스 등이다.
사랑의 광기로 죽어간 여성들을 통해 역사적 진실을 캐나가는 흥미로움과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수전 손택의 세 번째 에세이 모음집
“수전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뉴욕 지성계는 그녀를 만들어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는 평을 받았던 수전 손택은 작년 12월 28일 뉴욕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기념 암센터에서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전후 비평의 전통적 태도를 버리고 예술 연구의 급진적 관능주의를 지지하며 내용이 아닌 형태를 중요시하고 고급과 저급의 경계를 “가장 파괴적으로 허물었”다는 그녀 특유의 날카롭고 시원스런 목소리는 이제 그녀의 남겨진 유작으로 만나보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손택에 뒤따르던 숱한 수식어가 말했던 것처럼 그녀에게는 특유의 풍부한 교양과 박식함으로, 때로는 거만하고 거침없이, 때로는 인간적이고 순수한 시선으로 소외되고 절망적인 것들에 따뜻한 시선을 담아 되살려내는 비범함이 가득했다. 수전 손택은 1960년대 미국 문단에 등장한 이후 철학과 예술, 문학 비평부터 영화, 연극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영역을 넘나들며 그녀만의 독자적인 안목과 간결하고 명쾌한 문장을 선보여 뉴욕 지성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에세이 모음집으로는 세 번째 책인 이 책 ''우울한 열정 Under the Sign of Saturn''(1980)은 1972년에서 80년 사이, 손택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정신적 절정기에 쓰인 글들이다.
앙토냉 아르토, 엘리아스 카네티, 레니 리펜슈탈, 발터 벤야민, 그리고 한스''위르겐 지버베르크, 거기에 더해 폴 굿맨과 롤랑 바르트와 같이 문학, 연극, 영화, 사진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영역에서, 우울함과 광기, 고통, 천재성 사이를 배회했던, 그리고 자신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일곱 명의 서구 아방가르드 지식인들에 대한 인물 평전이자 수전 손택 자신의 정신적 자서전이다.
'우울한 열정'이 담고 있는 글과 특징
첫 번째 에세이집 '해석에 반대한다'(1966)로 뉴욕 지성계에 스타덤에 오른 수전 손택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거나 잘못 알려진 작가들을 오로지 “광기와 그릇된 소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하고, 그들의 예술을 옹호하기 위해 집필 작업에 몰두하게 된다. 거기에는 우울과 고독으로 거리를 배회하는 발터 벤야민도 있었으며, 오만하지만 순수한 윤리적 열정의 소유자 폴 굿맨, 치열한 광기로 시대와 불화한 앙토냉 아르토와 병적 아름다움 집착하는 레니 리펜슈탈도 있었다.
