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자 버나드 바이트만의 <우연접속자>(황금거북) 때문에 ‘우연의 과학‘이란 주제에 다시금 관심을 갖는다. 내가 떠올린 건 마이클 브룩스 등의 <우연의 설계>(반니)인데 ‘우연의 과학‘을 표방한 책으로 ˝우리가 ‘기적 같은 우연‘이라고 믿는 일에는 어떤 힘이 작용하는지, 흔히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운을 손에 넣었는지 등 우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간다.˝

반면에 <우연접속자>는 분야가 교양심리학으로 돼 있다. 저자에 따르면 ˝우연은 단순히 놀라운 사건의 일치가 아니라 주변의 환경과 내면에 내재되어 있는 욕구의 합작품˝이다. 저자의 ‘우연 이론‘이란 것인데 우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명하는지 관심이 간다.

우연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저작은 저명한 과학철학자 이언 해킹의 <우연을 길들이다>(바다출판사)다. ‘통계는 어떻게 우연을 과학으로 만들었는가?‘란 부제가 시사하듯 과학사의 한 대목을 깊이 있게 해명한 책이기도 하다. ˝근대를 규정하는 개념인 ‘통계‘와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개념인 ‘우연‘을 둘러싼 철학적 연대기˝를 제시한다.

우연을 주제로 한 책들을 몇권 묶어서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싶은데 막상 이 책들은 독자들의 관심에서 많이 비껴나 있는 듯싶다. 이것도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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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연휴 때처럼 네댓 권의 책을 번갈아가면서 읽고 있는데(뷔페식 독서?) 문득 오늘 아침 잠시 찾다가 못 찾은 책이 생각났다. 가끔씩 강의에서 독서에 관해 언급할 때 필요해서 진작 구입해놓고 써먹지 못하고 있는 책이다. 뇌과학자 스타니슬라스 드앤의 <글 읽는 뇌>(학지사).

부제가 ‘읽기의 과학과 진화‘다. 심지어 몇년 전에 미리 원서까지 사둔 책인데 번역서건 원서건 모두 찾지 못하고 있으니 딱 개똥 같은 경우다. 같은 저자의 책으로 <뇌의식의 탄생>(한언출판사)도 지난여름에 나왔고 이 역시 관심도서로 구입한 터라 더 아쉽게 여겨진다.

독서(읽기)가 어떻게 가능한가, 혹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관한 설명은 매리언 울프의 <책 읽는 뇌>(살림)에서 일단 읽을 수 있다. <글 읽는 뇌>가 원저 출간연도로는 더 뒤에 나왔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이 주제에 관한 최신서가 있다면 나로선 관심도서로 삼을 수밖에 없다.

욕망(혹은 귄력)이 뇌를 어떻게 장악하는가, 내지 어떻게 바꾸어놓는가가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 가운데 하나인데, ‘책(글) 읽는 뇌‘도 마찬가지다. 책이 우리의 뇌를 어떻게 바꾸어놓는지, 더 나아가면 두꺼운 장편소설 독서는 우리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가설로야 몇마디 할 수 있지만 실험적으로 입증된 결과가 있는지 알고 싶은 것. 아, 그러자면 ‘소설 읽는 뇌‘가 나오길 기다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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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일본 유학자 이토 진사이 선집이 완간되었다. <동자문>(그린비, 2013)을 첫 권으로 해서 이번에 나온 <어맹자의><대학정본/중용발휘>(그린비, 2017)까지 총 5권이다. 완간은 되었지만, 일반 독자로서는 일본 유학의 전반적 성격과 이토 진사이 유학의 특징 및 의의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가 없다면 가늠하기 어렵다. 기억엔 가라타니 고진의 책에서 이토 진사이를 비롯하여 일본의 대표 유학자들에 대한 해설을 읽은 듯싶은데, 출처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되었다(확인해보니 <유머로서의 유물론>(문화과학사, 2002)에 나온다). 절판된 책 가운데서는 이기동 교수의 <이또오진사이>(성균관대출판부, 2000) 같은 책이 있었다. 비슷한 성격의 책이 다시 나오면 좋겠다. 완간된 선집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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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본 / 중용발휘
이토 진사이 지음, 최경열 옮김 / 그린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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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맹자의- 논어 맹자 개념어 사전
이토 진사이 지음, 최경열 옮김 / 그린비 / 2017년 9월
16,000원 → 15,200원(5%할인) / 마일리지 48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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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고의
이토 진사이 지음, 최경열 옮김 / 그린비 / 2016년 4월
42,000원 → 39,900원(5%할인) / 마일리지 1,26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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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고의
이토 진사이 지음, 최경열 옮김 / 그린비 / 2016년 4월
45,000원 → 42,750원(5%할인) / 마일리지 1,35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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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늦깎이 등단 작가(1965년작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기준으로 하면 마흔넷에 등단)이면서 대표적인 다작의 대중소설 작가(매월 1000매의 원고를 썼다), 그리고 대하장편 <지리산>의 작가, 정도가 작가 이병주(1921-1992)에 대해서 내가 입력하고 있던 바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이병주 기념사업회를 중심으로 재평가 작업이 진행되어 온 사실을 알고 있었고 몇년 전부터 작품과 연구서를 구입해왔다.

