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우에 야스시의 <검푸른 해협>은 일본의 패전체험, 미군에 의한 점령체험에서, 대제국인 원의 압제하에 놓인 고려의 비극을 그린 우의소설로 역사가 소설이 되어 성공한 작품이다.
고려의 태자 전이 항표를 지니고 고종을 대신하여 몽골에 입조하기 위하여 강화도를 떠난다. 그과정에서 그는 헌종의 붕어로 그의 아우이며 황제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쿠빌라이를 만나 그의 자못 온화하고 자애스러운 말과 풍체에 전은 도취된다. 그 도취감은 고려의 국운을 결정하는 국사에 시종 그림자를 드리운다.
전은 그 해 4월 21일 승하한 고종의 뒤를 이어 고려의 왕위에 올라 원조이 되었다. 원종의 왕위계승과 거의 때를 같이하여 몽골에서는 쿠빌라이가 황제에 올르는데....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 춘추말기의 난세를 살다가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이야기를 소설화 한 책. 화제성 <논어> 강의 등 조금은 경박한 태도로 접근한 감이 없지 않은 '공자'에 대해, 공자 사후 그 제자와 추종자들이 <논어>를 편집하는 과정을 줄거리 삼아, 공자와 그 주요 제자들의 인간상과 사상을 소설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공자의 대표적인 명구나 사상이 비롯된 배경이나 상황을 가공하되, 일관된 주제의식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불투명했던 공자의 이미지를 구체화시키고 있다.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 춘추말기의 난세를 살다간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 《나의 스승, 공자》가 <현대문학북스>에서 출간되었다.
1. 다시 공자를 말하다
김용옥 씨가 텔레비전에서 《논어》를 강의하면서 한 때 공자에 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비등한 적이 있었다. 공자 관련 서적들이 붐을 이루었고, 사람들은 도올의 TV 강의에 연속극 못지않은 호응을 보냈다. 학창시절 고리타분한 윤리과목의 한 챕터 정도로 인식되던 공자사상은 재치 있는 현대적 해석으로 환골탈태하여 젊은이들에게 다가왔다. 그만큼 김용옥 씨의 강의는 우리 사회에 많은 논쟁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한바탕의 소문난 잔치가 끝나니, 이제 범국민적인 관심도 한풀 꺾인 듯 공자는 다시 딱딱한 철학서적 코너로 뒷걸음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공자와 그의 사상의 핵심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논어》에 대해서 조금 성급하고 경박한 자세를 취하지는 않았나 반성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에 앞서 《논어》가 대중들에게는 너무 추상적이고 심오한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점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공자 사후 300년 동안 제자들에 의해서 수집되고 편집되었기에 그 구성이라든가 연관관계가 허술하여 공자사상의 핵심을 쉽게 이해하는 것이 무리라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 공자의 명구들은 삶의 이치를 꿰뚫지만, 독자의 가슴을 꿰뚫기에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한 것이리라.
2. 《나의 스승, 공자》는 이렇게 다르다
이 책은 《논어》에 대해 진부하고 딱딱한 선입관을 지니고 있던 독자들의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줄 책이다. 공자 사후 그 제자와 추종자들이 《논어》를 편집하는 과정을 줄거리로 하여, 공자와 그 주요 제자들의 인간상과 사상을 소설의 형식을 빌려 그려내고 있는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공자의 사상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공자의 대표적인 명구나 사상이 비롯된 배경이나 상황을 가공하되, 일관된 주제의식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불투명하기만 했던 공자의 이미지를 구체화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지향하는 목적이다. 《풍도》의 작가 이노우에 야스시 마지막 소설이기도 한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노작가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선과 공자의 심원한 철학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주제의식을 소설적 장치로 부드럽게 녹여내고 있다.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공자가 세상을 떠난 지 33년이 지난 그해 여름에서 다음 해 가을까지로, 《논어》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시기이다. 공자 교단을 따라 중원을 유랑했던 가공의 인물 '언강'이 공자연구회에서 공자와 그 제자들을 추억하며 공자사상을 연구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형식을 취하는 가운데 작가는 '언강'의 입을 통해 공자의 사상과 행적에 독자적인 해석을 가하고 있다.
3. '천명(天命)'과 '인(仁)'이 삶의 원리
언강의 내레이션의 주인공은 공자와 세 명의 제자인 자로, 안회, 자공이다. 채(蔡)나라에서 도망치다 공자 교단을 만나 너무나 인간적이고 지혜로운 공자의 매력에 감동하여 평생 공자 교단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언강이 가장 주목하는 공자사상의 핵심은 '천명(天命)'과 '인(仁)'이다. '천명'은 삶을 우주적인 넓은 의미로 확대시키는 직관과 감성의 의미작용이며, '인'은 천명이 주재하는 세상에서 개인과 사회의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질서이며, 이성의 넓은 의미이기도 하다.
언강은 공자가 '천명을 안다는 것은 하늘이 내려준 사명에 따라야 함을 깨닫고, 그 일이 하늘이 주재하는 자연의 운행 속에 들어 있는 만큼 모든 것이 늘 순조롭게 이루어지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거라고 말한다. 그렇게 천명을 깨달은 인간이 '인'을 제대로 행하며 살아갈 때, 세상은 평화로워지고 그 흐름에 속한 인간의 삶 역시 평화로워지게 된다.
4. 정의로운 휴머니스트 공자
언강이 추억하는 공자는 '인간에 대한 애정, 정의에 대한 정열, 한 사람도 불행하게 하지 않으려는 집념'을 한시도 놓친 적이 없는 정의로운 인본주의자이다. 또한 그 바로 곁에서 성심으로 공자를 보필했던 안회, 자로, 자공의 세 제자 역시 각자의 독특한 개성으로 공자 교단을 이끄는 중심축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출현한 공자의 철학은 난세의 와중에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불이었고, 새로운 유토피아 건설을 꿈꾸게 했던 것이다.
공자 철학의 논리적인 정황과 더불어 서정적인 감성으로 소설적 운치를 갖추고 있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 이노우에 야스시는 이기적으로 변화하는 현대사회의 대열에서 탈락하고 싶은 생각이 치미는 독자들에게 공자의 다음과 같은 말로써 현명한 답안을 제시한다.
"이 흐트러진 세상에서 눈을 떼서는 안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느냐.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과 같이 살지 않고 누구와 같이 산단 말이냐. 새와 짐승과 같이 살 수야 없는 노릇이 아니야."

