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주말이나 휴일의 루틴은 강의준비다(주말에도 강의가 있을 경우 일요일의 몫이 두 배가 된다). 매주 평균 10강 이상의 강의에서 10명 이상의 작가(와 작품)를 읽기에 강의준비에도 꽤 시간이 걸린다(절반 이상은 이전에 강의한 작품이어서 자료를 보완하는 정도에 그치지만 처음 강의하는 작품은  준비에 품이 든다). 이번주에 강의할 도스토예프스키의 <아저씨의 꿈> 강의자료를 업데이트하다가 마침 1859년에 나온 다른 러시아 소설 목록을 보게 되었다. 주목할 작가들의 작품이 한꺼번에 나온 해였다가는 걸 알게 된다. 나이순으로 곤차로프와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 그리고 톨스토이의 작품들이다. 같이 나열해본다. 


1. 곤차로프의 <오블로모프>


 














이반 곤차로프(1812-1891)의 대표작 <오블로모프>가 1859년에 나왔다. 곤차로프는 관직에 있으면서 1847년에 <평범한 이야기로>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다. 1869년작 <절벽>이 <평범한 이야기><오블로모프>와 함께 그의 3부작을 구성한다. 번역본은 <오블로모프>만 두 종 나와있는 상태. 기억에 두번쯤 강의한 작품인데, 분량 문제 때문에 강의에서 다룬 지 오래되었다.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이 매우 아름다운 영상으로 옮긴 소설로도 기억된다. 


2. 투르게네프의 <귀족의 보금자리>


















이반 투르게네프(1818-1883)의 두번째 장편소설 <귀족의 보금자리>도 1859년에 나왔다(<귀족의 둥지>로도 번역됐었다). 첫 장편 <루진>(1856)에 뒤이은 것이다. 현재 번역본은 신원문화사판과 민음사판 두 종(<첫사랑>에 같이 수록돼 있다). <오블로모프>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귀족(지주)의 영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강의에서 읽은 건 재작년 겨울이 마지막이다.


3. 도스토예프스키의 <아저씨의 꿈>과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1821-1881)의 '중기 소설'로 분류되는 두 권의 '희극 소설'도 1859년에 발표되었다. 시베리아 유형을 마치고, 그해 말에 도스토예프스키는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오게 된다. 새로운 시도로서의 두 소설은 작가로서 귀환을 알리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귀환 이후 성공작은 1860년에 1부가 발표되는 <죽음의 집의 기록>이다(이 달에 역시 강의할 작품이다). 


<가난한 사람들>과 <분신> 같은 초기작, 그리고 <죄와 벌> 이후의 후기 대작들에 견주에 중기 소설들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었다. '과도기적' 작품이어서 그러한데, 그런 중에서도 <죽음의 집의 기록>과 <지하로부터의 수기>가 후기 장편으로 넘어가는 이정표적 작품으로 주목받은 데 비하면 두 편의 '희극 소설'은 에피소드적인 작품으로 간주돼 왔다. 지난해 전작 강의 이후 이들 작품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된 것이 나로서는 강의의 소득이다.   


4. 톨스토이의 <가정의 행복>
















레프 톨스토이(1828-1910)의 초기작 <결혼의 행복>도 1859년작이다. 펭귄클래식의 <크로이체르 소나타>에 <가정의 행복>이란 제목으로 수록돼 있다(강의 교재로 주로 이용하는 판본이다). 결혼의 행복을 주제로 다루지만, 톨스토이가 아직 결혼하기 이전에 쓴 소설로(톨스토이는 소피야 베르스와 1862년에 결혼한다) 비교적 '약한' 소설로 분류된다. 곧 <전쟁과 평화>(1865-69) 같은 대작의 작가로 거듭나게 되기 때문. 그럼에도 톨스토이의 결혼관의 추이를 살펴볼 때 가장 먼저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지난봄 톨스토이 강의에서도 첫시간에 읽었다).  


이상 다섯 편의 소설(중장편이다)을 함께 적으니 1859년의 문학적 상황이 그려진다. 1861년 농노해방 전야, 러시아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제 10년이 지나지 않아서 러시아소설은 <전쟁과 평화>나 <죄와 벌> 같은 작품들을 통해서 유럽뿐 아니라 세계 정상의 문학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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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금각사를 찾아서

오전 강의에서 <금각사>를 읽었는데 마침 4년 전 오늘 교토의 금각사를 찾아갔었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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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러셀과 낭만적 사랑의 조건

2년 전 페이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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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춰진 강의들이 있어서 봄학기 종강과 여름학기 개강이 교차하는 한 주다. 오늘은 영국문학 개강에 앞서 특강(오리엔테이션)으로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1989)을 읽었는데, 부커상 수상작이기도 하지만 범위를 넓혀 80년대 최고 영소설로도 경합할 만한 수작이다. 1954년생 작가인 이시구로가 35세에 발표한, 게다가 앞서 발표한 두권의 장편이 모두 일본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감안하면 소설의 착상과 성취가 모두 놀라운 작품이다.

강의차 다시 읽으며 느낀 소감은 이시구로의 두번째 소설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1986)와 같이 읽을 수 있는 작품이면서, 동시에 영소설에서는 포스터의 <하워즈 엔드>(1910)와 바로 비견되는 작품이라는 것. 우연찮게도 제임스 아이보리의 영화가 바로 연이어 발표되기도 했다. <하워즈 엔드>(1992)와 <남아있는 나날>(1993)이 그것인데 두 영화의 남녀 주연이 똑같이 앤서니 홉킨스와 엠마 톰슨이다(<하워즈 엔드>에서는 부부가 되지만 <남아있는 나날>에서는 안타까운 재회와 이별 장면을 보여준다).

영화에 의해서 같이 묶이게 됐지만 시기적으로도 <하워즈 엔드>와 <남아있는 나날>은 연속적이며 주제도 이어진다(계급투쟁이란 주제).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80년대 이후 쏟아진 제인 오스틴 원작의 영화들을 떠올려볼 수 있겠다. ‘시골저택 소설‘ 계보의 끝장에 해당하는 소설이 <남아있는 나날>이기에. 이 계보의 소설이 더 나올 수 있는지 문득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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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2 23: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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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2 2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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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2 23: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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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2 23: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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