이 에세이들은 발표되는 족족 당시의 문화 지형을 상당히 바꿔놓았는데, 아닌 게 아니라 이 책에 등장하는 일곱 명의 인물들은 서구 현대예술사의 다양한 물결에서도 가장 ‘얄궂은’ 유형에 속한다. 그야말로 “학계와 전문가들의 용(龍)”이 지키는 지적 전문 분야에서 “학술적 무단침입자”로 살아온 사람들이자, 뿜어져 나오는 광기와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을 재료 삼아 자유와 예술, 그리고 삶의 진실에 관한 현란한 수완을 발휘한 예술가들이다. 하지만 동시대 대중과 문화예술계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워, 아방가르드적 난해함과 그노시스적인 광기로 이해될 뿐인 사람들. 그러한 그들을 손택은 그녀 특유의 냉정하고도 합리적이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이들의 언어를 예술의 영역에 포함시키려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손택의 궁극적인 목표는 ‘열정’이 베인 아방가르드적인 언어의 확장에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원제로도 사용된 발터 벤야민에 관한 에세이 '토성의 영향 아래'는 사실 이 책에 시종일관 흐르는 기조이자 주제적인 글로 벤야민의 삶과 글을 작가의 ‘기질’이라는 측면에서 분석한 독특한 글이다. “나는 토성의 영향 아래 태어났다. 가장 느리게 공전하는 별, 우회와 지연의 행성……” 벤야민이 (심리학적 개념을 경멸하여 쓴) 점성술적 개념으로 동원해 스스로를 규정하듯 자신을 우울한(saturnine) 사람으로 생각했고, 향후 그의 모든 주요 연구와 글쓰기 과제에 그런 그의 기질은 투사된다. 벤야민은 프루스트, 카프카, 칼 크라우스 등과 심지어는 괴테에서도 토성적(우울한, 혹은 음울한) 기질을 발견하게 되는데, 특히 벤야민은 보들레르의 “구체화된 산책자(flneur) 상에 19세기적 감성을 결부시키면서, 자기 자신의 감성도 도시와의 몽환적이고 예민하고 미묘한 관계에서 대부분 이끌어”내게 된다.
초현실주의라는 그릇으로 담아내기가 어려울 만큼 버거운 인물 앙토냉 아르토에 관한 글(이 책에서 가장 긴 글인) 아르토에 다가가기는 원래 아르토 저작 선집의 소개 글로 쓰인 글로 아르토에 관한한 가장 권위 있는 글로 손꼽힌다. “연극이라는 예술 분야에 아르토가 미친 영향은 엄청난 것이어서, 요즘 서유럽과 미국에서 상연되는 진지한 연극의 줄기를 아르토 전과 아르토 후 이렇게 둘로 나눌 수 있을 정도다.”라는 손택의 평가는 아직까지도 연극에서의 아르토의 성과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만큼 유명하게 인용되는 문장이다. 손택은 이글에서 “작품에서나, 삶에서나” 아르토의 “결과로서의” 모든 것들을 실패했다고 규정하지만 “완성된 예술 작품이 아닌 독특한 존재, 모종의 시학, 사고의 미학, 문화의 신학, 수난의 현상”과 같은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문학적 모더니즘이라는 영웅적 시대의 마지막 위대한 본보기”로 칭송한다. 난해하기 그지없는 아르토를 그에 버금가는 난해한 문체로 해설한 것은 손택 자신이 글에서 주장하고 있듯, 읽을 수 없는, 본질적으로 흡수할 수 없는 작가를 본질은 무시하고 제멋대로 먹기 좋게 요리해 피상적으로 다루는 현대 비평의 경향을 비난하며 아르토가 “문학과 역사에 엄청난 분량의 고통을 남”겼듯 독자들에게도 일정한 분량의 고통을 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레니 리펜슈탈에 관한 글인 '매혹적인 파시즘'과 한스''위르겐 지버베르크에 관한 ''지버베르크의 히틀러''는 한때 우리 사회를 달궜던(그리고 현재까지도 의미 있는) ‘우리 안의 파시즘’의 원형적인 