 출생의 비밀을 안고 정복을 향해 달려간, 한 남자의 대서사
이 책은 아쿠타가와상, 문화훈장, 신초사의 일본문학대상을 수상한 작가 이노우에 야스시의 작품으로, 여러 언어 권에 소개될 정도로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칭기즈 칸’을 그린 여러 소설들 중 특히 이노우에 야스시의 작품이 돋보이는 이유는, 칭기즈 칸을 지나치게 미화해서 영웅으로 숭앙하거나 무자비한 침략자로 비하하지 않고, 칭기즈 칸의 정복욕의 근원을 끊임없이 물음으로써, 몽골 제국의 칸이아니라 고뇌하는 인간 테무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혈통을 증명하기 위해 끝없이 정복을 향해 달려간 남자, 이제 출생의 비밀을 안고 살아가야만 했던 한 남자의 대서사가 시작된다.
테무진, 나는 누구의 아들인가
우리는 테무진이 몽골 족 칸의 집안 예수게이의 아들이라는 점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묻는다. 테무진은 정말 예수게이의 아들인가? 테무진은 정말 칸의 후예인가? 아버지가 죽고 부족에게서 버림받은 테무진은 홀로 남은 어머니와 동생들을 이끌고 비참한 하루하루를 이어간다. 하지만 광활한 초원에서 겪는 생계의 위협보다 테무진에게 더 무서운 것은 자기 출생의 비밀이었다. 그 비밀을 아는 유일한 사람은 어머니. 그렇다면 어머니에게 확인해볼 것인가? 사춘기의 테무진은 고뇌하기 시작한다.
내 혈통을 증명하는 길은, 푸른 늑대가 되는 것
점점 더 치열해지는 상황에서도 테무진은 어린 시절에 정혼한 온기라트 부족의 부르테를 신부로 맞는다. 테무진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테무진의 아내 부르테도 메르키트 족에게 납치된 후 임신되어 첫 아들을 낳는다. 테무진은 자신의 진짜 핏줄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기 장남의 핏줄마저 의심하게 되는 잔인한 운명에 놓인다. 하지만 테무진은 아들에게 ‘손님’이라는 뜻의 주치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생각한다.
‘내가 누구의 핏줄이든 나는 몽골의 푸른 늑대가 될 것이다. 너도 몽골의 푸른 늑대가 되어라.’ 그래야만 테무진은 자신과 아들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인간 테무진의 소박한 소망, 그것을 이루기 위한 철저한 실천
청년기에 테무진은 아무도 살지 않는 비옥한 삼림과 계곡과 초원을 발견한다. 왜 우리는 이렇게 풍요로운 땅을 포기하고 척박한 곳에서 살아가야 하는가? 테무진은 모든 부족이 분열되어 싸움이 끊이지 않는 현실의 모순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는 통일된 몽골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몽골 고원 각지에 흩어져 있는 부족, 씨족들이 하나가 된다면, 몽골 고원 어디든 마음 놓고 여행할 수 있고, 얼마든지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으리라. 테무진은 그 일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결심한다.
그 꿈을 칭기즈 칸은 조금씩 이루어갔다. 그렇게 해서 그는 알렉산더, 나폴레옹, 히틀러가 지배한 영토보다 큰 제국을 건설하고, 아시아가 낳은 세계적 지배자,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자손을 가진 몽골의 푸른 늑대, 이름 없는 떠돌이 민족을 대륙 최강의 몽골제국으로 건설한 아시아의 영웅, 넓은 대륙을 장악했던 광명의 신, 세계적 영웅, 무자비한 침략자… 등등 한 인간을 지칭하는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명성을 얻으며 역사에 거대한 획을 그었다.
하지만 그를 따라다니는 끝없는 고뇌. 그것은 바로 자신의 출생과 아들 주치의 출생에 얽힌 비밀이다. 자신과 같은 운명으로 태어난 아들 주치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목 놓아 울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아버지 테무진. 이제부터 인간 테무진의 삶을 따라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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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의 소설가 발자크의 장편소설
1836년 간행. 소년시절에 어머니의 사랑을 모르고 지낸 불행한 펠릭스는, 사교계의 무도회에 처음으로 나갔다가 낯선 귀부인에게 매혹되어, 저도 모르게 키스를 한다. 잔뜩 화를 내며 자리를 떠난 그 부인의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이리저리 헤매다가, 앙드르강(江)의 골짜기의 성관(城館)에서 그 여인(모르소프 부인)을 찾아낸다. 병적일 정도로 성격이 비뚤어진 남편 때문에 시달리던 부인은 펠릭스의 헌신적인 사랑에 마음이 끌리면서도 정조를 지키는데, 펠릭스가 다른 여성의 관능적인 유혹에 빠지자, 격심한 질투심으로 인하여 중병을 얻은 부인은 "당신에 대한 추억 속에 영원한 백합처럼 살고 싶었다"고 고백하고 죽는다.
이 작품은 작자의 청년시절의 애인 베르니 부인을 모델로 한 소설로서, 자서전적 요소가 많고, 소설의 무대도 작자가 좋아하는 풍경인데, 이루지 못하는 꿈을 그리는 30대 여인의 마음과, 청년의 감정이 정열적인 필치로 잘 표현되어 있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의 초기작 모음.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도련님'이라는 독특한 위치에서 처음으로 진짜 세상을 바라보게 된 주인공의 좌충우돌 순수하고 매력적인 삶을 엿볼 수 있다. 일본문학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적 공감대를 최대한으로 맛 볼 수 있는 작품. 서울대 추천 고전 200선에 포함되었다.『도련님』은 사후 백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의 셰익스피어 나쓰메 소세키의 초기 작품이다. '서울대가 추천한 고전 200선'에 선정되기도 한 이 책은 특히 젊은층에게 인기가 있으며, 일본에서 발표되는 신문사 베스트셀러 순위에 지금까지도 올라 있다.
일본의 셰익스피어 나쓰메 소세키의 초기 작품으로 시대를 뛰어넘는 문학성은 독자들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사한다 (서울대가 추천한 고전 200선!!)
저자가 마쓰야마 중학교의 교사가 되어 시코쿠에서 보낸 1년 간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쓴 이 작품은 주인공인 도련님의 성격이 형성된 배경과 악동 시절 저지른 사건들에 대한 묘사에서 시작된다. 스스로를 막무가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은 부모님한테서는 야단을 맞고, 형과는 늘 싸움을 한다. 하지만 하녀인 기요만은 '도련님은 대쪽 같은 올곧은 성격'이라며 그의 진가를 알아준다.
