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는 따로 '이주의 책'을 고르지 않고, 대신에 '공부의 시대' 시리즈 다섯 권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유시민의 공감필법>(창비, 2016)이 단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나는 지난주에 저녁식사를 같이한 자리에서 유시민 작가의 추천을 받아서(그것도 강력추천이었다) <진중권의 테크노인문학의 구상>을 먼저 읽었다. <김영란의 책읽기의 쓸모>도 곧 읽어볼 참이다. 문고본 분량이라 두어 시간 읽을 거리로 맞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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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길의 내 인생의 역사 공부
강만길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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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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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공감필법
유시민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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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의 사람 공부
정혜신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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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씨가 계속 되고 있다.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지칠 정도로는 충분한. 서재 일도 많이 밀려 있는 상태이지만, 무거운 짐부터 먼저 더는 기분으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비록 나와는 무관하지만, '휴가철에 읽을 만한 책'도 겸하게 되는 건가.

 

 

1. 문학예술

 

먼저 한국소설로는 조정래 선생의 신작 <풀꽃도 꽃이다>(해냄, 2016)과 은희경의 소설집 <중국식 룰렛>(창비, 2016)을 고른다. 따로 군말이 필요 없는 작가들이다.

 

 

오늘도 인천공항이 만원이었다는 보도가 있던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국내 여행을 택한 여행자들이라면 유홍준의 <여행자를 위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1,2,3>(창비, 2016)를 길잡이 삼아도 좋겠다.

 

 

장르문학 독자들에겐 새로 소개되는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가 좋은 선물이 될 듯. 배경은 스코틀랜드 북부의 험준악 산악 마을이란다. "나이는 30대 중반, 직업은 법을 지키는 경찰이지만 부업으로 가끔 밀렵을 자행하며, 잡종견 한 마리와 함께 유유자적 살아가는 태평한 주인공 해미시 맥베스 순경의 이야기는, 1985년 <험담꾼의 죽음>으로 시작되어 2016년 현재 두 편의 외전을 포함해 모두 33권, 시리즈 번호로는 31번째 권까지 이어지면서 30년 넘게 사랑받고 있다."

 

 

예술분야에서는 문학수 기자의 <더 클래식 1,2,3>(돌베개)을 고른다. 2014년에 첫 권이 나오고, 얼마전에 마지막 3권이 출간되었다. "시리즈 마지막 책 <더 클래식 셋>에서는 1888년에 작곡된 말러의 ‘거인’을 시작으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33곡을 소개한다."

 

 

덧붙여 클래식 애호가라면,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이야기들도 필독 목록에 들어가겠다. 케이티 해프너의 <굴드의 피아노>(글항아리, 2016)는 굴드가 아니라 '굴드의 피아노'를 소재로 한 점이 이채롭다. 상드린 르벨의 <글랜 굴드>(푸른지식, 2016)은 그래픽 평전. 굴드의 평전으론 피터 오스왈드의 <글렌 굴드>(을유문화사, 2005)가 나왔었는데, 어느새 절판이로군.

 

 

2. 인문학

 

조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교양철학서로는 제임스 러셀의 <곁에두고 있는 철학 가이드북>(휴머니스트, 2016)과 다카다 아키노리의 <나를 위한 현대철학 사용법>(메멘토, 2016)을 고른다. 후자는 '니체, 푸코, 레비나스, 들뢰즈를 무기로 자신을 지키는 법'란 부제를 달고 있지만 겁 먹지 않아도 될 만큼 평이하게 다룬다. 이성민의 <일상적인 것들의 철학>(바다출판사, 2016)은 소소한 질문들을 다루며 차근차근하게 사색을 펼친다.

 

 

조금 묵직한 책으로는 강유원의 <철학 고전 강의>(라티오, 2016), 최원의 <라캉 또는 알튀세르>(난장, 2016), 그리고 백상현의 <라깡의 루브르>(위고, 2016)를 고른다. 독서도 '이열치열'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호적수가 될 만한 책들이다.

 

 

역사 분야에서는 존 앤더슨의 <내추럴 히스토리>(삼천리, 2016)를 고른다. '자연을 탐구한 인간의 역사'가 부제. 먼저 나온 알렉산더 폰 훔볼트 평전 <자연의 발명>(생각의힘, 2016)과 나란히 읽어볼 만하다. 최근에 소개한 로저 애커치의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교유서가, 2016)는 열대야에 읽어볼 만한 책으로 특별히 빼놓아도 좋겠다.