논의로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글들이다. '매혹적인 파시즘'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아주 이질적인 두 개의 제시물, 즉 수단 남부의 마지막 부족에 관한 리펜슈탈의 유명한 사진집 ''누바족의 최후''와 “공항 잡지 판매대나 ‘성인’ 서점에서 살 수 있는 값싼” 포르노 사진집 ''SS 제복''을 병치해 비교하면서, 이들 제시물이 갖는 공통적 근저에는 “아름다움을 병적으로 추구”한 파시즘적 탐닉이 숨어있다고 분석한다. 손택은 그 증거로 리펜슈탈의 나치시대의 작품(영화 ''신념의 승리''나 ''올림피아'' 등)의 근저에 흐르는 “영웅에 대한 대중의 복종”과 찬양이 전후 누바족에 대한 사진집 근저에 담겨 있는 “육체적 기술과 용기를 드러내고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누르는 것이 공동체 문화의 통합의 상징인 사회, 싸움에서의 승리가 ‘사람의 인생의 주요한 열망’인 사회를 찬양”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더 나아가 ''SS 제복''에서 드러나듯이 나치식의 제복과 가죽 채찍에 숨은 “제복에 대한 환상, 즉 공동체, 질서, 정체성, 능력, 정당한 권위, 정당한 폭력”의 상징도 전혀 다른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계속해서 '지버베르크의 히틀러'는 “충성을 유고하고 강요하는 고귀한 명작의 범주에 속”하는 1인극 영화 ''히틀러, 독일 영화''를 다룬 글이다. “우리가 없었다면 히틀러가 어떻게 있을 수 있었겠는가'”라는 도발적인 내레이터의 반복을 발견되듯이, 지버베르크는 나치즘을 독일의 악마성에서 기원된 것으로 보는 토마스 만의 관점을 수용한다. 손택에 따르면, 지버베르크는 히틀러가 야기한 수천만 명의 살해가 역사적 괴물의 등장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고 보며, “히틀러 사후에 여전히 살아있는 일종의 히틀러적 본성, 현대 문화에 유령처럼 존재하는 것, 현재를 가득 채우고 과거를 재구성하는 변화무쌍한 악의 원칙을 환기”시킨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버베르크의 영화는 결코 이러한 ‘실재’에 기반해 “정보의 표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치유적 이상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밖에도, 사회와 대립하는 개인 및 군중심리를 탐구한 ''군중과 권력''의 저자이며 “은둔하는 기인의 상으로서, 20세기의 상상력 속에서의 삶에서나 문학에서나 가장 큰 성취이자 순교자의 모습을 한 진정한 영웅” 카네티에 관한 글 '열정의 정신'도 주목할 만한데, 특히 손택의 이글이 발표(1980)된 바로 다음 해, 스웨덴 한림원은 그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머지 짧은 글인 '폴 굿맨에 대하여'와 '바르트를 추억하며'는 고인들의 부고를 접하고 고인의 생전 모습을 회상하며 쓴 애정과 애도, 존경이 어우러진 우아한 감상의 표본과도 같은 글들이 포함되어있다. 이들은 모두 손택의 말처럼 “최후의 심판에서, 최후의 지성인, 현대 문화의 토성적 영웅, 잔해, 반항적 시각, 몽상, 억누를 수 없는 우울함, 내리깐 눈을 지닌 인물들로 자기가 여러 ‘위치’를 가졌음을 설명하고 최대한 공정하고 비인간적으로 지성인의 삶을 그 최후까지” 옹호받아 마땅한 우리시대의 지성이다.

