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8일이 정미경 작가의 1주기였다. 지난해 유고집이 한권 나온데 이어서 1주기를 맞이하여 두 권이 책이 더 출간되었다. 마지막 장편소설 <당신의 아주 먼 섬>(문학동네)과 소설집 <새벽까지 희미하게>(창비)다.

작가와 사적인 인연은 없지만 몇몇 작품을 읽은 기억과 언젠가 행사 뒤풀이 자리에선가 실루엣으로만 본 기억 때문에, 그리고 때이른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에 유고작들이 각별하게 느껴진다. <당신의 아주 먼 섬>에 대해서는 작가의 남편이기도 한 김병종 화백이 발문을 붙였다. 하마터면 사라질 뻔한 작품이었다.

˝이 소설은 작가 정미경의 진정한, 그리고 유일한 유고작이다. 다른 원고들은 아내가 세상을 뜨기 전 출판사에 넘겨졌거나 가계약한 상태였지만 이 원고만은 내가 그녀의 방배동 집필실을 정리하다가 책더미 속 박스에서 발견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출력해놓은 듯한 이 원고 뭉치는 하마터면 다른 폐지들과 함께 쓸려나가버릴 뻔했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고 뜻이라면 뜻이겠다. 정현종의 시를 흉내 내서 이렇게 적는다. 사람들 사이에 당신의 아주 먼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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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민주주의주의 웹 부부의 삶과 생각'을 부제로 한 책이 출간되었다. 박홍규 교수의 <복지국가의 탄생>(아카넷)이다. 웹 부부는 비어트리스 웹과 시드니 웹인데, 이번에 주저도 번역돼 나왔다. 역시 박홍규 교수가 옮긴 <산업민주주의>(아카넷)다. 추측컨대 책의 해제가 너무 길어져서 단행본으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비어트리스 웹의 책으로는 자서전 <나의 도제시절>(한길사)이 번역된 바 있었다. 책으로는 두 종이 불과하지만 같이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산업민주주의>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영국의 사회개혁가 부부 비어트리스 웹과 시드니 웹이 노동조합의 운영에 대해서 서술한 것으로, 산업민주주의와 노동운동의 성전으로 불릴 정도로 이름 있는 저술이다. 이 책은 노동운동을 정치적 민주화의 기본이자 산업 민주화의 연장이고, 경영자 독재를 극복하고자 하는 경영 민주화의 일면으로 본 점에서 19세기 말 노동조합을 통한 민주주의 문제만이 아니라 21세기 초의 한국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으로 믿고 번역에 나섰다고 역자는 힘주어 말한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복지국가의 탄생- 사회민주주의자 웹 부부의 삶과 생각
박홍규 지음 / 아카넷 / 2018년 1월
12,800원 → 11,520원(10%할인) / 마일리지 64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8년 01월 21일에 저장

산업민주주의 1
비어트리스 웹 & 시드니 웹 지음, 박홍규 옮김 / 아카넷 / 2018년 1월
23,000원 → 20,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18년 01월 21일에 저장

산업민주주의 2
비어트리스 웹.시드니 웹 지음, 박홍규 옮김 / 아카넷 / 2018년 1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18년 01월 21일에 저장

산업민주주의 3
비어트리스 웹 & 시드니 웹 지음, 박홍규 옮김 / 아카넷 / 2018년 1월
21,000원 → 18,900원(10%할인) / 마일리지 63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18년 01월 2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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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저자를 가늠하기 어려운 책이다. ‘윤리학 연구‘라는 부제도 그 어려움을 덜어주지 않는다. 통상 문학비평가로 알려진 테리 이글턴의 <낯선 사람들과의 불화>(길)다. 번역본을 보고서야 원서 표지가 떠올라 확인해보니 구매내역에 빠져 있다. 늦게라도, 아니 늦은 게 아니라,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이다. 원서도 주문해야겠다.

