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 여섯 명의 작가가 바라본 한국인의 여섯 가지 공포
김다은 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부제가 <여섯 명의 작가가 바라본 한국인의 여섯 가지 공포>다. 우리가 평소 느끼는 생활 속에서 드러나는 밀접한 것들 가운데 공포로 해석할 수 있는 것들을 쓰고자 했다는 얘기로 들린다. 내가 원한 공포의 이야기, 밀도 있는 것과는 좀 차이가 있어서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실생활에서 이런 것이 더 쉬운 공포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다은의 <마담>이라는 작품은 거짓에 대한 공포를 드러내고 있다. 젊은 시절 자신의 과거를 속이고 결혼한 여자가 자신이 한때 룸사롱에 다녔다는 걸 남편이 안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보여주고 있다. 결혼과 사생활 노출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우리 사회가 금기시하고 자신조차 용납할 수 없는 것을 필사적으로 감추려는 노력의 대가가 평생을 안고 살아야 하는 공포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예수께서 죄 있는 자 돌로 쳐라 라고 하셨을 때 아무도 돌을 던지지 않았다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과 사회구조로 봐서는 자신의 거짓과 위선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돌을 던져 하나의 희생양을 만들고자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일들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단적으로 연예인의 사생활을 공인이라는 이유로 과도하게 들춰내는 행동은 관음증과 더해서 어디선가 우리 내부에서 심하게 썩어 들어가고 있는 병리현상이라고 생각된다.

 

박덕규의 <비밀의 방>은 좀 더 세련되게 썼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든 어떤 사회든 인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출세 지향적이라는 건 공통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일등만능주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일등이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은 스포츠 스타를 응원할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러지 말자고 하면서도 언제나 금메달에 조명이 맞춰지는 것, 은메달이나 동메달 따기는 쉬운 줄 아는 것처럼 그들의 노력은 무시하는 현상들을 보면 꼭 다른 나라는 안 그런데 우리나라만 이라는 말이 따른다. 하지만 다른 나라는 이미 일정 선에 도달했기 때문이고 우린 아직 그 선까지 가고 있는 과정이라 채찍질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것의 근본은 따져보지 않은 채 그들만큼 크고 싶고 가지고 싶은 국민 모두의 마음과 정부의 부추김이 오늘의 사태까지 몰고 온 것이다. 결국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올라야 하는 우리의 공포를 왜 우리는 아직도 인식 밖으로 애써 밀어내고 있는 것일까...

 

박성원의 <긴급피난>은 이 작품에서 내가 바란 공포에 가장 가까운 작품이다. 운전사고로 한 남자에게 구조된 남자, 그런데 남자는 그를 집에 데려가고 병원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의아하지만 눈이 많이 내려 고립된 거라 생각하며 애써 납득하려 하지만 자고 일어나니 남자는 사라지고 그의 앞에 펼쳐진 공포는... 결국 어떤 상황에 쳐하더라도 인간에게 가장 우선이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자신이 겪을 공포를 생각하는 것이 타인이 겪을 공포를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고 당연하다. 인간은 원래 이기적인 동물이기 때문이고 믿을 수 없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정말 긴급피난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작품이다.

 

박철우의 <신라의 달밤>은 아파트에서 자주 일어나는 층간 소음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것이 무슨 공포가 되겠냐 싶겠지만 사회 문제가 될 만큼, 그리고 잦은 싸움과 고소, 살인까지 이어질 만큼 대단한 일이다. 우리는 작은 소음도 참아내기 힘든 지경에 이른 것이다. 미국에서는 경적을 울린 남자를 쏜 남자가 정당방위가 인정된 예도 있다. 너무하다 싶겠지만 그 남자가 판사 집 앞에서 매일 경적을 울렸다고 한다. 내가 내는 소리가 얼마나 심각하겠어?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에 따라 그 소리는 살인을 부를 수도 있는 위험한 공포 소리임을 명심하고 모두가 조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였다.

 

김나정의 <우리 모두 천사>는 입양된 아이, 고아원에 있는 아이,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문제와 더불어 그들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의 입장에서 입양은 공포일 수도 있다. 모두가 빨강머리 앤처럼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폐쇄적인 혈연과 가족 구성에 대한 맹목적 유대가 어떤 비극적 공포를 낳을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싶다. 천사도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천사가 어떤 천사인지 알 수 있는 건 우리 마음에 들어 있다.