 모계 사회로의 흐름이 느껴지는 21세기에도 대한민국에는 호주제가 건재하고 여성을 학대하는 인간의 잔악성은 동물들 안에서 유일하다. 경제권을 확보하고 발언권이 커졌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불평등 속에 고스란히 노출된 여성들은 그 스스로도 모른채 이런 현실에 젖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잘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현실 중에 하나인 것이 바로 여성의 위대성. 이 책은 9년 동안 자료를 모은 역자의 노력으로 탄생하였다. 삶의 치열함, 사회적 성취 등으로 일세를 풍미한 20세기의 여성 35명을 중심으로 여성사의 도도한 흐름을 잡아내었다. 여성 역할 모델의 한 조각을 찾아낸 기쁨이 크지만 이것으로 만족하면 안된다는 경각심마저 느껴진다.
1권은 사회운동가와 예술가 20명을 소개한다. 1993년 『불멸의 여인들』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던 책을 수정, 보완한 내용이다. 형형하고 맑은 눈빛의 흑백 사진 속 여성들과의 만남이 반갑고 가슴 뿌듯하다. - 영상의 미술사 레니 리펜슈탈

 『역사를 이끈 아름다운 여인들』은 세상에 널리 알려진 50여 명의 여성인물을 소개한다. 이 책에 소개된 50여 명의 여성들은 역사를 이끌어간 여성들의 극히 일부분이지만 남성들에 비해 빛나지 않는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담당해온 수많은 여성들의 이름을 대변해 준다.
1부는 남자 못지않은 정치력과 카리스마를 보여준 선덕여왕이나 엘리자베스 1세와 같은 여성 정치인들을, 2부에서는 인류를 감동시킨 예술에 자신의 일생을 바친 예술가들을 소개한다. 3부는 세상 속에서 적극적으로 활약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4부에는 여성과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실려 있다. 독자들은 흥미로우면서도 진지한 그녀들의 삶을 돌이켜 보면서 인류 역사의 반을 담당해온 여성들의 위대한 업적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지난 일년여 동안 간 주간한국에 「역사 속 여성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연재한 칼럼을 하나로 모은 책이다.이 책에 실린 여성들은 저자가 1여 년 간 주간한국에 「역사 속 여성이야기」라는 칼럼을 연재하면서 만났던 여성들이다. 저자는 역사 속에 그 흔적을 아로새긴 이들 여성들과 만나면서 그녀들의 인생과 업적, 또 그녀들의 여성으로서의 고뇌들을 재발견하고, 공감하고 영향받았다. 그녀들로 인해 한 개인으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역사를 이끌어가는 한 축인 여성의 위치와 입장, 그리고 앞으로의 가야 할 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여러분도 함께 생각해보면 어떨지.
이 책에 실린 50여 명의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빛나지 않는 자리에 서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담당해온 수많은 여성들의 이름을 대변해주는 존재들이다. 그녀들로 인해 인류 역사의 반을 담당해온 여성들의 위대한 업적의 흔적들을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들 여성들은 때론 남성들보다 더한 카리스마로 세상을 바꾸어가기도 했고, 여성의 섬세함으로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때론 세상의 가장 그늘지고 낮은 데에서 핍박받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던지기도 했다. 남성들과 더불어 함께 역사를 만들어간 여성도 적지 않다.
역사 속에 그 흔적을 아로새긴 이들 여성들과 만나면서 그녀들의 인생과 업적, 또 그녀들의 여성으로서의 고뇌들을 재발견하고, 공감하고 영향받았다. 그녀들로 인해 한 개인으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역사를 이끌어가는 한 축인 여성의 위치와 입장, 그리고 앞으로의 가야 할 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이 책에 소개된 50여 명의 여성들은 역사를 이끌어간 여성들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더 많은, 더 다양한 분야에서 역사를 이끌어가는 축이 되고 힘이 되고 도화선이 되는 많은 여성들이 있다. 기회가 닿는다면 그녀들의 인생도 만나고 싶다. -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버린 천재 레니 리펜슈탈 