이글턴의 책도 부쩍 자주 출간되고 있는데 <문학 이벤트>(우물이있는집)가 나온 게 불과 지난해 가을이었다. 미처 한권을 다 읽기 전에 다른 책이 나오는 페이스다(읽고 나서 다음 책을 가다리던 때가 대체 언제였던가). 시험에서 문제를 한창 풀다 말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식이니 개운하지는 않다. 방법은 읽던 책도 읽으며 새책도 보는 식으로 ‘두 집 살림‘을 하는 것이다. ‘두 책 살림‘ 내지 ‘여러 책 살림‘이라고 해야 할까.

원론적으로 보자면 사태가 그 정도에서 수습되는 것도 아니다. 같은 저자의 책만 따라붙는 게 아니라서다. 가령 <낯선 사람들과의 불화>에서 이글턴은 ˝이 책의 논점은 꽤 분명하다. 대부분의 윤리 이론들은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라는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학의 세 범주 가운데 하나 혹은 이 세 범주의 이런저런 조합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운을 뗀다. 라캉 정신분석의 윤리학적 해석 내지 적용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러니 라캉과 정신분석의 윤리에 관한 책들도 자연스레 떠올릴 수밖에. 대표적으로는 알렌카 주판치치의 <실재의 윤리>(도서출판b)도 바로 거명할 수 있다. 라캉 관련서야 다 거론하려면 입이 아플 정도다. 여하튼 다음 책이 또 도적처럼 출간되기 전에 <낯선 사람들과 불화>는 끝내야겠다. 가급적 봄이 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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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러시아 출신의 철학자이자 예술비평가 보리스 그로이스의 책이 뜻밖에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반철학 입문>(경희대출판문화원). 작년인가 재작년에 원서를 구입한 책인데 저자가 국내에 덜 알려진 편이라 번역돼 나올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목차를 보면 키르케고르부터 하이데거와 데리다 등의 철학자 외에 에른스트 윙거나 미하일 불가코프 같은 작가, 그리고 발터 벤야민이나 클레먼트 그린버그 같은 비평가들이 망라돼 있다. 읽을 거리야 넘치도록 많지만 몇편의 글은 주말에 읽어볼까 싶다. 저자의 문제의식을 이해하면 나대로 ‘문학 속의 반철학‘을 구상해봐도 좋겠다. 그로이스가 보는 현재의 철학적 상황은 이렇다.

˝진리에 관한 한, 현대인들은 동시에 두 개의 근본적인 확신으로 치장하고 있다. 바로 진리가 없다는 믿음과 진리가 너무 많다는 믿음이다. 이 두 개의 확신은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둘은 동일한 결론을 낳는다. 진리 추구는 할 일이 못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서두다. 이어서 저자는 소크라테스에게서 철학이 가졌던 의미에 대해 검토한다. 그걸 따라가보는 건 내일의 몫으로 돌린다(피로감 때문에). 그로이스의 책을 추가로 몇권 더 구입한 게 있는데 같이 참고할 만한 게 있는지 살펴봐야겠다. 내일 일은 내일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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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의 시선집이 새로운 제목으로 나왔다. <나, 살아남았지>(이프) 표제작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란 제목으로 더 잘 알려진 시. 원제는 ‘나, 살아남았지‘ 혹은 ‘나, 살아남은 자‘로 번역되는 모양이다. 물론 더 시다운 제목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다. 4행짜리 원시를 이번 번역판은 이렇게 옮겼다.

물론 난 잘 안다.
순전히 운이 좋아
그 많은 친구들과 달리 살아남았다는 걸.
하지만 지난밤 꿈속에서 친구들이
내 얘기 하는 걸 들었다.
˝보다 강한 녀석들이 살아남는 거야.˝
난 내가 싫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건 김광규 시인의 번역이다.

물론 난 알고 있다, 단지 운이 좋아서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는 것을. 그런데 오늘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날 두고 하는 말을 들었다. “더 강한 자들이 살아남는다.”
그러자 내가 미웠다.

시에서는 새로운 번역이 늘 더 나은 번역은 아니라는 평범한 진실을 한번 더 상기하게 해준다.

브레히트의 희곡을 한번도 강의에서 다룬 적이 없는데 2월에는 처음으로 <서푼짜리 오페라>를 읽게 될 예정이다. 이 참에 관련서도 몇권 해치워야겠다. 해치워? 읽어치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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