그렇더라도 본격적인 독서는 미뤄두고 있었는데 이번 학기에는 한국현대문학 강의를 진행한는 차에 그의 <관부연락선>(한길사)을 끼워넣었다. 작품 발표연대상으로는 김승옥의 <무진기행> 다음이지만 연휴도 고려해서 두 권짜리 <관부연락선>을 최인훈의 <광장> 다음에 배치했는데, 작품의 시간적 배경도 <무진기행>보다 앞선 시기라서 스스로 온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병주에 관한 자료들을 읽다가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인데 하동 출생인 그의 문학을 기려 이병주문학관이 지난 2008년 하동군에 건립되었다. 지난번에 가본 박경리문학관에서 먼 거리가 아닐 텐데(같은 관내이니) 놓쳤다는 생각이 든다(시간상 어렵긴 했다). 내년봄쯤 박경리문학기행을 진행하면 곁들여서 이병주문학관 방문도 일정에 포함해야겠다. 그 전에 <토지>와 <지리산>을 완독하는 건 숙제.

이병주 문학에 대한 연구와 재조명은 부쩍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올해도 두어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생전에 받지 못했던 비평적 환대를 몰아서 받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나부터도 재발견이다). 일찌감치 ‘한국의 발자크‘를 자임했던 작가의 문학적 성취가 제대로 평가받고 음미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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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한 연휴를 보내기 위해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서두러 골라놓는다. 지난 독서의 달 실적이 부족한 분들은 이번 연휴가 만회할 좋은 기회라 여겨진다. 연말이 오기 전에 바짝 분투해보기로 하자. 



1. 문학예술


문학 쪽으로 이달에는 세 권의 시집을 고른다. 세사르 바예호의 <오늘처럼 인생이 싫어던 날은>(다산책방, 2017)은 이미 한 차례 소개한 바 있는데,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다"는 구절을 내내 중얼거리며 다니게끔 하는 마력이 있다. 이병률 시인의 신작 <바다는 잘 있습니다>(문학과지성사, 2017)도 나왔다. 지난 여름바다의 안부가 궁금한 분들은 필독해볼 만하다. 그리고 신예 시인 신철규의 첫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문학동네, 2017). 대놓고 신파적이라고 거꾸로 기대가 된다. 요즘 드물었기에. 



예술 쪽으로는 호퍼의 그림을 소재로한 단편모음집 <빛 혹은 그림자>(문학동네, 2017)를 우선 고른다. 그림과 이야기의 콜라보? 그리고 문학이론가 츠베탕 토도로프의 <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아모르문디, 2017)는 우리에게는 지난 2월에 세상을 떠난 저자의 유작이 됐다. 프랑스 혁명기의 화가 고야의 미술세계를 재조명한다. "나폴레옹 침략과 스페인 독립전쟁 시기 계몽주의 사상의 빛과 그늘을 수많은 데생을 통해 고발한 증언자이자 철학자로서의 고야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아방가르드 프런티어>(그린비, 2017)는 러시아혁명기 러시아 아방가르드 운동을 역시나 재음미하게끔 한다. 



2. 인문학


올해는 1972년 10월 유신, 혹은 유신 쿠데타 45주년이 되는 해이다. 서중석 교수의 현대사 이야기 가운데, 9-11권이 바로 이 유신 쿠테타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유신의 망령이 아직도 떠도는 즈음이라 필독의 의이가 있다.