 어느 순간부터 소설보다 전기를 읽는 것이 더 재미있어졌다는 저자 최애리는 그동안 ‘여자와닷컴’에 연재했던 여성들의 전기를 엮어 《길 밖에서》 《길을 찾아》라는, 각각 독립된 책이면서 두 권이 하나가 되는 특별한 책을 출간하였다. 중세 문학 번역가로 더 잘 알려진 저자가 여성 인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책의 첫 작업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웹사이트에 실릴 <오늘의 인물>이라는 짤막한 연재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날그날 태어난 인물들 중에서 한 명을 골라 짧게 소개하는 글을 연재하던 저자는 인물 선정의 답답함 - 그날 태어난 유명한 인물을 다루다보니 여성 인물들을 고를 기회는 잘 오지 않았고, 모처럼 적당한 여성 인물을 발견해도 편집진의 권고로 남성으로 바꾸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다 - 과, 시작과 끝을 생략하고 중간 이야기만을 다뤄야 하는 데서 큰 아쉬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새로 시작한 것이 ‘여자와닷컴’의 새 칼럼 <세기의 여성>이었다.
그렇게 1년 넘게 연재했던 글을 책으로 내기까지는 다시 3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미흡하다 싶은 원고들부터 고쳐보자고 한 명, 두 명, 전기를 읽기 시작한 것이 거의 모든 인물의 전기를 다시 읽게 되었고,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해 전 세계 서점과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의 일생을 몇 페이지로 압축해서 담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따라서 한 인물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수십 권의 원서를 읽어야 했고, 때로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때로는 주인공 자신이 되어 그녀들의 삶을 갈무리해야만 했다. 결국 저자는 몇 해를 여성들의 전기 속에 파묻혀 살았고, 그런 고단한 과정을 거쳐 태어난 책이 바로 《길 밖에서》 《길을 찾아》이다.
여자, 길 밖에서 길을 만들다
이 두 권의 책에는 중세에서 현대까지 수많은 여성들의 삶이 담겨 있다. 저자는 왜 하필이면 그녀들을 선택하였고, 왜 그녀들의 삶을 보여주고자 한 것일까.
여성에게는 오직 순결과 무지와 겸허한 순종을 강요하던 시대를 살면서 평범한 여성의 길을 거부하고 작가의 길을 걸었던 조지 엘리엇은, 여성에게 주어진 길을 벗어난 삶에 대해서 “영혼의 길은 황야의 가시밭 가운데로 나 있다. 예나 지금이나 그 길은 고독하게, 피나는 발로, 도움을 찾아 흐느끼며, 한 걸음씩 걸어가야 한다.”고 표현하였다.
이 책에 수록된 여성들의 공통점은 이처럼 ‘상식적인 삶의 길을 거부하고 새로운 길을 찾은 여성’이라는 점이다. ‘역사를 뒤바꾼 여성들’처럼 무슨 대단한 업적을 이루었던 여성들이 아니라 여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살고자 했고, 그랬기에 ‘보이지 않는 험한 길’을 가야했던 여성들이 바로 그 주인공인 것이다.
여자에게 주어진 길 밖으로 나가 새로운 길을 찾았던 여인들, 그래서 피나는 발로 가시밭길을 거어야 했던 여인들, 역사 속에 숨겨져 있던 그녀들의 이야기가 이제 저자의 손을 빌어 세상에 나와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나의 도전이 당신에게는 길이 되길
이 책에 수록된 여성들은 우리와는 다른 시대, 다른 나라에 살았던 여성들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삶이 우리와 동떨어져 있지 않은 것은 그녀들이 걸었던 길이 지금 우리들이 걷고 있는 길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1928년 여성 최초로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하며 푸른 하늘에 새로운 길을 열었던 아멜리아 에어하트는 “여성들도 남성들이 하려 하는 일을 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만일 그녀들이 실패한다면, 그 실패는 다른 여성들에게 도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길 밖의 길, 길이 아닌 길도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면 대로가 된다. 그녀들이 수없는 도전으로, 한걸음씩 가시밭길을 걸어가주었기에 현대 여성들에게는 수많은 길이 열리게 되었다.
그녀들의 삶을 되짚다 보면 우리가 당연히 누리고 있는 자유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예전보다는 약해졌지만 여전히 많은 장벽에 막혀 있는 현대 여성들에게 간절히 원하고 노력하면 뛰어넘지 못하는 장벽은 없을 것이고, 설령 실패하더라고 나의 도전이 다른 여성들에게 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특징
한 권이면서 동시에 두 권인 책