 

이정은의 <먹어 봐>는 한미FTA가 타결된 시점이라 더욱 쓸쓸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나는 모르지만 조류독감이 한번 발생하면 뉴스에 어떤 것들이 올라오는지는 안다. 그 당사자가 된다는 것은 그 어떤 공포보다 더한 공포일 것이다. 삶의 터전을 잃는다는 공포, 가족의 생계가 위협받게 된다는 공포, 나이가 주는 공포, 이 작품의 주인공처럼 다시 시작할 나이가 아닌 사람이라면 그것은 치명적이 될 것이다. 이것은 정부가 나서야 할 일이다. 국민의 생존권에 대한 보호는 국가에 있는 것 아닌가. 국민의 생존권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국가와 정부가 존재할 이유는 없다. 그 어떤 작품보다 사회성 있고 지금 우리가 읽고 지켜야 하는, 그래서 물리쳐야 하는 공포가 아닌가 생각된다. 매년 되풀이되는 일인데 대비책이 없다는 사실이 더 공포다.

 

내가 생각한 공포 작품은 아니었다. 그리고 내용이 그렇게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6명의 작가가 끄집어낸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공포에는 공감한다. 그런데 다른 나라와 어떻게 다른지와 공포의 기원이나 구조의 양상에 대해서는 보여준 것이 없는 것 같다. 내용이 너무 짧았다. 또한 아주 세련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한번쯤 보고 생각할만한 작품들이라는 생각은 든다. 작품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내 안의 잠재하고 있는 공포를 생각해볼 기회가 된 것도. 이 단편들을 읽으며 그런 자신의 내면 속의 공포를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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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5-04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포'소설은 읽지 못하는데, 리뷰를 보니 굉장히 호감가는데요. 보관함에 넣어야겠어요. 항상 물만두님덕에 제가 몰랐던 소설들을 많이 알게 됩니다. 감사해요 :)

물만두 2007-05-0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같은 작품은 아니었지만 의외로 생각하면 할 수록 좋더군요. 글이 아닌 거기에 담겨진 것들이요^^

sayonara 2007-05-07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밀리언셀러 클럽에서 나온 공포 단편선을 읽었는데... 한국공포소설의 신세계에 발을 들인 느낌이더라구요. 그동안 선입견 때문에 너무 무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작품도 한 번... -_-+

물만두 2007-05-07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이 단편들은 그 단편들과 공포의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으로써 글솜씨는 좀 그렇지만 주제의식은 썩 괜찮은 내용들입니다. 감안하고 읽으세요^^

sayonara 2007-05-08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글을 보니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생각하시려는 칭찬만두의 음모(!?)같은데요... -_-+
글솜씨와 주제의식을 굉장히(!) 많이(!!) 감안하고 읽어야 할 것같은 기분이... -_-;;;

물만두 2007-05-0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아무래도 공포에 대한 시각차이가 있거든요^^;;;

비로그인 2007-10-30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보다 별 하나가 더 반짝거리고 있군요. 그런데 긴급 피난이 저도 가장 좋았습니다.가장 아닌 작품을 꼽으라면 역시 '비밀의 방'을 택했겠지요. 무섭기는 커녕 지루했으며 긴급 피난의 경우 뒷페이지를 얼른 넘기게 되었거든요. 하지만 그것조차도 이것이 과연 `한국인이 느끼는 공포'인가, 라고 반문해 본다면 별 자신이 없어요. 기획의도는 참신했는데, 작품이 뭔가 의도에서 벗어난 것 같다, 라고 계속 생각이 납니다.

물만두 2008-06-03 09:51   좋아요 0 | URL
이제 댓글을 봤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만 인간이 느끼는 공포는 다 다르지 않나 싶어요. 보편적인 공포도 있고 자기만의 공포도 있고... 부제를 안썼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BEST NOVEL
CITIZEN VINCE BY JESS WALTER (REGAN BOOKS)

BEST FIRST NOVEL BY AN AMERICAN AUTHOR
OFFICER DOWN BY THERESA SCHWEGEL (ST. MARTIN'S MINOTAUR)

BEST PAPERBACK ORIGINAL
GIRL IN THE GLASS BY JEFFREY FORD (DARK ALLEY)

BEST CRITICAL/BIOGRAPHICAL
GIRL SLEUTH: NANCY DREW AND THE WOMEN WHO CREATED HER BY MELANIE REHAK (HARCOURT)