 

 

3. 사회과학  

 

프랑스의 국제정치학자 파스칼 보니파스의 <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레디셋고, 2016)이 나온 김에 지정학에 관한 책 몇 권을 같이 읽어보는 것도 도서관 피서법의 하나.

 

 

 

남성/여셩, 더 정확하게는 여성혐오와 남성혐오가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 베르나르 키리니의 소설 <목마른 여자들>(문학동네, 2016)은 논쟁거리가 될 만한 책. "1970년 페미니즘 혁명으로 탄생한,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여성 제국으로 수십 년 만에 발을 들이게 된 프랑스 지식인들의 여행담" 형식이다. 반면 오찬호의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동양북스, 2016)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카리스마, 대한민국 남자 분석서'를 자임한다. <아내의 역사>(책과함께, 2012)의 저자 메릴린 옐롬의 <여성의 우정에 관하여>(책과함께, 2016)는 '자매애에서 동성애까지, 그 친밀한 관계의 역사'를 훑는다.

"독자들은 옐롬과 브라운의 안내를 받으며 여성의 우정에 관한 흥미진진한 역사적 에피소드들과, 최초의 독서클럽이었던 문학 살롱, 일하는 여성의 등장, 가십이라는 현상, 아웃소싱 우정 등 다양한 흐름들 속으로 깊이 들어가 볼 수 있다. 생기 넘치며 유익한 정보와 풍성한 디테일이 가득한 이 책은, 여성과 여성, 나아가 여성과 남성의 우정까지 생생하게 조명함으로써 '우정의 역사'를 온전히 그려낸 문화사이다."

 

4. 과학

 

과학 쪽에서는 에드워드 윌슨의 신간과 재간본을 고른다. <인간 존재의 의미>(사이언스북스, 2016)가 신간이고, <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사이언스북스, 2016)는 2005년에 나왔던 책의 재간본이다. <특이점이 온다>(김영사, 2007)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의 <마음의 탄생>(크레센도, 2016)도 소리소문 없이 나온 의미심장한 책으로 읽어볼 만하다. "저자는 현시점까지 가장 강력한 지능기계라 할 수 있는 인간의 뇌, 특히 대뇌의 신피질을 분석하고 그것이 작동하는 알고리즘을 추출해냄으로써 인공지능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뇌의 구조나 작동방식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뇌를 분석해낼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지만, 저자는 이러한 견해를 설득력 있게 반박한다."

 

 

5. 책읽기/글쓰기

 

읽기 분야에서는 이반 일리치의 <텍스트의 포도밭>(현암사, 2016)을 고른다. "20세기 최고의 사상가 이반 일리치의 독서 성찰"을 담고 있다. "12개 국어에 능통했던 그는 사회학, 철학, 신학, 역사학, 과학기술 등 많은 분야에 영향을 끼쳤고, 살아 있는 인간의 복원을 위해 주류적 흐름에 반하는 대항 연구와 지식 운동을 전개하였다. 저자는 무미건조하게 지식을 습득하는 용도로 전락한 현대의 독서법을 비판하며 12세기 수도사들의 온몸으로 읽는 읽기를 소개한다." 그러고 보면 지난해 겨울부터 다시 나오기 시작한 이반 일리치 전집의 2차분도 나올 때가 돼가지 않나 싶군...

 

16. 07. 31.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을 고른다. 탄광 노동자들의 파업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노동자 소설로서 프랑스문학에서는 전무후무한 성취에 해당한다. 국내에는 현재 두 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고, 크로드 베리의 영화도 DVD나 유튜브 등을 통해서 감상할 수 있다. 아래는 제라르 드파르디유 주연 영화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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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고전'으로 꼽을 만한 건 사뮈엘 베케트 선집으로 나온 첫 두 권이다. 소설로 <이름 붙일 수 없는 자>와 <죽은-머리들/ 소멸자/ 다시 끝내기 위하여 그리고 다른 실패작들>(워크룸프레스, 2016)이 그것. 예고된 걸 보면 희곡을 뺀 소설, 시 평론 등이 근간 예정인데, 희곡이 빠진 것이 아쉽긴 하지만 단편작가 내지 소설가로서 베케트의 전모를 처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여 반갑다. 당장 이번에 나온 <이름 붙일 수 없는 자>만 하더라도 최초로 번역되는 작품이다(소설 3부작 가운데 <몰로이>와 <말론 죽다>는 번역된 적이 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건 <몰로이> 한편). 먼저 펴낸 나탈리 레제의 <사뮈엘 베케트의 말 없는 삶>(워크룸프레스, 2014)가 일종의 예고편이었던 것일까.