 

더불어, 피터 버크의 <지식의 사회사>(민음사, 2017) 시리즈도 <지식은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하는가>(생각의날개, 2017)와 같이 일독해봄직하다. 이런 책은 연휴가 아니면 또 시간을 내기 어렵기도 하고. 



3. 사회과학


일단 적폐 청산이란 직면 과제 처리부터(생각해보니 한국현대사의 적폐 키워드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이명박'이다). 안원구 전 대구국세청장의 <국세청은 정의로운가>(이상, 2017)와 잊혀진 책 <잃어버린 퍼즐>(초이스북, 2012), 그리고 <주진우의 이병박 추격기>(푸른숲, 2017)까지가 '이명박 패키지'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도 나는 스웨덴 적폐 추격기의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4권은 따로 더 이어지기에 라르손이 쓴 3권까지만으로 끊었다). 국부를 빼돌리는 이명박의 수법은 밀레니엄 시리즈에서도 읽을 수 있다(이게 '선진' 자본주의의 수법인 것).해서 <이명박 추격기>와 <밀레니엄> 시리즈를 같이 읽는 것도 추천한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벨 훅스의 남성론, <남자다움이 만드는 이상한 거리감>(책담, 2017)과 함께 남성 저자들의 페미니즘론으로 서민의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다시봄, 2017)와 박가분의 <포비아 페미니즘>(인간사랑, 2017)도 독서목록에 올려놓는다. 박가분의 책은 메갈리아 신드롬을 다룬 <혐오의 미러링>(바다출판사, 2016) 후속작이다. 



4. 과학


과학 쪽으로는 캐시 오닐의 <대량살상 수학무기>(흐름출판, 2017)를 먼저 꼽는다. 제목만으로는 감을 잡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빅데이터는 불평등을 확산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가 부제. "하버드 출신의 수학자이자 세계 최고의 헤지펀드 퀀트, 실리콘밸리의 데이터과학자였던 캐시 오닐은 수학과 빅데이터의 결합으로 탄생한 ‘대량살상수학무기’가 어떻게 교육, 노동, 광고, 보험, 정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지 날카롭게 파헤친다."


과학책 전문번역가이자 칼럼니스트 김동광의 <생명의 사회사>(궁리, 2017)는 "생명의 분자적 패러다임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그 패러다임의 특징이 무엇인지 살펴보려는 책"이다. 부제대로 '분자적 생명관의 수립에서 생명의 정치경제학까지'의 전개과정을 넓은 시야로 조망하게끔 해준다. <아인슈타인 일생 최대의 실수>(까치, 2017)는 베스트셀러 <E = mc2>의 저자인 데이비드 보더니스가 신작이다. "전작에서 아인슈타인의 최대 성과인 E = mc2의 일대기를 다루었던 저자는 이번에는 아인슈타인의 실수로 눈을 돌려서 그의 잘못된 결정과 오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5. 책읽기/글쓰기


다시 확인해보니 지난달에는 '책읽기/글쓰기'를 건너뛰었다. 알베르토 망구엘의 <은유가 된 독자>(행성비, 2017)는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는 책. <초역 니체의 말>의 편자인 시라토리 하루히코의 <지성만이 무기다>(비즈니스북스, 2017)은 자기계발서 범주에도 속할 만한 책이지만, '읽기에서 시작하는 어른들의 공부법'이란 부제대로 책읽기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보니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마음산책, 2017)도 이 범주에 들어 있다. 자기 책을 추천하는 건 멋쩍은 일이지만, '니체의 작가들'을 읽는 가이드북으로는 유용하다. 강의에서 다시 읽다 보니 미진한 부분들도 눈에 띄지만, 나로선 다음에 더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룰 수 있는 '최소한'은 마련한 것이라 의의가 있다. 이달에는 몇 곳에서 강의도 예정되어 있으니 내게는 '이달의 책'이기도 하다...


17. 10. 01.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고른다. 이미 읽은 독자가 많고 나도 강의에서 몇 차례 다룬 작품이지만, 연암서가에서 나온 새 번역본으로 다시 읽으려고 한다. 장석주 시인의 독서록 <조르바의 인생수업>(한빛비즈, 2017)도 찾아서 읽을 예정이다(며칠째 못 찾고 있다). 카찬차키스의 작품을 일부러 다시 읽는 건 혹 그의 여정을 좇아 크레타섬에라도 가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싶어서다. '카잔차키스 문학기행'도 염두에 두면서 <영혼의 자서전>도 시간을 내서 다시 읽어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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