BEST FACT CRIME
RESCUE ARTIST: A TRUE STORY OF ART, THIEVES, AND THE HUNT FOR A MISSING MASTERPIECE BY EDWARD DOLNICK (HARPER COLLINS)


BEST SHORT STORY
"THE CATCH" IN GREATEST HITS BY JAMES W. HALL (CARROLL AND GR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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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JUVENILE
THE BOYS OF SAN JOAQUIN BY D. JAMES SMITH (SIMON AND SCHUSTER CHILDREN'S BOOKS)

BEST PLAY
MATTER OF INTENT BY GARY EARL ROSS (THEATER LOFT)

BEST TELEVISION EPISODE TELEPLAY
SEA OF SOULS - "AMULET"

BEST MOTION PICTURE SCREENPLAY
SYRIANA- STEPHEN GAGHAN (SCREENPLAY) (WARNER BROTHERS)

ROBERT L. FISH MEMORIAL AWARD
EDDIE NEWTON FOR HOME IN EQMM, MAY 2005 (DELL MAGAZINE)

GRAND MASTER
STUART KAMINSKY

ELLERY QUEEN AWARD
BRIAN SKUPIN AND KATE STINE, CO-PUBLISHERS OF MYSTERY SCENE MAGAZINE

RAVEN AWARDS
BLACK ORCHID BOOKSHOP (BONNIE CLAESON AND JOE GUGLIEMELLI, OWNERS)
MEN OF MYSTERY CONFERENCE (JOAN HANSEN, CREATOR)

THE SIMON & SCHUSTER-MARY HIGGINS CLARK AWARD
DARK ANGEL BY KAREN HARPER (MIRA BOOKS)

http://www.mysterywriters.org/pages/awards/winners06.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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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프스튜 자살클럽
루이스 페르난두 베리시무 지음, 이은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작가가 연이어 좋은 작품을 독자들에게 선보일 수는 없다고는 해도 전작과 이렇게 차이가 크면 난감해진다. 작가의 작품을 어찌 생각해야 할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먹다 죽은 귀신 때깔 곱다는 우리네 속담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죽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지만 차츰 그들, 남은 사람들은 그것이 살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알면서도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일부러 자기 살인을 받아들이고 친구들은 방조한다. 아무 이유 없다. 이들이 음식을 탐하는 것도, 살인에 기꺼이 응하는 데도...

 

그러니 작가여, 여기에 안락사라는 말을 덧붙이지는 말았어야 했다. 그들이 비록 그런 죽음을 원했다 할지라도 그리고 누군가 세상에 그런 일을 바라는 자들이 있다고 해도 식탐은 죄악일 뿐이다. 세상에 굶어 죽는 사람이 아직도 많은데 이런 지저분하고 역겨운 방식으로 추리소설을 모독하지 말기 바란다. 자신의 마지막을 알고 있다는 것은 추리소설의 결과를 알고 있다는 것과 같은 그런 희열이 절대 아니다. 비교할 걸 비교하셔야지.

 

작가도 실수했고 작품을 읽은 나도 명백히 실수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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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7-05-03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한글을 몰라서 물만두님의 리뷰를 못 읽는게 아쉽습니다.ㅠㅠ
날씨가 넘 좋아요~~^^

물만두 2007-05-03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저 이 책 읽고 화났다니까요. 날씨가 정말 환하네요^^

비로그인 2007-05-05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는 그냥 휙휙 넘어가게 읽었는데, 이걸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굉장히 망설인 저같은 독자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만두님 리뷰를 읽으니 뭔가 좀 정리되는 느낌까지 들어요.

물만두 2007-05-05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 저는 기대가 컸는데 아주 대 실망이었습니다.
 