물리전문학교를 졸업한 주인공은 시골 중학교의 선생으로 부임하게 되고, 그곳에서 교장인 너구리와 교감인 빨간 셔츠, 영어선생 끝물 호박, 미술선생 떠버리, 의리파 수학 주임 거센 바람 등을 만난다. 장난칠 구실만 찾는 학생들과 싸구려 골동품을 사라고 졸라대는 하숙집 주인에게 시달리는 주인공은 기요를 생각하며 외로움을 달래고 온천에 가는 것을 낙으로 삼는다.
그럭저럭 학교 생활에 적응해갈 즈음, 주인공은 교활한 빨간 셔츠의 함정에 빠져 정의파 거센 바람과 서먹한 사이가 되지만 하숙집 사건으로 거센 바람의 사람됨을 알게 된다. 갑작스런 끝물 호박의 전근으로 빨간 셔츠와 갈등을 겪게 되는 주인공은 학생들과도 심한 마찰을 일으키고, 뜻하지 않게 학생들의 집단 패싸움에까지 가담하게 되어 일은 점점 더 복잡해져만 간다.
답답한 시골 마을에서 말 안 듣는 학생들과 속을 알 수 없는 선생들과 부딪쳐가며 인간 존재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아가는 동경토박이 도련님의 여정이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나쓰메 소세키가 12년이라는 짧은 창작 기간 동안 일구어낸 문학은 이야기 구조가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일본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며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또한 그가 작품에서 다룬 자아의 문제는 당시의 사회적 갈등을 잘 드러냄과 동시에 오늘날까지 이어져온 테마로 널리 공감을 얻고 있다.
소설 『도련님』에는「도련님」외에「깊은 밤 고토 소리 들리는구나」와「런던탑」이 수록되어 있다.「깊은 밤 고토 소리 들리는구나」는 국내 최초로 번역된 작품으로 우연히 들은 이야기 때문에 불안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하루를 묘사한 것이고「런던탑」은 저자가 유학 시절 런던탑에 가서 보고 느낀 것을 기행문 형식으로 기록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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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책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4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 / 들녘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책이 어떤 위험을 가지고 있을까? 이 책의 첫 장에 등장하는 책으로 인해 사고를 당한 이야기들뿐이라면 비단 책만이 아닐 것이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 위험한 것들을 살펴보면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일, 무언가 떨어진 것을 주우려고 몸을 수그리는 일, 화장하는 일, 책을 보는 일, 시디를 갈아 끼우는 일 등이라고 한다. 이들은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것보다 위험하다고 한다. 또한 집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많은 사고들도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아이들이 하드커버에 맞아 상처를 입거나 종이에 베이거나 하는 일등 책에 관련된 것도 있다. 그런데 이런 것만 가지고 책이 위험하다고, 위험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책에 대해 강박적인 집착을 보이는 사람이다. 내가 보고 싶은 책은 절판이 되었으면 헌책방을 뒤져서 찾아내야 하고 한번 내 손에 들어온 책은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는다. 또한 책에 낙서하거나 접는 것도 싫어하고 책을 읽다가 펼친 채로 업어 놓는 것도 싫어한다. 내게도 책이 넣을 책꽂이가 모자라서 오늘도 책꽂이를 하나 조립했다. 책꽂이다 꽉 차면 말 그대로 세로로 꽂고 그 위에 가로로 얹고 책꽂이 위에 책꽂이가 휘어지도록 얹다가 모자라면 방을 차지하게 된다. 이 방 구석에 한 무더기, 저 방구석에 한 무더기, 이런 식으로 책이 쌓이다보면 경고를 받게 되고 또 책꽂이를 사게 되는데 그때 발생하는 문제가 책꽂이를 놓을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몇 년을 그렇게 씨름을 하다가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나는 애서가나 장서가는 아닌 모양이다. 이제는 책도 덜 모으고 내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니면 다른 분께도 드리고 하는데도 줄어들지 않는다. 그것은 계속 신간이 나오기 때문이고 또한 내가 모르던 책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책을 한번 읽고 나면 두 번은 읽게 되지 않는다. 새로운 책 읽기가 바쁘기 때문이다. 딱 한번 본 책들을 모셔만 두는 행위는 어떻게 보면 참 어리석게도 보이지만 나름의 책에 대한 애착이 있으니 어떻게 할 수도 없다. 별 볼일 없는 작은 독자인 나도 이런데 자칭 애서가이며 장서가로 고서를 모으고 그에 맞는 책읽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책은 더 이상 한 권의 책이 아닌 게 될 것도 같다. 진짜 위험한 책이 되는 것이다. 도가 지나치면 모자란 만 못하다는 말은 여기에도 해당된다. 너무 갖고 싶은 책이라면 아마도 훔치기도 할 것이고 그 책을 수집한 사람에게 그 보다 더한 일도 저지를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나치면 책에 대해 강박감을 갖게 될 것이고 집착이 지나쳐서 어떤 위험한 일을 저지를 지 모르고 또 자기 파괴적 행동을 하게 될지 모른다. 이런 면에서 책을 많이 모은다는 면이 위험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책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시대에 진짜 사람 목숨을 앗아가는 물건이기도 했다. 많은 책들이 분서갱유를 당했을 때 책만이 당하지 않고 그 책을 소유한 자도 당했기 때문이다. 금서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든 있어왔다. 그때 금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한 진짜 위험한 행동이었다.

