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였던 세월호 침몰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따르면(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26406.html) 정부 발표와 달리 세월호의 실제 항적은 사고 현장 부근의 섬 병풍도에 바짝 붙어서 운항했고 닻(앵커)를 사용한 걸로 추정된다. 지금까지의 정황증거들은 모두 고의침몰 의혹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세월호와 관련된 거의 모든 영상을 샅샅이 훑으면서 진실의 조각을 맞춰 다큐멘터리 <인텐션>을 만들고 있는 김지영 감독은, 정부와 군이 밝힌 세월호의 항적에 각각 나쁜 항적, 이상한 항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에서 따왔다. 김 감독은, 둘라 에이스호의 기록을 바탕으로 진짜 항적인 ‘좋은 항적’을 추적해왔다.   

 

김 감독의 집요함이 찾아낸 좋은 항적은 충격적이다. 정부와 해군이 밝힌 항적과 달리, 세월호가 사고현장 부근 섬인 병풍도에 바짝 붙어 운항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의 인터뷰에 응한 생존자 최은수씨는 “세월호가 섬을 받아버리는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화물기사인 최씨는 세월호 사고 이전 1년 동안 한 달에 세 차례 이상 세월호, 혹은 같은 항로로 운항한 오하마나호를 이용해 제주도를 오간 경험이 있어 항로와 주변 풍경에 익숙한 편인데, 사고 당일 “세월호의 항로가 평소와 달랐다”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또 해경과 선원이 사고 직후 조타실에서 가지고 나온 의문의 물체(http://goo.gl/QkNmfd, 파파이스 66회 참조)가 음향을 이용해 해심을 측정하는 ‘에코사운더’ 기록지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흰색의 사각 물체에 대해 당사자인 박상욱 경장은 지난달 열린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경 쪽은 여전히, 선원인지 몰랐고 승객으로 알고 구조했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병풍도에 바싹 붙은 ‘좋은 항적’과 에코사운더 기록 가능성을 정밀한 해저지형도 위에 얹어보면, 좀처럼 믿기 힘든 가설에 이른다. 섬은 물로 둘러싸인 땅이라, 물 아래에도 육지의 산맥 같은 것이 있다. 김 감독은 “해군 레이더의 기록만 보면 세월호의 항적이 정말 이상하지만, 둘라 에이스호가 지목한 사고현장으로 옮기고 여기에 해저지형도를 겹쳐보면, 물리적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급격한 각도의 이동이 기록된 이상한 항적 지점마다 바다 밑에 산 혹은 산맥이 솟아 수심이 낮다. 정말 상상하고 싶지 않은 가설이지만, 거기에 세월호의 닻이 걸렸을 때 해군 레이더에 기록된 세월호의 이상한 움직임이 설명 가능하다”고 말했다.(한겨레)

기사에서는 '좀처럼 믿기 힘든 가설'이라고 조심스레 표현했지만, 다름아니라 고의로 침몰을 의도했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들이 포털뉴스에서는 사라지고 있어서 나대로는 '방주'에 보존해놓는다. 당장 가질 수 있는 물음은 '왜?'인데, 이미 세월호 사건 초기부터 고의침몰 의혹은 제기돼왔다(다만 확실한 물증을 잡기 어려웠을 뿐인데, 이번에 그런 의혹을 합리적으로 제기할 만한 물증과 정황적 증거들이 확보된 셈이다). 일차적으로 청해진해운이 노릴 만한 것은 보험금이고 이와 관련해서는 상당한 전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2014년 5월 1일자 일요시사 기사에서는 고의침물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고 했는데(뭔가에 통제된 탓인지 사실은 의혹이 그렇게 번지지 못했다). 최초 출처는 4월 29일의 YTN보도였다(http://www.ilyosi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006).

 

<YTN>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의 전신인 온바다해운은 지난 2001년에도 보험금을 타기 위해 여객선을 고의로 침몰시켰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즉 전력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같은 목적으로 여객선 침몰을 유도하지 않았겠냐는 것이다이날 보도된 내용을 종합하면 당시 온바다해운은 시중에서 매긴 선박가격보다 높은 사고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11월 백령도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온바다해운 소속 여객선 '데모크라시 2' 인천 옹진군 대청도 근해에서 화염에 휩싸였다. 이때 데모크라시 2호에는 승객 69명과 승무원 7명이 탑승하고 있었다사고 소식을 접한 해군함정은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배 안에 있던 승객 등 76명을 전원 구조했다최초 화재 발생장소는 선박 기관실, 사고 발생 2시간이 채 못돼 여객선은 바다 밑으로 완전히 가라앉았다. 경찰 조사 결과 데모크라시 2호의 구명장비는 사고 순간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수십 개의 구명벌 중 1대만 펴졌던 이번 세월호 참사와 동일하다

