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프레시안 books'에 실린'3인 1책 수다'를 옮겨놓는다(전문은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0809150602§ion=04 참조). '납량특집'으로 다루게 된 작품이 제임스 엘로이의 (알에이치코리아, 2013)이다. 영화는 흥미롭게 봤지만 하드보일드 느와르 장르에 대해선 과문하다 보니 김용언 기자의 설명을 듣는 청문회 형식이 됐다. 김용언 기자는 <범죄소설>(강, 2012)의 저자이기도 하다...

 

 

 

프레시안(13. 08. 09) 천사들이 노래하는 '죽음의 도시', 연쇄 살인마 알고 보니… 

 

김용언 : 예전에 무척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고 현대 하드보일드 누아르 소설에서 손꼽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주저 없이 을 8월의 '납량 특집' 책으로 골랐습니다. 그런데 일단 분량이 어마어마하고 워낙 장대한 세월에 무수히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책인지라, 제임스 엘로이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오늘은 미스터리 장르의 팬인 제가 말을 많이 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이 소설에 대한 선생님들의 첫인상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이현우 : 예전에 봤던 커티스 핸슨 감독의 동명 영화만 믿고 골랐다가….(웃음)

이권우 : 전 그나마도 다른 영화와 착각했었습니다. <유주얼 서스펙트>의 원작인 줄 알았거든요.(웃음)

 



김용언 : 커티스 핸슨 감독의 영화는 소설에서 굉장히 많은 부분을 덜어낸 버전인데요, 이 영화는 199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았지요. 이 정도 분량의 소설을 2시간 20분짜리로 깔끔하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당연히 탈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도 각색의 모범으로 불리는 작품이에요. 그에 비해 제임스 엘로이의 또 다른 대표작 <블랙 달리아> 같은 경우,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2006년 영화화했지만 설득력 있는 각색에 완전히 실패한 경우입니다.

은 제임스 엘로이의 'L.A. 4부작' 중 한 편입니다. <블랙 달리아>가 1편, 이 작품은 3편이에요.

 

 

이권우 : 2편은 뭐에요?

김용언 : 이건 번역이 안 되었는데요. <빅 노웨어(The Big Nowhere>라는 작품이고, 4편이 <화이트 재즈(White Jazz)>입니다. 1940년대 말에서 50년대 말의 L.A.를 배경으로 한 범죄소설 시리즈입니다.

이권우 : 연작은 아니겠군요.

김용언 : 예, 그런데 살짝 겹치는 인물은 있어요. 예를 들어 <블랙 달리아>에 나오는 경찰 고위 간부 밀러드가 에도 등장합니다. 부패한 경찰 더들리 스미스와 대립각을 세우다 심장마비로 죽는 강직한 경찰이지요. 또 의 에드먼드 엑슬리와 더들리 스미스는 <화이트 재즈>에도 등장한다고 해요. 이들 작품은 모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 L.A.가 어떤 지옥도였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이권우 : 로스앤젤레스는 도시 이름을 잘못 정한 것 같아요. 아니, 잘 정한 건가?(웃음)

김용언 : 천사들의 도시라니, 무척 역설적인 이름이죠.

살해당한 어머니를 위한 글쓰기
이권우 : 그러니까 에서 어머니의 죽음 이후 여성들이 폭력에 노출되는 걸 견디지 못하는 경찰 버드가 엘로이 자신의 모습인 거지요? 실제 작가가 10살 때 어머니가 살해당했는데 미제 사건으로 남은 걸 비춰봐선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김용언 : 네, 맞습니다. 제임스 엘로이의 자전적 논픽션 <내 어둠의 근원>(이원열 옮김, 시작 펴냄)을 보면 그의 과거가 생생하게 드러납니다. 1958년 엘로이의 어머니가 끔찍하게 살해당했을 무렵, 어차피 별 볼일 없는 서민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한 비슷한 시기 유명한 갱스터의 살인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아예 주목을 받질 못했어요. 그 갱스터는 에도 등장하는 실존 인물인데요, 배우 라나 터너와 사귀는 이탈리안 갱스터 자니 스톰파나토를 기억하실 겁니다. 라나 터너의 딸이 그를 죽여 버리는 바람에 미국 전체가 들썩거렸고, 그 때문에 엘로이의 어머니 사건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혔지요.

