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코프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창백한 불꽃>(문학동네)이 번역돼 나왔다. 초역은 아니지만 워낙 난해한 작품이어서 예전 번역판은 큰 의미가 없었다. ‘나보코프의 가장 완벽한 소설‘(전기작가 브라이언 보이드의 평이다)을 세계문학전집판으로 이제 비로소 읽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

지난해 ‘러시아 예술가소설‘을 주제로 강의하면서 나보코프의 <사형장으로의 초대>와 <재능>을 읽었는데 분류하자면 <창백한 불꽃>도 예술가 소설에 해당한다(사실 나보코프의 소설 대다수의 주인공이 예술가이거나 예술가적 속성을 지닌 인물이다). 다만 이 경우에는 ‘미국 소설‘이다.

나보코프가 러시아 출신의 망명작가여서 알라딘에서는 <창백한 불꽃>도 러시아문학으로 분류돼 있는데 범주상의 오류다. 나중에 러시아어로 번역됐지만 <롤리타>와 마찬가지로 영어로 쓰인 소설이니 미국문학(내지 영문학)으로 분류해야 맞다(이렇게 말해놓고 나도 일관성을 위해서 이 페이퍼를 ‘러시아 이야기‘로 분류한다). 영어로 쓴 첫 장편 <서배스천 나이트의 진짜 인생>에서 시작해 <롤리타>를 거쳐서 <창백한 불꽃>에 이르는 게 미국작가 나보코프의 여정이다(이런 순서의 강의도 해볼 만하겠다. 더 바란다면 가족사소설로 <아다>가 번역됨직하다).

아직 번역되지 않은 작품이 상당수 남아있지만 <창백한 불꽃>이 출간됨으로써 뭔가 매듭이 지어진 느낌이다. <창백한 불꽃>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읽고 강의할 기회를 마련해봐야겠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함께 내게는 이번 봄학기의 도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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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문학기행에서 토리노를 방문하는 까닭은 세 가지인데, 먼저 프리모 레비의 고향이자 그의 무덤이 있는 곳이어서이고, 둘째는 이탈로 칼비노가 대학을 다니고 또 졸업 후에 출판사에서 일했던 곳이어서다. 끝으로는 니체가 온전한 정신을 갖고 있었던 마지막 장소라는 점. 니체는 1888년 9월 21일부터 1889년 1월 9일까지 마지막으로 토리노에 머물렀었다. 자프라스키의 평전 <니체>(꿈결)가 손에 잡혀서 그 대목을 옮긴다. 며칠 뒤면 알베르토 광장에 가 있을 것이다...

니체는 1889년 1월 3일 집을 나선다. 카를로 알베르토 광장에서 마부가 자신의 말에게 채찍질하는 것을 바라본다. 말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는 울면서 말의 목에 매달린다. 동정심에 압도당한 그는 쓰러지고 만다. 며칠 후 친구 프란츠 오버베크가 정신착란을 일으킨 친구를 데리고 간다. 그 후 니체는 10년을 더 산다.
니체 정신의 역사는 1889년 1월에 끝난다. 그 이후에는 다른 역사, 즉 그의 영향과 성과의 역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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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문학기행에 챙겨갈 책의 하나로 A.N. 윌슨의 <사랑에 빠진 단테>(이순)를 고른다. 두꺼운 하드카바 책이어서 망설였지만 다행히 부피에 비해선 가볍다. 게다가 아무래도 단테 입문서로는 가장 요긴하지 않나 싶다. 피렌체에 입성하기 위한 입장권으로 삼으려 한다.

많은 독자들이 전체 3편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구성된단테의 <신곡>을 읽으려고 시도하다가 연옥편에 이르기도 전에는 중도포기하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가까스로 천국편까지 읽은 사람들도 대부분 머릿속에 남은 것이 별로 없다고 느끼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 독자들은 단테가 역시 위대한 시인이라고 굳게 믿게 되겠지만, 단테를 다시는 읽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최고의 미적, 상상적, 감성적, 지적 경험들을 음미하지 못하게 된다.
그들은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나 <리어 왕>의 공연을 보지도, 베토벤 교향곡을 듣지도, 파리를 구경하지도 못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은 분명 기회를 놓치고 있다.
여러분이 이런 범주의 독자나 단테를 읽지 않은 부류에 속한다면, 이 책은 특히 여러분을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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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꽤 많은 책이 나왔다. '3.1혁명'으로 다시 불러야 한다는 김삼웅 선생의 <3.1혁명과 임시정부>(두레), 그리고 10년간의 천착을 통해서 3.1운동 문화사를 펴낸 권보드래 교수의 <3월 1일의 밤>(돌베개) 등에 우선 눈길이 갔다. 일단 5종의 책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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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혁명과 임시정부- 대한민국의 뿌리
김삼웅 지음 / 두레 / 2019년 3월
12,800원 → 11,520원(10%할인) / 마일리지 6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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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열전- 3.1운동의 기획자들.전달자들.실행자들
조한성 지음 / 생각정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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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의 밤-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 돌베개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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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
강경석 외 지음, 이기훈 기획 / 창비 / 2019년 2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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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책이사의 뒷정리도 해야 하고 이틀 앞둔 이탈리아여행의 가방도 챙겨야 하는데 컨디션이 저조하여 미루고 있다. 여행가방에는 옷가지도 챙겨넣어야 하지만 책도 스무 권 가량 선별해서 넣어야 한다. 여행준비로 구입한 책만 수십 권이라 가려내는 것도 일이다. 이탈리아 음식을 다룬 책들은 어찌할까.

다른 국가 여행과 다르게 이탈리아는 여행의 기대 아이템으로 음식도 꼽힌다. 그 방증이 물론 세계화된 이탈리아 음식들이기도 하다(피자와 파스타). 자연스레 이탈리아 음식을 다룬 책도 몇 권 나와있는데, 책이사를 하느라 책장을 뒤집는 바람에 찾은 책도 있다.

파비오 파라세콜리의 <맛의 제국 이탈리아의 음식문화사>(니케북스)는 총론격에 해당한다. 이 책은 구입하지 않은 듯한데 여행 이후에나 찾아볼지 모르겠다. 알렉산드로 마르초 마뇨의 <맛의 천재>(책세상)는 저널리스트가 쓴 책으로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보편성을 획득한 음식들의 탄생 비화와 성공 비결˝을 들려준다.

그리고 엘레나 코스튜코비치의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이야기를 좋아할까?>(랜덤하우스코리아). 저자가 러시아인이라는 이유로(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러시아어로 번역한 이탈리아통이다) 추천사를 쓴 인연이 있다. 벌써 9년 전이고 책은 품절된 상태군. 책장에서 이 책도 발견했는데, 오래 전에 쓴 추천사를 다시 읽어본다.

˝내게 이탈리아는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나라다. 물론 축구의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테의 <신곡>을 읽고 세리에A의 경기를 즐기는 것으로 이탈리아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탈리아는 그 무엇보다 ‘파스타와 피자의 나라‘ 아니던가? 이탈리아를 깊이 사랑하는 러시아 저자의 이 음식기행은 음식 코드가 이탈리아인의 삶의 핵심이자 영혼이라는 걸 알려준다. 이탈리아 지도를 펼쳐들고 음식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의 성찬을 맛보고 나면, 아마 이탈리아 요리가 그저 단순한 음식으로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탈리아 음식지도를 다시 펼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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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1 19: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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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1 23: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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