그렇다고 책 자체에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 종이와 글씨로 만들어진 물건일 뿐이고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하등 다를 것 없는 소유물에 지나지 않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은 그 안에 사람의 손길과 정신, 사람이 온전히 들어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책, 나쁜 책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 의해 약이 되고 독이 되는 것이 책이니 위험한 건 그 책을 쓰고 읽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것을 이 책에서는 은유적으로 진짜 책이 살아있는 생명체인냥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이것은 작가가 사람들이 책에게 모든 잘못을 떠넘기는 것을 꼬집는 것이 아닐까. 
 

오늘날 우리는 책을 진정으로 자유롭게 쓰고 읽을 수 있게 된 것일까? 아니다. 지금도 어떤 책은 비난을 당하고 어떤 책은 소송에 휘말리고 또 어떤 작가에게는 현상금이 걸려있다. 그리고 우리는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좋은 책과 나쁜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자신에게도 그렇고. 이런 것들이 모여서 언젠가 부메랑처럼 진짜 위험한 책으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것은 아닐지. 나는 이것이 위험한 책의 실체가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원인은 인간에게 있는 것이므로 그 결과도 인간에게 돌아오는 것이 마땅할 것이니 위험한 책이란 위험한 인간의 탄생물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언제나 우리는 오롯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 이 작은 책은 알알이 글자마다, 행간마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작가의 마음을 담아서... 나는 이것이 이 책에 등장하는 조셉 콘라드의 책 이 강조되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의 그림자를 보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그림자를 조명하는 것, 그 경계선에 있는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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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8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05-09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저런... 쪽지 보냈습니다~
 