어머니와 그런 식으로 헤어지고 난 경험이 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뻔합니다. 엘로이는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술과 마약에 절어 청년기를 보냈어요. 결국 재활에 성공한 뒤 독학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죠. 그는 일생 내내 자신을 괴롭힌 사건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어머니 사건을 몇 십 년 만에 다시 들춰보며 마치 자신의 소설 속 탐정처럼 치열하게 추적해갑니다. 그 내용이 <내 어둠의 근원>에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어요.

<블랙 달리아> 역시 어머니 사건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1947년 벌어진 무명배우 엘리자베스 쇼트 살인사건을 모델로 하고 있어요. 어머니가 죽기 10년 전 쯤 벌어진 이 사건에 엘로이는 어린 시절부터 끈질긴 집착을 보였다고 합니다. 말할 수 없이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당한 엘리자베스 쇼트 역시 엘로이의 어머니처럼 복잡한 남자관계 때문에 오히려 용의자를 찾기 어려웠고 호기심 어린 스캔들의 대상으로만 떠돌았지요. 엘로이는 <블랙 달리아>에서 극화한 엘리자베스 쇼트 사건을 통해 자신의 어머니를 되살려낸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블랙 달리아>의 서문에는 아예 "어머니, 스물아홉 해가 지난 지금에야 이 피 묻은 고별사를 바칩니다"라고 쓰기도 했어요.

이권우 : 제임스 엘로이의 소설을 이번에 처음 접했는데, 원래 이렇게 길고 복잡한 스타일인가요?

김용언 : 네.(웃음) <블랙 달리아>도 수많은 주인공들이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이해하려면 상당한 두뇌 회전이 필요한 작품입니다.

이현우 : 이게 제임스 엘로이만의 특징인지, 아니면 하드보일드 누아르 장르가 일반적으로 이런 스타일인지 궁금하네요.

 

 

김용언 : 하드보일드가 대체로 이런 스타일이긴 한데, 엘로이가 또 강박적으로 핍진성을 따지면서 무척 자세하게 모든 것을 역사지리학적으로 기술하려는 작가인 것도 맞아요. 아마 똑같이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다룬 작가로는 <안녕, 내 사랑><빅 슬립>(박현주 옮김, 북하우스 펴냄)의 레이먼드 챈들러가 원조 격일 텐데, 엘로이 소설은 챈들러 소설보다 서너 배는 더 복잡한 것 같아요.

이현우 : 엘로이가 챈들러를 깎아내렸던데요.(웃음) 본인이 훨씬 더 잘 쓴다고 자부하면서.

김용언 : 하지만 제 생각엔 챈들러를 깎아내릴 이유가 전혀 없었어요.(웃음) 두 사람 스타일이 굉장히 비슷하거든요.

L.A.의 폭력의 역사
이권우 : 지나치게 꼬이고 복잡한 소설인데, 이 장르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마저 너무 불친절한 건 아닌가요?

이현우 : 리뷰를 몇 개 찾아보니까 은 한 달 동안 읽는 소설이라는 표현이 있더군요. 하지만 그 동안 내내 즐겁게 몰입하며 읽는다고 합니다. 이건 태도 문제인 듯 싶어요. 복잡하기 때문에 책장을 덮는 게 아니라, 복잡하기 때문에 아주 꼼꼼하고 주의 깊게 읽게 되는 거지요. 충성도가 높은 독자를 위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권우 : 워낙 등장인물이 많고 긴 시간 동안 벌어지는 얘기다보니, 아예 계보도를 그려서 책 앞에 붙였다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워낙 작가가 인물을 생생하게 묘사하기 때문에, 그 특징을 기억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흐름을 따라갈 순 있더라고요. 하지만 결코 편한 스타일은 아니지요. 장르소설 독자가 아닌 입장에선 책을 읽는 내내 방해물이 많다는 느낌이었어요. 미스터리 장르 팬들은 이런 소설에 왜 호감을 갖는지 궁금합니다.