1권인 《길 밖에서 : 가둘 수 없는 바람처럼》에는 라인강의 예언녀로 불린 힐데가르트 폰 빙겐에서부터, 아내라는 안정된 구속보다 자유로운 사랑을 원했던 엘로이즈, 여성의 선거권도 없던 시절에 대통령 후보로 나선 빅토리아 우드헐, 자유롭게 날고 싶었으나 인습과 편견의 벽에 갇혀버린 카미유 클로델, 그림 속의 여인이 아닌 자신의 손과 영혼으로 그림을 그리고자 했던 쉬잔 발라동까지, 황무지에 살지언정 바람처럼 자유롭고 싶었던 여성들의 초상이 담겨있다.
2권인 《길을 찾아 :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에는 여성으로 두 번의 노벨상을 수상한 마리 퀴리부터,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이상을 양보하지 않았던 로자 룩셈부르크, 옥죄는 무용화를 벗어 던지고 영혼의 자유로움을 표현하고자 했던 이사도라 덩컨, 푸른 하늘에 새로운 길을 열고자 했던 아멜리아 에어하트, 아프리카의 우거진 숲 속에서 야생 고릴라와 평생을 함께한 다이앤 포시 등, 가시밭길을 갈지언정 꿈과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던 여성들의 초상이 담겨있다.
1권은 1100년에서 1850년대 인물을 다루고 있고, 2권은 1860년대에서 1930년대 인물을 다루고 있다. 업적 위주로 인물을 고른 것이 아니기에 ‘작가’ ‘음악가’ ‘미술가’ ‘사상가’ 등 활동 분야에 따른 분류나 국적별로 엮는 것은 책의 균형을 깨뜨렸다. 그렇다고 몇 가지 주제에 따라 인물을 분류를 한다는 것은 그 인물에 대해서 미리 재단을 해버려 인물에 대한 또 다른 오해를 줄 수 있어 애초 기획 의도와 어긋나는 일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연대순 구성이었다. 연대순 구성으로 만들어진 덕분에, 각 여성들의 삶의 배경을 이루는 시대 분위기가 좀더 잘 드러나게 되었고, 비슷한 시기를 산 여성들의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을 비교하며 볼 수 있을 뿐아니라, 여성들이 지나간 궤적이 그대로 그려진다는 장점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원고의 분량 때문에 두 권으로 나누었지만 묘하게도 1권과 2권의 성격이 구분되어졌다. 1권에 수록된 여성들은 여성에게 주어지는 사회의 장벽 속에서 ‘가둘 수 없는 바람처럼’ 자유를 갈망했던 여성들이었다. 그리고 2권에 수록된 여성들은 이전의 여성들이 피나는 발로 만들어낸 길들 속에서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자신의 열정을 살랐던 여인들이었다. 이렇게 구성된 이 두 권의 책은 ‘길 밖에서 길을 찾아’ 나선 여성들의 초상이라는 공통점을 지니면서 ‘길 밖에서’ 자유롭고 싶었던 여성들, 자신의 원하는 ‘길을 찾아’ 열정적으로 살았던 여성들이라는 차별점을 지니게 되었다. 이런 성격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서 두 권이 각각 독립된 책이면서 둘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제목과 표지 컨셉트를 부여하였다.
역사 속에 숨겨진 여인들의 삶을 복원하다
2008년에 힐러리 로댐 클린턴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에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여인이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것도 여성에게 선거권조차 없었던 1800년대에 말이다. 1869년 ‘검은 금요일’에 일어난 금시장 폭동에서 엄청난 이익을 거둔 빅토리아 우드헐은 끊임없이 여성의 평등권을 주장하였고 1872년에는 대통령 후보로 정식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혼 경력과 아내가 남편의 동침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거나 애정이 식은 결혼은 파기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결혼관으로 기득권 계층의 비난을 받았다. 자신을 모함하는 반대파의 우두머리 격인 비처의 분륜 사실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해서 외설물 유포죄로 투옥된 그녀는 결국 선거 당일 철창 신세를 져야 했다.
두 권의 책에는 잔 다르크, 예카테리나 여제, 클라라 슈만, 카미유 클로델, 마리 퀴리, 로자 룩셈부르트, 애거서 크리스티, 시몬 드 보부아르, 마릴린 먼로 등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들도 다루고 있지만 앤 허친슨, 마리아 미첼, 루시 스톤, 해리엇 터브먼, 빅토리아 우드헐, 이사크 디네센, 나디아 불랑제, 레니 리펜슈탈 등 우리에게 생소한 인물들도 다루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의 경우 하나의 이미지로 정형화되어 있는 그녀들의 삶에 새로운 해석을 부여하고, 남성 중심의 역사 기록 속에서 숨겨져 있고 악녀로 왜곡되어 있던 그녀들의 삶을 새롭게 복원했다는 데 이 책의 의의가 있다.