 

 

아무려나 상당히 난해한 작품들이라 독해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실험적인 산문의 한 극점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이미 나와 있는 베케트의 산문 작품으로는 <몰로이> 외에 <첫사랑>에 수록된 단편들이 거의 전부였었다.

 

 

희곡이 빠진다고 하니까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데, 지난 93년에 예니란 곳에서 <사무엘 베케트 희곡전집 1,2>가 출간된 적은 있었다. 나도 구해놓긴 했는데, 절판된 지 오래 돼서 강의에서 이용할 수가 없다.

 

 

<고도를 기다리며>만 주로 강의에서 다루곤 하는데, <엔드게임>(<막판>)이나 <오, 행복한 날들> 등의 작품도 마땅한 번역본이 나오면 다루고 싶다. 마치 세계문학 강의의 '엔드게임'처럼...

 

16. 0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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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공지다. 천안예술의전당의 가을학기 문화예술아카데미에서 '서양고전문학' 강좌를 맡아서 진행하게 되었다(http://www.cnac.or.kr/exhibit/info_view.html?p_team=exh&pfmIng=1&p_idx=565). '고전 속의 욕망과 성찰'이 주제이고, 일정은 9월 6일부터 11월 15일까지다(매주 화요일 오전 10:30-12:40이며 9월 13일은 휴강이다). 지역에 계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구체적인 일정은 아래와 같다.

 

1강 9월 06일_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왕>    

 

 

2강 9월 20일_ 티르소 데 몰리나, <돈후안>

 

 

3강 9월 27일_ 괴테, <파우스트>

 

 

4강 10월 4일_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5강 10월 11일_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6강 11월 18일_ 디킨스, <위대한 유산>

 

 

7강 10월 25일_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

8강 11월 01일_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2)

 

 

9강 11월 08일_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0강 11월 15일_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16. 0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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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우연히 황동규 시인의 예전 인터뷰를 읽고서 검색해보다가 <시가 태어나는 자리>(문학동네, 2001)라는 산문집이 눈에 띄어 주문했다. 대부분의 책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구매내역에 없어서였다. 오늘 같이 주문한 시선집과 받아보니 <나의 시의 빛과 그늘>(중앙일보, 1994)의 개정판이다. 한편의 글만 새로 추가돼 있으니 거의 읽은 셈인 책. 그래도 20년도 더 전에 읽었으니 다시 읽어볼 만하다. 책은 드문 종류의 '자작시 해설'이다.  

 

 

같이 주문한 시선집은 <삶을 살아낸다는 건>(휴먼앤북스, 2010)이다. 이미 두 권으로 묶인 시전집도 갖고 있지만(물론 손에 바로 쥘 수 없는 형편이다) 가볍게 손에 들 수 있는 걸로는 시선집이 요긴하다. 애초에 처음 읽은 황동규 시집도 <삼남에 내리는 눈>(민음사, 1975)이었다. 대학 1학년 때로 기억되니 거의 30년 전이다. 민음시인총서의 시집들이 내게 첫 한국시 읽기였다(교과서에서 나온 시들과 김소월, 윤동주 시집을 제외하고). 지금은 대부분 빛이 바랜 상태라 재작년에 몇 권은 바뀐 표지로 다시 구입했는데, 확인해보니 <삼남에 내리는 눈>은 빠진 모양이다. 조만간 구입해볼 참이다.

 

황동규 시의 의의란 무엇인가? 초기 시에 한정하면, 시인 자신의 자평이기도 하고 시선집에 해설을 붙인 이숭원 교수의 복창이기도 한데, 그 의의는 '최초의 현대적 사랑시'라는 데 있다.

"초기의 사랑 시는 김소월, 한용운, 서정주 등의 연시와는 다른, 새로운 감성의 현대적 연애시를 창조했고, 사랑을 주제로 한 연작을 통해 황동규만의 독특한 '사랑노래' 양식으로 정착되었다."(이숭원)

'즐거운 편지'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기도' 같은 초기 시에서도 읽을 수 있는 이런 대목들.

내 당신은 미워한다 하여도 그것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바람 부는 강변을 보여주면은 나는 거기에서 얼마든지 쓰러지는 갈대의 자세를 보여주겠습니다.

한국시에서 '모던 러브', 최초의 현대적 사랑이라는 게 있다면 그것은 강변에서 쓰러지는 갈대의 자세가 보여주는 사랑이다.

 

 

요즘의 무더위와는 관계가 없는 자세이긴 하군...

 

16. 0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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