 

당시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온바다해운 측에 75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그런데 한 가지 의문으로 남은 점은 승무원과 해군까지 총동원돼 화재 진압 작전을 폈음에도 선박의 불을 끄지 못했다는 것이다. 표면적인 원인은 불씨가 연료통에 옮겨 붙어 불길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누군가에 의한 '고의 방화' 의혹은 끝내 규명되지 않았다.

 

이른바 '데모크라시 2호 사건'은 다행히 배에 타고 있던 인천 중부경찰서 소속 정모 순경(당시 28)의 기민한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정 순경은 기관실에서 연기가 새나오는 것을  수상쩍게 여기다가 객실 내로 검은 연기가 밀려들자 승객과 승무원을 출구 쪽으로 우선 대피시키고, 관계당국에 빠른 구조요청을 했다특히 정 순경은 배에 남은 75명을 모두 구조선에 피신시키고, 자신은 끝까지 남아 마지막에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순경이 없었다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지 모르는 데모크라시 2호 사건그런데 불과 두 달 뒤인 3월 초전남 여수항에 정박해 있던 온바다해운 소속 '데모크라시 3'는 원인 모를 화재로 침몰했다. 그날 데모크라시 3호에는 승객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만약 출항 중이었다면 끔찍한 재앙이 우려됐던 상황이다한 여객선 선장은 "화장실에서 갑자기 불이 났다는데 사고 원인을 못 찾았고 당직자는 기관사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야무야된 '데모크라시 3호 사건'으로 온바다해운 측이 챙긴 보험금은 28억원앞서 벌어진 '2호 사건'으로 벌어들인 보험금은 23억원이다이들 여객선 모두는 화재에 취약한 강화섬유플라스틱 선체인데다 중고선박이라 책정된 보험가가 낮았던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온바다해운 측은 예상가보다 2~3배에 달하는 보상금을 챙겼는데 관련한 내막을 놓고 보험금을 노린 고의 침몰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다고 <YTN>은 보도했다.

 

실제로 온바다해운은 지난 2006년 경영난을 이유로 자산과 직원이 청해진해운에 흡수됐는데 청해진해운과 관계된 세모해운 등의 선박은 그간 잦은 고장과 사고를 일으키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하지만 사측은 안전상 위험에도 낡은 선박을 돌려 막는 수법으로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이다때문에 세모해운·온바다해운·청해진해운으로 이어지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관련한 재산 증식 과정에 선박사고 보험금이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일요시사) 

영업 적자가 누적되고 있던 세월호도 114억 규모의 선박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약간의 희생자가 나온 단순한 운항사고로 처리되었다면 손실을 보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청해진해운이 내세운 2012년의 세월호 취득원가는 178억원이지만 이는 부풀려진 것이고 실구입가격은 50-70억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http://the300.mt.co.kr/newsView.html?no=2014050714137683120). 중개회사를 거쳤다면 127억 가량이고, 청해진해운은 세월호를 구입하면서 100억원은 외부자금으로 동원했다 한다. 그 '외부'가(즉 실소유주가) 국정원이 아니냐는 의혹은 사건 초기부터 제기된 바 있다. 그렇다면 세월호 사건의 이해당사자는 청해진해운(유병언)과 국정원(정부), 양쪽이고 해경이 찬조출연한 모양새다.

 

 

이제 다시금 요구되는 것은 유야무야되고 있는 사건의 진상 조사와 책임 규명이다. 정부기관이 이해당사자이기도 하다면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지만 관건은 다수 국민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달려 있다. 올해야말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짐으로써 아까운 죽음들을 위로할 수 있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눈먼자들의 국가'는 이제 지긋지긋하지 않은가...

 

16. 01. 17.

 

 

P.S. 오늘까지도 '세월호 고의침몰'에 관한 뉴스기사가 단 한 건도 포털에 노출되지 않고 있다. 눈 뜨고도 진실을 볼 수 없는 사회가 눈먼 사회이고, 눈 뜨고도 진실을 보지 못하게 가로막는 국가가 눈먼 국가다.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가 보여주듯 눈먼자들의 삶은 짐승의 삶이다. 헬조선은 짐승들의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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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은 모린 코리건의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책세상, 2016)다. 처음 소개되는 저자이지만 제목이 <그래도 책읽기는 계속 된다>(현암사, 2012)도 떠올리게 해주어 공연히 반갑다. 제목이 시사하듯 독서 에세이다.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이 부제.