김용언 : 특히 현대 하드보일드 미스터리가 대체로 방대한 인물과 사건을 다루는 경향은 분명히 있습니다. 범죄를 통해 어떤 사회의 초상화를 완성하려다보니, 현대사회의 복잡한 측면을 의도적으로 자세하게 묘사하는 특징은 공통적이에요.

제 생각엔 이렇습니다. 의 세 주인공, 다혈질의 버드와 부잣집 도련님 에드먼드, 할리우드와 친밀한 잭 모두에게는 숨기고 싶은 비밀과 상처가 있습니다. 같은 L.A. 경찰국에 근무하지만 물과 기름처럼 겉돌기만 하던 이 세 사람이 '밤부엉이 커피숍' 살인사건을 계기로 어쩔 수 없이 결합합니다. 각기 다른 목적이 있었지만, 몇 년 동안 '밤부엉이 커피숍' 이면의 거대한 음모를 추적하다보니 인정하고 싶지 않던 상처를 서로에게 노출시키고, 결국 어떻게든 극복하게 되지요.

그 방식이 사실 되게 폭력적입니다. '악에는 악으로'의 공식인데, 그런 폭력적 희생제의를 통해 사건 해결과 스스로의 상처 치유를 동시에 성취합니다. 그 결말이 아주 깨끗하고 정의로운 해결이 아니고, 심지어 경찰 내부의 근본적인 부패의 핵심을 제거하는 데에는 실패하기까지 하죠. 그런데 제 생각엔, 그런 개운하지 못한 결말마저도 작가가 집요하게 추구하는 핍진성의 측면과도 잘 맞는 것 같아요.

 



사회학자 마이크 데이비스 같은 경우 L.A.의 역사를 기술한 책 <수정의 도시(City of Quartz)>에서 L.A.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가로 제임스 엘로이를 꼽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엘로이가 'L.A. 4부작'을 통해 "현대 L.A.의 역사를 성범죄와 악마적인 음모, 정치적 스캔들의 연속체로서, 하나의 지도로 완성시킨다"라고 평가하면서 "여기서 L.A.는 어떤 희망이나 빛도 남아있지 않고, 악은 법의학적인 진부함이 되어버렸다"고 썼어요. 그러니까 결말에 이르러서는 어떤 분노조차 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과도한 부패가 로스앤젤레스 이곳저곳에 만연해 있다는 점을 적시한 작가라는 거지요. 게다가 80년대 말에 처음 등장한 'L.A. 4부작'이 1950년대 L.A.를 배경으로 하는데, 80년대 레이건 시대의 부패에 대한 작가의 환멸이 고스란히 반영되어있다는 지적도 해요.


에서도 디즈니랜드적인 공간이 계속 강조가 되잖아요. 에드먼드의 아버지 프레스톤과 월트 디즈니 같은 인물인 레이먼드 디털링이 건설한 꿈과 환상의 놀이공원 '드림 어 드림랜드'가 마지막에 이르러 무너지고, 아버지들은 전부 자살하며 끝장나지요. L.A.가 서부의 사막 위에 지어진 환상의 결정체 같은 도시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이 소설 속 디즈니랜드적인 공간이 부서지는 건 그런 환상의 파멸에 대한 명징한 비유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부분의 집단 자살에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웃음)


(...)

 

13. 0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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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재 10주년 기념 인터뷰를 옮겨놓는다. 간단히 답했더니 그대로 실렸다(http://blog.aladin.co.kr/zigi/6515233).

 

 

 

Q. 알라딘 10주년을 맞이하여 축하 메시지

 

A. 알라딘 서재가 10주년을 맞았다고 하니, 알라딘과 더불어 꼬박 10년을 늙었다는 얘기네요.^^
감회가 없지 않지만, 그냥 쿨하게, "20주년때 봅시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느낌표도 없이!
분명 지금의 알라딘 서재가 10년전 모습과 다르듯이 10년 뒤 모습은 또 지금과 달라질 거라고 믿습니다. 그럼에도 알라딘 마을 정신 같은 게 있다면 유구하게, 변함없이 지탱될 거라고 또한 믿습니다. 알라딘 마을을 오고갔던 많은 분들이 즐거운 추억과 함께 '커밍홈'할 그날을 기다려봅니다.~


Q. 당신에게 알라딘 서재란?


A. 이젠 본명보다 '로쟈'란 필명으로 더 알려진 것처럼, 저의 진짜 서재도 알라딘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하루 쌓이는 책들 때문에 점점 숨이 조여오는 오프라인 서재보다는 바늘 끝에라도 올려놓을 수 있을 거 같은 알라딘 서재가 오히려 숨통입니다. 로쟈는 오늘도 알라딘 상공을 저공비행합니다.