백의의 천사로만 알려져 있던 나이팅게일이 군의 위생 상태를 향상시키기 위해 싸웠던 저돌적인 행동가였다든가, DNA의 이중나선 구조 규명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제임스 왓슨의 저서 《이중나선》에서 퉁명스럽고 고집불통의 노처녀로 묘사된 로슬린드 플랭클린이 실은 그의 연구의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던 DNA의 방사선결정 사진을 찍은 장본인이었다든가, 수많은 흑인 노예들을 도피시켜 흑인들의 모세로 불리던 사람이 작은 체구의 해리엇 터브먼이었다는 사실 등 역사 속의 숨겨진 여성들의 삶이 두 권의 책에 빼곡히 담겨 있다.길을 찾아 -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여성인물탐구 2)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인물을 평가하고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면 ‘인물읽기’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저자 김진애 박사는 그 기본 출발점을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것”으로 두고, 다음 단계는 해당 인물의 “매력”과 “쓸모”를 찾는 일이라고 한다. 김진애 박사는 자신의 인생을 통틀어 바라볼, 추구할, 지양할, 지향할, 참조할, 이끌리는 어떤 인물상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이 쌓여 드디어 글이라는 형태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녀는 역할 모델이라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한 인간의 성장에는 특정한 역할 모델보다는 수많은 인물들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는 것. 실제 지향할 사표적인 인물에서 얻는 것만큼이나 지양할 반면교사적인 인물에서 얻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많은 인물들에 자신을 비출수록 자신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은 풍요로워진다는 논리. 그래서 ‘위인전’ 이상으로 ‘인물전’이 필요한 것 아닐까하고 묻는다. 그만큼 사람들은 우리 자신의 거울이다.
우리 주변에 얼마나 괜찮은 인물들이 많은가를 알면 살맛이 더해진다. 또한 인류의 역사 속에 얼마나 괜찮은 인물들이 많은가를 알면 인간에 대한 신뢰도 더해진다. 인간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를 알면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도 피어오른다. 물론, 우리는 그 인물들처럼 될 수도 없거니와 꼭 되어야 할 이유도 없고 또한 전혀 되고 싶지 않아도 좋다. 다만 인물들의 가치에 우리가 눈을 뜬다면, 이 흥미롭고 즐겁고 끌리는 인물들에 관심을 갖는다면 우리 삶은 그리 무료하지도 그리 지루하지도 않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기를 통하는 것만큼 흥미로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출판일을 하고 있는 서른한 살 먹은 여자다. 지난 수년간 무수한 일들을 벌이고, 수습하고, 매진하고, 버리고 취하기를 반복하며, 다큐멘터리PD, 잡지기자, 방송작가, 대학강사, 출판기획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지내왔다. ‘한결같은 방황’ 속에 지내온 시절이라고, 도대체 이 복잡한 시절은 언제쯤 끝나는가 라며, 나 자신에게, 때로는 세상에 화를 냈다가, 화해했다가 하며…. 그러던 어느날 건축가이자 칼럼니스트인 김진애 씨의 글을 만났다. “30대를 팽팽한 긴장감으로 잘 보낸 여자들이 비로소 매력적인 여성이 된다. 물론 그 팽팽한 긴장감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여자 30대는 흔들리는 게 아니라 중심을 찾아가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라는 즉, “너 잘 살고 있는 것이다”는 요지의 글이었더랬다. 갑자기 힘이 솟았다. 김진애, 그녀가 궁금해졌다. 그녀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고, 언제나 그렇듯, 서른한 살 출판인 구모니카, 일을 벌인다.
늘 일관되게 불안한 채로 흐르는 내 마음, 도대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품은 지 올해로 31년 째. 그 의문을 쪼개고 또 쪼개고 쪼개 보니, 그 안에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들 사이에는 위인도 있었고, 타인도 있었고, 지인도 있었고, 가족과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그 안을 유영하는 내가 있었다. 내 주변에 인간이 없었다면, 난 결코 방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김진애 박사를 만나고 난 후에, 그녀의 원고를 받아 든 후에, 긴긴 방황을 끝낼 답을 찾았다. “인간에 대해 제대로 알자”는 것! 그래서 <남녀열전 : 파트너일까, 라이벌일까?>, 바로 그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관심과 탐구”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만들게 된다. -
레니 리펜슈탈 vs. 미켈란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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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사면 이언 맥완 거는 다 사는 거다.