 

 

아직 다른 소개는 뜨지 않아서(다른 곳에서도 목차만 확인할 수 있다) 제목과 부제만으로 어림해볼 따름인데,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이란 문구 때문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 <위대한 개츠비> 같은 경우도 자주 강의하는 작품이라 저자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하고.

 

 

<위대한 개츠비>에 대해선 영문학자 김욱동, 서숙 교수의 책이 나와 있기도 하다. 나대로 <위대한 개츠비>에 대해 강의한 내용이 포함된 책은 이번 봄에 나올 예정이다...

 

16. 0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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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고전'으로는 두 명의 이탈리아 현대작가의 작품을 고른다.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온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쾌락>(을유문화사, 2016)과 안토니오 타부키의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문학동네, 2016)다. 이탈리아어 번역자는 많지 않아서 둘다 같은 역자가 옮겼다.

 

 

가브리엘레 단눈치오(1863-1938)의 작품은 따로 검색되는 게 없는데, 예전에 금성사 세계문학전집에 <죽음의 승리>란 작품이 소개된 바 있다.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도 이름이 입에 익은 것은 그 덕분이다(<이문열 세계명작산책>에도 단편 하나가 소개돼 있다). <쾌락>은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

"이탈리아 유미주의 문학의 기수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대표작. 이현경의 충실한 원전 완역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 작품은 토마스 만, 제임스 조이스 등에 큰 영향을 준 탐미주의 문학의 백미다. 단눈치오는 <쾌락>과 <죄 없는 자>, <죽음의 승리> 자신의 세 작품에 '장미소설'이라는 이름을 붙여 3부작임을 밝혔다."

찾아보니 <쾌락>의 영역판은 펭귄북으로도 나와 있다. '문학속의 정념'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 주로 프랑스문학 작품을 강의에서 읽었는데, 단눈치오와 모라비아의 소설도 언젠가 다뤄보고 싶다.

 

한편, 안토니오 타부키(1943-2012)의 작품은 문학동네의 '인문서가에 꽂힌 작가들' 시리즈로 여러 권이 나와 있는 상태에서(이 시리즈에서만 현재 일곱 권이 나와 있다) 세계문학전집판으로는 <페레이라가 주장하다>(문학동네, 2011)에 이어 이번에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가 추가되었다. 소개를 보니 속편 격의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참여하는 지성, 21세기 초 유럽에서 가장 문제적인 서술가로 평가받는 작가 안토니오 타부키의 범죄소설. 타부키는 꾸준히 사회를 비판해온 참여 작가다.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는 실제로 일어난 살인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어 부패한 공권력을 비판하는 소설로, 반민주 정권에 대한 저항과 언론 자유의 상징이 된 <페레이라가 주장하다>의 맥을 잇는 작품이다."

20세기 후반의 이탈리아 작가로는 움베르토 에코와 이탈로 칼비노 등과 같이 읽어봄 직하다. 그 가운데 '참여 작가'로 분류된다는 점에서는 타부키가 이채로운 게 아닌가 싶다...

 

16. 0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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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대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강의>의 저자 신영복 선생이 어제 세상을 떠났다. '사색'이라는 말에 값하는 몇 안되는 저자이자 현자였고, 옛사람들의 생각대로 글씨가 그 사람의 인격이라면 최고의 인격 가운데 한 분이었다. '서삼독'의 가르침을 다시 음미하면서 대표 저작을 리스트로 묶는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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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후마니타스연구소에서 지난주부터 서평쓰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데 오마이뉴스에서 취재를 나와 인터뷰를 가졌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75614). 인터뷰 내용을 옮겨놓는다.  

 

 

오마이뉴스(16. 01. 15) "잘 쓴 서평은 읽은 척 할 수 있는 글"

 

하루에도 몇 편의 서평을 본다. 그러며 생각한다. 서평은 뭘까. 10여년 전. 당시 정기적으로 서평을 쓰던 문학평론가 선배에게 물은 적이 있다. 서평이 뭐냐고. 대략 '읽은 책의 가치를 다른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거'라는 대답을 들었던 것 같다. 가치 '있는' 책을 소개하는 것이 서평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던 건 그때부터 였다.