 The Anderson Tapes (1969)  앤더슨의 테이프

* 대죄 시리즈

 The First Deadly Sin (1973)  제 1의 대죄

 The Second Deadly Sin (1977) 화가와 소녀

 The Third Deadly Sin (1981) 사랑의 종말

 The Fourth Deadly Sin (1985) 제 4의 대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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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uko 2006-05-19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만두님의 <시리즈...> 카테고리 정말 대단한데요^^

물만두 2006-05-20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뭐, 책 표지만 올리는데요^^;;; 이 시리즈는 앤더슨 테이프만 떼면 바로 대죄시리즈로도 볼 수 있습니다~
 

마틴 에이미스는 돈(Mondy)으로 타임지 선정 백대 영문소설에 뽑힌 작간데 번역된 책이 없다. 아님 절판되었거나. 뭐, 꼭 선정된 작가의 작품을 봐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이 작가와 즐리언 반즈가 앙숙이었다는데 비교할 기회가 없으니 안타깝다는 얘기다. 반면 줄리언 반즈의 작품은 많으니...

 『내 말 좀 들어봐』는 런던에 사는 30대 초반의 남녀 세 명이 엮어 내는 사랑 이야기로 프랑스의 페미나상을 받은 작품이다. 스튜어트와 결혼한 여주인공 질리언, 스튜어트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질리언을 사랑하는 올리버, 이들의 불륜의 사랑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스튜어트. 그리고 이 세 명의 등장인물들은 반스 특유의 언어 조종술에 의해 고백적 언술로써 독자의 참여를 유도한다. 이들의 상반된 관점을 통해 독자들에게 진리에 대한 태도와 대화 부재의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이 소설은, 반스가 재치와 장난스러운 테크닉의 거장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

 