질렀다.

쿠폰 500원도 준다니까...

오늘이 가기전에 또 지를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생각난 김에 지른다.

그나저나 언제 다 읽냐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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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3-03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살까말까 망설이는. 읽으시고 어떤지 얘기해 주시와요. ^^;

물만두 2006-03-03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 기다리셔야 하는데요^^;;;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147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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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다. 봄이다. 황인숙의 시집을 미친 듯이 사모으던 작년에 읽지 않고 넣어 두었다가 오늘에서야 읽게 된 시집. 너무 자주 읽어야 할 것들을 뒤죽박죽 만들고 미루고 제쳐두고 그러지만 때론 어느 순간 저절로 내 눈에 띄어 내 손이 가게 만드는 책들도 있다. 오늘은 이 시집이 눈에 띄었다.


유난히 봄에 대한 시가 눈에 띈다. 봄이 오니 그런 모양이다. 작가는 죽고, 썩고, 메말라가는 것들을 얘기하면서 악착같이 살아감을 보여주고 있다. 죽을 가치도 없다고 하면서 말이다. 동의한다. 죽을 가치도 없어 나도 산다. 아니 죽을 이유도 없고, 죽기도 싫고, 그래도 나 죽으면 슬퍼할 누군가가 있다는 이기심으로 산다. 마치 그 슬픔 때문에 산다는 것처럼.


당신과 나도 철새처럼 만났다. 만남은 짧고 어쩜 만남이 아닌 스침인지도 모르겠지만 여운은 남길 것이다. 여운 없는 만남이란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알기 때문에.


오늘은 병원에서 약 타오는 날이었다. 주치의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더 나빠지지 않아 고맙습니다.” 그 말을 듣고 엄마는 좋아하셨다. 구원이란 이런 것이다.


내가 느끼는 것, 내가 만들어 가지는 것, 내가 가치를 부여하는 것. 그래서 당신의 시를 읽으며 나는 당신에게 당신의 시는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독자의 이 말이 당신에게는 구원이 될테니까. 우린 서로가 서로를 구원할 수 있다. 아니 위약효과처럼 그럴싸하게 보일 수는 있다. 진짜는 신께서 하신다고 하니까.


가짜일망정 우리 서로를 구원하며 살았으면 한다. 구원, 그거 별거 아니다. 오늘이 있어 고맙고, 내일이 와서 고맙고, 당신이 있어 고맙고, 바람 불어 고맙고, 봄이 와서 고맙고... 그런 많은 고마움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당신께 고마움을 바친다. 오늘 나는 당신의 시를 읽고 좋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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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로 2006-03-02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읽고 난 뒤 감사의 말을 올리겠습니다.

물만두 2006-03-02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세요. 이 시인 좋아요~

페일레스 2006-03-03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 1일부터 한국일보에 황인숙씨가 [길 위의 이야기]라는 장편掌編을 연재하고 있답니다. ^^ 한 번 보시겠어요?
[길 위의 이야기]

물만두 2006-03-03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일레스님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로드무비 2006-03-04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일레스님, 저도 읽어볼게요.
물만두님, 제가 님의 이런 진솔한 리뷰 좋아하는 것 아시죠?^^

물만두 2006-03-04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