 여기 실린 72편의 시들은 이미지를 중첩시켜 연결하거나 하나의 시어에 수십 개의 주석을 달 이유가 없다. 저자의 생존의 체취가 묻어져 나오는 시들은 읽기만으로 그 의미를 충분히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예술을 통해 저자는 마음과 육체와 영혼의 노래를 부른다. 그것이 그의 특기였던 랩처럼 들리더라도 그 안에는 그가 바라보는 세상의 리듬이 죽지 않고 살아 있음을 절로 느끼게 될 것이다. 한 편엔 원본이 한 편엔 번역본이 실려 있어 한 편을 두 가지 방법으로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투팍을 존경하는 친구들이 그가 열아홉 살 때부터 써 놓은 작품들을 모아 새롭게 엮어 펴낸 遺稿 시집이다. 표제작인 The rose that grew from concrete.를 비롯해 72편의 작품이 실려있는 이 시집은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자란 투팍 자신의 일생을 암시해주는 열정적인 작품들로 가득하다.
그의 첫 번째 시 <콘크리트에서 핀 장미>는 비록 짧지만 ,투팍이야말로 모든 난관을 뚫고 자란 장미였다는 사실을 암시해주는 작품이다. 그의 인생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모든 장애를 극복하고 미국인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사람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두드러지고, 발전하고, 그리고 꽃 피울 수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표본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예술을 통해 마음과 육체, 그리고 영혼에 새로움을 불어넣는 혁명을 시도했던 그의 의지와 순수성이 잘 나타나 있으며 현재의 세상에 대한 연민과 인생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담겨져 있다. 이 책에서 나타나는 투팍의 천재성은 그 무엇에도 구속받지 않을 정도로 원시적이며 세상사람들이 그에게 표하는 존경과 사랑은 그의 재능만큼이나 자연스럽다고 느끼도록 해준다. 자신의 비극적인 죽음을 암시하는 작품도 들어있을 만큼 그가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매우 강렬하다. 우리의 심장을 울릴 정도로 그의 목소리는 생생하게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주옥같은 이 작품들은 그의 정직성과 심오한 내면적 세계를 그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수께끼같은 그의 삶과 모순적인 면들을 엿볼 수 있게도 하며, 교과서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보편적인 필요성들에 대해 절규하고 있다.
<그리고 내일>과 <여전히 여명을 기다리며>같은 작품들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살아남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누군가 굶주려 죽어가고 있다면 우리 인류전체가 같이 고통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시에 나타난 그의 영혼은 아주 감미롭고 섬세하기 이를 데 없다. 연인에게 바치는 시, 어머니에게 바치는 시, 그리고 그보다 먼저 천국에 올라간 자식에게 바치는 시 등은 읽은 사람의 영혼을 흔들어 놓을 정도로 아프고 아름답다. 투팍은 19살부터 심장을 쥐어짜듯 써 내려간 이 시들을 통해 자신의 영감, 에너지...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희망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고자 했다.

 힙합 역사를 빛낸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책. 랩의 대중화를 이끈 런 디엠시, 정치적인 메시지로 랩의 가치를 되새긴 퍼블릭 에너미, 갱스터 랩의 전설이 된 비운의 스타 투팍, 미국 대중문화의 우상으로 등극한 에미넴 등 위대한 랩 아티스트들을 통해 21세기 문화 키워드로 부상한 힙합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갱스터 랩의 전설이 된 비운의 스타-투팍

투팍이 마지막 숨을 거둔 1996년, 그의 나이는 불과 25세에 불과했다. 꽃다운 ‘젊은 피’ 하나가 사라진 잔인한 9월이었다. 투팍의 삶은 가히 ‘갱스터’나 다름없었다. 그의 삶이 갱스터 노선을 따른 반면, 음악에 담긴 노랫말은 한편의 시였다. “과격한 갱스터의 이미지와 시적인 메시지의 조화가 가장 완벽하게 결합했다.”는 그의 랩 가사에는 주로 흑인들의 빈곤과 실업, 범죄, 폭력, 10대들의 낙태, 섹스 등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져 있다.
과연 누가 그를 죽였을까? 여태껏 무성한 추측만이 떠도는 가운데 그 의문의 진상을 파헤치는 과정은 마치 한편의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영화와도 흡사했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당장이라도 폭력이 수반될 것 같던 이스트코스트와 웨스트코스트 진영 사이의 반목과 관련된 주장이다. 공개적으로 상대방을 비방하던 그들이 급기야 가까운 갱단을 시켜 살해를 청탁했다는 것이다.
그가 1990년대 흑인문화를 통틀어 가장 드라마틱하고 인상적인 활동을 보여주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후의 그날까지도 진정 ‘갱(gang)’다운 모습으로 생을 마감한 투팍의 인생은 가장 화려하면서도 가장 비극적인 갱스터의 삶과 인생을 보여주었다.