 

 


Q. 지난 10년간 알라딘 서재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3가지만 알려주세요)

 

1. 아주 오래전 서재지기 초창기에 파란여우님이 알라딘 마을 '4대천왕' 중 하나로 꼽아주신 것. 서재활동이 주목받고 있다는 걸 처음 느끼게 됨.


2. 서재에 올렸던 글들을 바탕으로 편집하고 교정해서 첫번째 책 <로쟈의 인문학서재>(산책자, 2009)를 펴낸 일. 출간 이벤트도 벌였고, 연말엔 한국출판문화상까지 수상했다.


3. 몇가지 논쟁에 연루됐던 일. 심지어 40자 리뷰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서재활동의 기억할 만한 해프닝.

 

13. 08.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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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학자 노엘 버치의 <영화의 실천>(아카넷, 2013)이 번역돼 나왔다. '학술명저번역' 시리즈의 하나로 나왔으니 영화학 분야의 '학술명저'다. 원서의 초판이 1969년, 재판이 1986년에 나왔고, 영어판은 1973년에 나왔으니까 나름 '올드'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아주 오래전에(아마도 90년대 후반?) 원서를 구한 적이 있어서 이름이 익숙한데, 그때 같이 구한 책이 스티븐 히스의 <영화에 관한 질문들>(울력, 2003) 원서였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영화학과의 대학원 교재로 쓰이던 책들이다. 

 

 

영화기호학의 원조 크리스티앙 메츠의 <영화의 언어>나 <상상적 기표> 같은 책들과 같이 손에 넣었던 듯싶다. 책 정리를 해야 한데 분류해놓을 수 있을 터인데, 여하튼 버치의 책이 나오는 바람에 지나간 시간을 잠시 떠올렸다. 노엘 버치는 어떤 인물인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고 1951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프랑스 국립영화학교 이덱(IDHEC)을 졸업했다. 이후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위원(1968∼72)을 거치며 활발한 이론 및 비평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프랑스 영화학계의 중심인물로 떠올랐다. 첫 저서 <영화의 실천>(1969/1986)은 이 시기를 대표하는 저작이다.

 

카이에 뒤 시네마의 편집위원을 거쳤다고 하니까 얼마 전에 나온 에밀리 비커턴의 <카이에 뒤 시네마 영화비평의 길을 열다>(이앤비플러스, 2013)도 생각난다. 원제는 <카이에 뒤 시네마의 역사>다. 정확하게는 소사(小史) 혹은 약사(略史). 이 대표적 영화잡지의 대표 편집장으로 세르주 다네의 <영화가 보낸 그림엽서>(이모셔북스, 2013)도 올초에 번역돼 나왔었다(지난 1월에 페이퍼를 쓴 적이 있다). 영화이론과 비평에 관한 책들을 사모으고 읽고 했던 시절의 사후효과로 책은 다 구입해놓았다. 다시 손에 들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그래도 내년엔 시간을 좀 내볼 참이다...

 

13. 08.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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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활>(창간호) 필진들과 함께하는 공개토론회가 8월 26일부터 9월 16일까지 네 차례 개최된다(일정과 신청은 http://cafe.daum.net/bords/SB9m/5 참조). 나도 9월 2일에 '이현우의 지젝 읽기'를 진행한다. 물론 창간호에 실린 지젝의 '오늘 왜 공산주의인가'를 번역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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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문학평론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책이 오랜만에 출간됐다. <작가의 얼굴>(문학동네, 2013)이란 평범한 제목이다. '어느 늙은 비평가의 문학 이야기'가 부제인데,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가 사랑한 작가들의 초상 이야기다. 비유적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초상'.