 영국의 현존 작가 중 가장 존경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이자 유럽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줄리언 반스의 장편소설. 외형적으로는 아마추어 문학 애호가인 영국의 어느 퇴역 의사가 플로베르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전해지는 박제 앵무새를 찾는 짧은 여정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박제 앵무새를 모티프로 풀어 나가는 플로베르에 대한 탐구는 시공을 초월하고, 과거와 현재뿐 아니라 플로베르 작품 속 시간까지 함께 아우르며 진행된다. 전통적인 플롯 위주의 이야기 구조를 해체하고 플로베르의 작품과 발언에 근거한 의사 연대기, 플로베르 외전, 동물 열전, 플로베르를 받아들이는 현대인들의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 등 만화경 같은 다양한 형식의 글을 통해 작가는 사실주의 소설의 대가의 초상을 어느 비평가나 전문가도 보여 주지 못한 방식으로 입체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창의적인 플로베르 평전에 머물지 않고, 예술의 자장 안에서 벌어지는 작가와 비평가와 독자 사이의 상호관계, 생활과 예술의 상관관계, 작가와 작품의 상관관계 등 예술 작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 사회의 모든 양상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그리고 있다.

 진 서전트란 여자의 일대기를 초년, 중년, 노년의 3부에 걸쳐 그리고 있다. 진은 1922년 출생해서 이 작품이 끝나는 해인 2021년까지 장수하고 있는 여자이지만, 이렇다 할 중요한 일은 하지 못한 아주 평범한 여자다. 1부 초년 시절의 진은 호기심 많은 어린이로 자라난다. 그리고 진은 영국의 전투기 조종사 프로서로부터 영국 해협을 건너 귀대할 때 오렌지빛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두 번이나 봤다는 경험담을 듣는다. 또 레슬리 아저씨와 함께한 여러 게임들과 그가 보여 준 마술들은 평범하고 따분한 어린 진의 생활에 새롭고 신기한 삶의 신비를 심어 주었다.
임무 수행중 죽음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잠시 비행 중지 명령을 받고 진의 가족과 함께 유숙하고 있는 프로서는 자신이 집요하게 생각해 온 일, 즉 최고로 죽는 방법에 관해 진에게 설명한다. 그리고 실제 전쟁이 끝나고, 진은 프로서가 그의 말대로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태양을 향하여 수직상승하다가, 추락해 사망했다는 말을 듣는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사랑과 결혼이다. 성년의 문턱에 도달한 진은 경찰관인 마이클의 구애를 받고, 그와 결혼하고자 결심한다. 또 섹스에 무지했던 진은 결혼을 앞두고 현대적인 이웃 주부가 전해 준 책을 통해 무지를 극복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책에 나오는 알 수 없는 언어들이 진을 더욱 혼란스럽고 불안하게 한다. 이런 언어들은 마이클과의 결혼 생활의 장래를 예고한다.
이 소설의 2부는 20년간의 결혼 생활과 이혼 후의 진의 삶, 여행, 지혜의 터득을 주로 묘사한다. 진이 결혼한 남자 마이클은 두 발, 어쩌면 두 눈까지도 모두 땅에 고착시키고 있는 그런 남자다. 태양을 응시하지도 않고 따라서 태양이 두 번 떠오르는 <평범한 기적>을 경험한 적도 없는 사람으로 진이 동경했던 사랑의 해답이 될 수는 없었다. 진은 마이클의 아내로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결혼 20년 만에야 얻은 아들 그레고리와 함께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는 독립된 여자로서의 길을 택한다. 처음에는 아들과 함께 이곳저곳 전전하는 삶을 살고 난 진은, 자신이 정한 <세계의 7대 불가사의>를 찾아 여행하기 위해 대륙에서 대륙으로 비행을 한다. 남편도 죽고, 자신도 은퇴의 나이가 되어 조용히 지나온 삶을 정리하고 자신과 자신의 세계에 대한 통찰의 여행을 떠난 것이다.
3부는 이제 99세가 된 늙은 진과, 레슬리 아저씨의 죽음 이후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그레고리가 던지는 해답 없는 의문에 관한 것이다. 이제 60세가 된 진의 아들 그레고리는 죽음, 신, 삶의 신비 등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문제에 대한 집착을 보이며, 미래의 2021년 최첨단 컴퓨터 시대에 걸맞게 인간의 모든 지식을 수록한 GPC(다목적 컴퓨터)에 질문들을 입력한다. 그리고 TAT(절대 진리)라는 특수 프로그램에 형이상학적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한다. 하지만 그가 컴퓨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기대에 못 미치는 자료뿐으로, 해답이 어려운 질문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문제가 아닙니다>라는 짜증나는 거부 반응만 나타낼 뿐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런 질문들에 대해 진은 자신의 소신껏 명료하게 대답해 준다. 그리고 아들 그레고리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프로서가 가르쳐 준 대로 태양을 응시하며, 태양이 지는 황홀한 모습을 구름 손가락 사이로 두 번씩이나 목격하는 행복을 경험하고, 사실상 그녀의 삶을 종결한다.