미국대중문화의 우상으로 등극한 21세기의 팝 아이콘-에미넴

1972년 10월 17일 캔자스에서 태어난 에미넴은 아버지의 존재는 알지도 못했고, 일찍이 홀어머니 데비 매더스와 함께 가난한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의 어린 시절은 빈민가 흑인들의 삶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10대 시절 디트로이트 공업지대에 정착해 그곳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늘 낙오자처럼 방황과 탈선을 일삼았다. 그 시절 그에게 랩은 유일한 분노의 출구이자 종교와도 같았다.
에미넴이 유능한 프로듀서 닥터 드레의 눈에 띄어 주류 팝계에 등장하자마자 엄청난 센세이션이 일어났다. 대다수는 에미넴의 목소리만 듣고 그가 흑인인 줄로 착각했다. 마치 흑인보다 더 흑인처럼 구사하는 그의 랩 실력에 실제 흑인들마저 혀를 내둘렀다. 그의 최대 장점은 독침처럼 톡톡 쏘아 내뱉는 독특한 코맹맹이 래핑이었다.
곡에 등장하는 에미넴의 문학적 페르소나이자 얼터 에고인 슬림 셰이디(Slim Shady)를 그는 이렇게 표현한다. “서로 다른 양면성을 지닌 악마 같은 놈, 비아냥거리는 독설가!” 그의 말처럼 에미넴의 가사에는 스타들을 도마에 올려놓고 그들의 귀를 간지럽게 하는 악독한 비꼼이 재치와 유머로 그려진다.
개구쟁이처럼 말썽을 일삼는 에미넴이 팝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이유는 흑백 인종 모두에게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무섭도록 솔직한 노랫말을 들 수 있다. 오히려 대다수는 그의 직선적인 성격과 건방진 태도, 다부진 근성에 갈채를 보낸다. 에미넴이 밑바닥 인생에서 팝계 최고의 슈퍼 스타덤에 오른 우리시대의 영웅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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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5-02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이란 경이로워요...랩..힙합이 없었다면 투팍이나 사이프러스 힐 등등의
인물들은 그냥 저냥 길거리 갱으로밖에 안남았을텐데 말입니다.^^

물만두 2007-05-02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무상하죠. 그리 짧게 살다 가다니요.
 
행복을 찾아서
크리스 가드너 지음, 이혜선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크리스 가드너라는 한 남자의 성공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집이다. 에세이를 거의 읽지 않는 내가 이 작품을 읽은 이유는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영화는 못 봤지만 포스터 속에서 윌 스미스와 그의 아들이 함께 걸어가던 뒷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흔히 성공이라고 하면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부자들은 돈이 전부는 다가 아니라고 말을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살아가는데 돈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고 아들과 함께 노숙까지 하면서 악착같이 열심히 돈을 벌 생각을 안 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돈과 성공을 빼고 생각해보자. 우선 이 책은 자식의 소중함을 아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아버지 없이 자란 사람은 두 종류의 아버지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아버지와 같이 자식을 버릴 수 있는 아버지와 자신의 아픈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절대 자식을 버리지 않는 아버지. 크리스 가드너는 후자를 어린 시절 맹세했고 그 맹세를 지켰다. 비록 노숙자로 화장실에서 아이를 데리고 자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볼만 하다.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다고 제일 먼저 자식을 버리는 부모가 늘고 이혼하면서 서로 맡지 않겠다고 싸우는 세상이 되어버린 요즘 그래도 제 자식 끓어 안고 살려고 애를 쓰는 이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해본다.

 

또 하나는 대학 교육을 받지 않고도 어느 곳에서든 열심히 일했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배우려고 했고 배울 때 최선을 다해 배운 크리스 가드너의 정신은 오늘날 여전히 학벌 지향주의를 타파하지 못하고 대학만을 외치며 사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이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스스로 배우게 놔두라고. 스스로 배우지 못한 것은 절대 자신의 것이 되지 않는다.

 

188쪽에 이런 말이 나온다. ‘불운처럼 보였던 것은 가면을 벗겨보니 축복이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고 스스로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삶을 산다면 누구에게든 행복은 찾아올 것이다. 크리스 가드너처럼 대단한 부자가 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누가 이 사람처럼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빠예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아빠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해주는 아들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인생 아닐까. 이 5월, 가정의 달에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부모였는지, 부모가 될 수 있는 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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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5-02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책과 함께 영화까지 보고 싶어져요. 뭘 먼저 봐야 하나.......... ^ ^;;;;;

물만두 2007-05-02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둘 다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