실제 대부분의 서평이 '볼 만한 책'을 다룬다. 그러나 '로쟈'로 불리는 유명 서평가 이현우씨는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을 소개하는 것도 서평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왜? 책이 너무 많으니까. 그 모든 책을 읽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까.

이씨가 "독서를 대체해 줄 수 있는 역할을 서평이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나아가 "서평가는 책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뭘 잃을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평가는 '독자들의 길 안내자'라는 말이다.

지난 14일 찾아간 글쓰기 현장은 경향후마니타스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서평가 이현우의 <로쟈처럼 서평쓰기> 강의실. 20대부터 80대 어르신까지 40여 명이 강의실을 가득 메운 이날은 두 번째 강의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수업이 진행됐다.

이날 강의를 들으러 온 직장인 이정원(32)씨는 "책을 읽고 잊혀지는 게 아쉬워서 기록을 남기고 싶은데 그 방법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강의를 듣게 됐다"고 말했다. 평소 '서평이 뭐라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사실 서평은 주관적인 기록이고 내가 느낀 것을 쓰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 강의를 듣고 아니란 걸 알게 됐다. 서평은 객관적인 글이라는 거다, 그런 기준이라면 나는 아직 서평이란 걸 써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것 또한 이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평이 객관적인 글이라는 건 무슨 말일까. 강의 직후 이씨와 만나 '서평에 대해 궁금한 몇 가지'를 물었다.(최은경 기자)

- 서평은 주관적인 글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객관적인 글이라고 하는 말의 의미는 뭔가?
"다른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게 서평이다. 읽히지 않는 서평은 의미 없다. 독후감은 다르다. 독후감은 혼자 갖고 있어도 되는 글이다. 자기 자신을 위한 글이기 때문이다. 서평은 독자에게 읽게 하거나, 읽지 않게 하거나, 읽은 척 하게 해줘야 한다."

- 그렇게 쓴 서평의 목적은?
"읽게끔 유도하는 것. 그것은 서평이 갖는 어떤 '추천' 기능이다. 읽게끔 하기도 하지만, 안 읽게끔 하는 기능도 한다. 이것은 희생적인 서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좋지 않은 책을 혼자 읽고 마는 거다. 그런 서평도 필요하다. 그 책 읽을 시간에 다른 것 읽으라는 거다. 우리는 한정된 자본과 시간 속에 산다.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으라고 '강추'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다 읽을 수도 없고. 그래서 '읽은 척' 해야 한다. 그것도 의미가 있다. 언젠가 여력이 되면 읽을 수도 있는 거고."

- 일각에서는 서평을 너무 잘 쓰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책을 사 봐야 할 독자들이 외려 서평만 읽고 책을 사서 보지 않는다는 거다.
"그건 좀 다른 문제다. 열 권의 책이 나온다고 하면 1권 정도 읽을 수 있다. 나머지 책은 읽을 수 없다. 읽는 게 직업인 사람도 그렇게 읽을 수 없다. 서평은 대체 독서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논문도 그 많은 논문을 어떻게 보나. 그래서 논문도 두세 문단으로 정리한 초록을 보는 거다. 그걸 비난하는 건 난센스다."

- 간혹 서평 심사를 한다고 했는데, 고려하는 게 있다면.
"일반인 서평을 심사하다 보면 독후감과 서평이 섞여 있다. 이때 몇 가지 고려를 하는데, 우선 글쓸 때 누가 읽을지 고려했는가의 여부다. 또 독후감처럼 자기 느낌 위주로 글을 쓰면 분량 조절이 안 된다. 서평을 쓸 때 턱 없이 길게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너무 길면 안 된다. 개인적으로 길게 쓸 거면 다른 책으로 2편, 3편 쓰라고 한다. 읽을 만하다는 걸 어필하려면 원고지 5매 짜리도 쓸 수 있다. 긴 분량의 글은 비평으로서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 잘 쓴 서평은 뭔가.
"서평은 예술 작품이 아니다. 불멸의 서평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좋은 서평은 서평의 기능을 충실히 하는 글이다. 읽게끔 하거나, 안 읽게끔 하거나 읽은 척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중 제일 잘 쓴 서평은 읽은 척할 수 있게 해주는 글이다."

- 끝으로 강의실 밖에서 서평쓰기에 대해 주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독서력을 길러야 한다. 서평쓰기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건 아니다. 잘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필요조건으로 잘 읽고, 잘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강의 때도 말했지만 독서력은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다. 자기가 만드는 거다. 그래서 민주적이다."

 

16. 0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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