 영국의 현존 작가 중 가장 존경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이자 유럽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줄리언 반스의 소설. 소비에트 연방과 동유럽 공산국가들이 몰락한 이후, 한 가상 국가에서 벌어지는 전 국가수반의 재판을 다루고 있는 『고슴도치』는 불가리아의 독재자 지프코프의 재판을 소재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들이 부엌에서 가지고 나온 각종 주방 기구들로 거대한 소음을 만들어 내며 거리를 행진한다. 도시 곳곳에서 위용을 자랑하던 옛 공산주의 영웅들의 조상은 이제 대좌에서 끌어내려져 폐차장으로 옮겨졌다.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새로운 체제로 전환되는 혼돈의 시기, 새로운 정부의 검찰 총장은 지난 33년간 정권을 휘둘렀던 독재자를 법정에 세운다. 역사상 유래가 없는 지난 체제의 수반에 대한 법적인 단죄. 온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킨 이 거대한 재판은 텔레비전을 통해 전국에 중계된다. 스포츠 중계를 보듯이 재판을 관람하는 젊은이들과 이 모든 것에 귀를 닫고 소중히 간직한 레닌의 사진을 바라보며 공산주의의 복권을 꿈꾸는 노파. 구체제의 지도자와 새로운 세대의 지식인 사이의 계속되는 공방은 결국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맹목적인 이념의 추구와 증거 조작, 적합한 법률의 부재로 인해, 점차 하나의 쇼로 변모한다.
불확실한 공산주의 재판의 기록
열린책들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줄리언 반스의 일곱 번째 장편소설,『고슴도치』는 동유럽 공산권 국가 지도자 중 35년의 최장기 집권 기록을 세운 불가리아 독재자 토도르 지프코프(1911~1998)의 재판을 소재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프코프는 동구권의 몰락과 함께 1989년 말 대통령의 지위에서 쫓겨나고 공산당에서 추방된 인물로, 1990년 1월에 체포되어 2년의 재판 끝에 횡령죄로 7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소설이 1992년 불가리아에서, 그것도 영어가 아닌 불가리아어로 처음 출판된 특이한 역사를 가지게 된 것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라는 타이틀로 첫 출판된 이 소설은 발간 즉시 1만권이 팔리는 화제의 작품으로 떠올랐고 반스는 이를 계기로 직접 불가리아를 방문하기도 했다.
몰락한 구(舊)공산 체제를 대표하는 전 국가수반과 그에 맞서는 새로운 정부의 검찰 총장의 치열한 법정 투쟁과 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시대의 여러 가지 단면들을 놀랍도록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 소설은 역사소설, 또는 정치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소설이 출간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의 사실적인 묘사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단순히 한 역사적 개인의 정치적 재판을 다룬 소설이 아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념의 붕괴와 재건, 새로운 정치 경제적 시스템에 대한 혼란과 세대간의 갈등은 사실 우리 모두의 역사이기도 하다. 독재자로 형상화된 구 정치체제에 대한 법적 단죄라는 소위 ‘과거사 재판’은 실제 우리의 역사에서도 여러 차례 반복되어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과거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이란 무엇이며, 누가, 어떻게 그것의 잘잘못을 가릴 것인가라는 문제 역시 소설의 그것과 닮아 있다. 『고슴도치』의 사실성은 <소비에트 연방의 가장 가까운 우방국>이라고 후무린 가상의 국가나 스치듯 언급한 <변화>에 영감을 주었을 것으로 잠작 되는 역사적 사실보다는 반복되는 이념의 붕괴와 재건, 그리고 객관화 할 수 없는 과거에 대한 문제의식에 있다고 할 것이다.
과거사 재판 혹은 텔레비전의 리얼리티 쇼
소설의 주인공 솔린스키는 잘못된 과거를 단죄한다는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기소를 시작한다. 하지만 재판이 계속될수록 과거에 대한 그의 확신과 미래에 대한 자신감은 점차 흐려지고 만다. 객관적 법률의 부재와 증거 부족, 전 국민적 공모의 분위기에 휩쓸려 재판은 점차 하나의 쇼로 전락하고 만다. 더욱이 재판이 텔레비전으로 중계된다는 설정을 도입함으로써 역사의 증인을 자처하는 다른 등장인물들 역시 관객의 위치로 밀려나게 된다. 검사와 피고인, 판결을 내린 재판관, 처음부터 끝까지 재판을 지켜본 새로운 세대의 젊은이들, 여전히 과거의 환상에서 빠져나오길 거부하는 노파, 그 누구도 이 재판을 통해서 답을 얻지 못한다. 『고슴도치』가 단순한 정치소설이 아니라 20세기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 줄리언 반스의 작품을 확인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권말에 함께 실린 단편 「웨딩 케이크」는 반스 특유의 아이러니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사회주의 치하의 작가의 운명을 재치 있게 조명하고 있다. 망명한 루마니아 작가가 이야기하는 스탈린주의에 대한 작가적 저항으로서의 <웨딩 케이크 소설>, 공산주의의 위업을 찬양하는 거대한 서사적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것을 비웃으려는 이 대담한 시도는 결국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는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짧지만 반스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완벽하게 조율된 내러티브, 읽는 이를 사로잡는 강한 흡인력의 소설
반즈의 소설은 빠른 속도의 문체로 독자를 압도하면서도, 지나쳐버리기 쉬운 일상적 감정을 빠짐없이 잡아내어 그 속으로 서서히 몰입시킨다. 이 작품에서도 그는 인간의 이성이 편집광적인 사랑과 질투에 무너지는 과정을 잔인할 정도의 느린 시선으로 관찰하면서, 치밀한 구성과 빈틈없이 짜여진 내러티브로 그려내고 있다. 또한 많은 남자 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연인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데도, 그 관계들의 역사만큼은 광적인 질투의 대상이 된다는 설정이 매우 흥미롭다. 재미있지만 슬프고 암울하기까지 한 반즈 특유의 유머와 스타일이 잘 살아 있다. 너무나도 사실적이어서 에세이적인 요소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까지도 받는 그는, 그것이 자신의 의도적인 논픽션적 스타일 때문이라고 말하고, 자신의 소설의 대부분은 허구일 뿐이라고 말한다. 반즈에게는 다른 작가들에게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특징이 있다. 먼저 그의 모든 소설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를 정도로 스릴과 서스펜스가 넘치는 이야기 전개로 독자들을 사로잡으면서도, 동시에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소재들을 반즈 특유의 유머와 날카롭고 독창적인 통찰로 빚어내어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아왔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녀가 나를 만나기 전>은 이러한 반즈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반즈 문학의 정수로 손꼽히고 있다.