 

1967년에 저자는 당시 몸담고 있던 회사로부터 집필 의뢰와 함께 그림 한 점을 받았다.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이후 (주로 독일) 작가들의 초상화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때 그가 받은 그림은 조각가이자 화가인 구스타프 자이츠가 그린 브레히트의 초상화였다. 이 책에는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가 평생 수집한 작가들의 초상화가 60점 넘게 실려 있다.(...)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는 이런 작가들의 초상화를 한 점 한 점 소개하며 그들의 삶과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놓는다.

하긴 작가들의 초상화가 빌미가 된 작가의 초상이라고 해도 말이 되겠다. 책을 장바구니에 넣으면서 저자의 다른 책이 생각나 찾으니 예전에 나온 건 '라이히-라니츠키'로 검색된다. <내가 읽은 책과 그림>(씨앗을뿌리는사람, 2004)와 <사로잡힌 영혼>(빗살무늬, 2002), 두 권인데, 현재는 모두 절판됐다(그래서 이 페이퍼는 '사라진 책들' 카테고리로 분류한다). <사라진 영혼>은 저자의 자서전인데, 책을 구하려고 한 기억이 있지만 실제로 구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구하려던 시점에 이미 절판됐던 것 같기도 하다). 영어판은 이렇게 나온 책이다.

 

 

라이히라니츠키는 어떤 인물인가. <사로잡힌 영혼>이 나왔을 때 저자 소개는 이렇게 돼 있었다.  

'문학 사중주'란 독일 책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일반 대중들에게 본격 문학을 소개해 온 문학 저널리스트의 자서전이다. 지은이는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 프랑스의 베르나르 피보에 비유되곤 하는 파워풀한 서평자. 이 책에는 그의 삶과 사랑, 문학이야기가 실려있다. 방송 4주전에 공개된 책이 방영되기 전부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등, 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그가 어떻게 독일 서적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가를 관찰할 수 있다. 열정적이고 생생한 이야기꾼의 모습으로 그는 자신의 인생을 풍부한 일화를 곁들여 소개했다. 막스 프리쉬, 볼프강 쾨펜, 귄터 그라스 등 독일 현대 작가들에 대한 소견과 독일 문학계에 대한 정보도 접할 수 있다. 권말에는 인물사전을 수록해 현대 작가들의 이력 및 작품목록을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출판기획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인상에는 라이히라니츠키는 오프라 윈프리와 베르나르 피보보다 훨씬 더 전문적이고 권위 있는 비평가였다(그래서 논쟁도 자주 불러일으킨 걸로 안다). 거기에 대중적 영향력까지 갖췄으니 비평가로서는 더 바랄 게 없었겠다(우리에겐 그에 견줄 만한 비평가가 있는 것일까? '문학 저널리스트'나 '서평자'라도? 하긴 그런 책 프로그램 자체가 없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여하튼 <작가의 얼굴>이 나온 차에 <사로잡힌 영혼>이 떠올랐고, 대개 이런 경우 두 권 다 구입하는 게 보통이지만 절판된 책이기에 유감스럽다는 얘기를 적는다. 굳이 독문학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현대사회에서 작가와 비평가의 위상과 역할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유익한 읽을 거리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덧붙여, 라이히라니츠키만큼의 대중적 영향력은 갖고 있지 않지만 작가들에게는 그에 견줄 만한 비평가로 김윤식 선생이 떠오른다. 지지난주에 최근에 나온 월평집 <내가 읽을 우리소설>(강, 2013)을 구입한 때문인데, <혼신의 글쓰기, 혼신의 읽기>(강, 2011), <우리시대의 소설가들>(강, 2010), <현장에서 읽은 우리소설>(강, 2007)이 모두 같은 성격의 책이다. 국내 문예지에 발표된 소설을 모두 읽고 '월평'을 다는 저자의 혼신의 읽기와 쓰기 결과물이라고 할까.

 

 

 

사실 이 정도면 김윤식 선생의 자서전 제목도 '사로잡힌 영혼'이라고 이름붙여질 만하다(실제 제목은 <내가 살아온 20세기 문학과 사상>이지만)...

 

13. 08.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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