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춰진 강의들이 있어서 봄학기 종강과 여름학기 개강이 교차하는 한 주다. 오늘은 영국문학 개강에 앞서 특강(오리엔테이션)으로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1989)을 읽었는데, 부커상 수상작이기도 하지만 범위를 넓혀 80년대 최고 영소설로도 경합할 만한 수작이다. 1954년생 작가인 이시구로가 35세에 발표한, 게다가 앞서 발표한 두권의 장편이 모두 일본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감안하면 소설의 착상과 성취가 모두 놀라운 작품이다.

강의차 다시 읽으며 느낀 소감은 이시구로의 두번째 소설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1986)와 같이 읽을 수 있는 작품이면서, 동시에 영소설에서는 포스터의 <하워즈 엔드>(1910)와 바로 비견되는 작품이라는 것. 우연찮게도 제임스 아이보리의 영화가 바로 연이어 발표되기도 했다. <하워즈 엔드>(1992)와 <남아있는 나날>(1993)이 그것인데 두 영화의 남녀 주연이 똑같이 앤서니 홉킨스와 엠마 톰슨이다(<하워즈 엔드>에서는 부부가 되지만 <남아있는 나날>에서는 안타까운 재회와 이별 장면을 보여준다).

영화에 의해서 같이 묶이게 됐지만 시기적으로도 <하워즈 엔드>와 <남아있는 나날>은 연속적이며 주제도 이어진다(계급투쟁이란 주제).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80년대 이후 쏟아진 제인 오스틴 원작의 영화들을 떠올려볼 수 있겠다. ‘시골저택 소설‘ 계보의 끝장에 해당하는 소설이 <남아있는 나날>이기에. 이 계보의 소설이 더 나올 수 있는지 문득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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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2 23: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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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2 2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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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2 23: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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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2 23: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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