 항해와 발견 의 역사의 주제를 연결하는 것에는 소설에 대해서 공부되고 이야기된 바네스의 된 것이 있다. 소설 적이고 및 역사적 이야기의 혼합물은 바네스에게 역사의 웅대한 범위 내의 우리의 상호 작용 그리고 배치를 설명하는 응답을 위해 역사의 우리의 아이디어, 사실의 우리의 해석, 및 우리의 수색을 문제시하는 기회 제공한다.
"역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느가가 아니다. 역사는 무슨 사학자가 저희에게 말하는 정당하다. 본, 계획, 운동, 확장, 민주주의의 행진이 있었다; 태피스트리, 사건의 교류, 설명할 수 있는 복잡한 설화, 연결해 이다. 1개의 좋은 이야기는 또 다른 한개에 지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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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5-06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가져가요. 요 사람 소설을 몇 권 사놨는데 아직 못봤어요.

물만두 2006-05-06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세요. 마지막 책도 조만간 나온답니다.

비로그인 2006-05-0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를 만나기 전, 참 좋았습니다. 지나치게 우스꽝스러운 속에 꼭 어떤 면에서는 그 남자가 나를 닮은 면도 있었을거란 생각이 들면, 웃다가도 오싹해지곤 해요.

새들처럼 2006-05-07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져 갑니다.^^ 항상 좋은 자료 감사!

stella.K 2006-05-0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람 책 읽어보셨나요? 좀 어려울 것 같아 머뭇거리고 있는 책인데 읽어보고 싶군요.^^

물만두 2006-05-07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 한 권도 안 읽어봤느데 서스펜스라는 말이 있어 좀 동합니다.
마이네이미스님 네~
스텔라님 안 읽어봤어요^^:;;

2006-05-07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적오리 2006-05-07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는 작가지만 관심이 가는.. 퍼가용..

물만두 2006-05-07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네~
날난적 나도 모르는 작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