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푸코의 '콜레주드프랑스 강의' 시리즈의 하나로 <정신의학의 권력>(난장, 2014)이 출간됐다. 1973-74년 강의를 엮은 책으로 "이듬해 강의 <비정상인들>과 더불어 푸코의 또 다른 걸작 <감시와 처벌>(1975)을 예고하고 준비한 책"이다. 그런 점에서도 흥미를 끄는데, 얼추 이 강의 시리즈도 다섯 권 이상 출간됐다. 몇 권이 더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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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의 권력- 콜레주드프랑스 강의 1973~74년
미셸 푸코 지음, 오트르망 옮김 / 난장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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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관리정치의 탄생- 콜레주드프랑스 강의 1978~79년
미셸 푸코 지음, 오트르망 옮김 / 난장 / 2012년 9월
29,000원 → 26,1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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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영토, 인구- 콜레주드프랑스 강의 1977~78년
미셸 푸코 지음, 오트르망 옮김 / 난장 / 2011년 8월
31,000원 → 27,9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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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의 해석학- 1981-1982,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의 강의
미셸 푸코 지음, 심세광 옮김 / 동문선 / 2007년 3월
29,000원 → 26,1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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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책&(429호)에 실은 '인문학 크로스'를 옮겨놓는다. 진화론과 창조론을 주제로 삼아 몇 권의 책을 읽은 독후감이다. 분량상 충분히 다루지 못한 대목은 나중에 따로 기회를 마련해볼 생각이다.

 

 

책&(14년 7월호) 진화론과 창조론 끊이지 않는 논쟁

 

이번 주제의 길라잡이가 된 책은 신학자 신재식 교수의 <예수와 다윈의 동행>(사이언스북스)이다. 제목에서부터 암시되지만 그리스도교와 진화론의 공존을 모색하는 게 저자의 의도이다. 이미 종교학자 김윤성 교수, 과학자 장대익 교수와 공저한 <종교전쟁>(사이언스북스)에 참여하여 종교와 과학의 공존가능성을 모색한 바 있는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좀더 본격적으로 전개한 책이다. ‘종교’와 ‘과학’이라고 뭉뚱그렸지만 구체적으론 기독교(예수)와 진화론(다윈)이다.


보통은 서로 무시하거나 기피하는 게 한국사회에서 기독교와 진화론이 보여주는 관계의 양상인데, 때로는 정면으로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2012년의 고등학교 과학교과서 논란이 대표적이다. 한 근본주의 개신교 성향의 단체에서 시조새에 관한 기술과 말의 진화에 관한 기술 일부를 삭제해달라고 교육과학기술부에 청원했고 이를 몇 곳의 교과서 출판사가 수용하자 과학계가 반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과학학술지 <네이처>에서까지 “한국, 창조론의 요구에 항복”이란 기사를 실으면서 국제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떠들썩한 진행과정과는 달리 한국 개신교 교계는 이 사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 교회에서 진화론은 여전히 거론조차 해서도 안 될 ‘금기’이며 기피 대상”이어서다. 그는 이런 금기를 넘어서는 첫 걸음을 떼고자 한다.    


일단 저자는 다윈의 진화론이 가져온 혁명을 소개하고 그것이 갖는 함축을 해명한다. 다윈의 진화론이란 무엇인가. 자연선택을 핵심개념으로 하는 그 메커니즘은 네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자연계에서는 기하급수적인 증가의 원리에 따라서 생존 가능한 개체의 수보다 더 많은 개체가 항상 탄생한다. 둘째, 대부분의 자연적인 개체군에는 변이가 존재하며 변이 중 어떤 것은 유전된다. 셋째, 개체들 사이에서 생존 투쟁이 벌어지고 각 생물들은 서로서로 경쟁하게 된다. 넷째, 이러한 생존투쟁을 통해 조금이라도 이로운 특성은 계속 누적되어 새로운 종이 생겨나도록 작용한다. 그리고 여기에 전제가 되는 명제는 지구가 수십 억 년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생물은 그러한 조건에서 발생해 간단한 형태에서 복잡한 형태로 진화해왔고 인간 역시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진화론이 함축하는 자연주의적 세계관이라고 한다면, 당장 이 세계를 창조주가 계획하고 설계했으며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기독교의 세계관과 충돌한다. 흔히 창조-진화 논쟁으로 불리는 이 충돌을 가리키는 이름이 ‘종교전쟁’이다.


‘전쟁’이라고 해서 창조론과 진화론이 대등하게 맞서는 것은 아니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한 이래 150년이 지나는 동안 발견된 진화의 증거들이 압도적이기에 비록 진화론도 진화해왔다고는 하지만 진화 자체는 자명한 사실로 간주된다. 마치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돈다는 사실과 마찬가지의 사실성이다. 신학(theologia)을 신(theos)에 대한 합리적 학문(logos)으로 규정하는 저자는 기독교가 합리주의 정신을 배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종교와 과학이 전쟁 상태에 놓여있다는 이미지는 만들어진 것이며 신학적 합리주의와 과학적 합리주의는 상통할 수 있다고 본다. 과학사가 로버트 머튼을 인용하면, 오히려 “청교도 윤리를 잉태한 합리주의와 경험주의의 결합은 근대 과학 정신의 본질을 형성한다.” 종교와 과학의 관계가 반드시 전쟁으로만 치달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저자는 종교전쟁이 진화론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무관심과 몰이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다윈의 진화론을 비난하는 기독교인들 가운데 <종의 기원>을 읽었거나 생물학 입문서라도 제대로 읽은 사람이 드물다는 지적이다. 그와 함께 주목할 만한 것은 다윈주의에 대한 거부와 반진화론 운동이 미국의 개신교 교단을 중심으로 전개됐다는 점이다. 반진화론이야말로 참된 신앙을 지키는 것이며 미국의 정신을 살리는 길이라고 그들은 믿는데, 이것은 미국적 특징인 동시에 특히 미국 남부 지역의 특징이다. 창조-진화 논쟁은 철저하게 미국 기독교 역사의 경험과 관련된 논쟁이며, 따라서 보편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상당히 국지적인 문제이다.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서 유독 강한 거부감을 보인 나라가 미국이기 때문인데, 그것은 주로 미국인의 종교적 성향 때문이다.

 

<과학전쟁>에서 장대익 교수가 소개한 2004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62퍼센트가 공립학교에서 진화론과 함께 창조론도 가르쳐야 한다고 응답했고, 55퍼센트의 미국인은 신이 인간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창조했다고 굳건히 믿는다. 이러한 신앙적 보수주의를 토대로 나온 것이 창조과학운동과 지적 설계론이다. 창조과학운동은 성서의 창조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운동이고, 지적 설계론은 진화론의 빈틈을 창조주의 ‘지적 설계’에 대한 반증으로 삼으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운동과 입장이 모두 과학으로서 자격미달이며 고작해야 사이비과학에 불과하다는 게 장 교수의 평가다.

 

한국에서도 창조-진화 논쟁이 부각된 것은 한국 기독교계가 미국 보수주의 기독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인데, 1970년대 들어서 미국에서 창조과학운동이 일어나자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이공계 교수들을 중심으로 한국에서도 1981년 한국창조과학회가 설립된다. 그리고 창조론 진영은 1990년대에는 미국의 지적 설계론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 주력해왔다. 미국의 창조론 ‘직수입 대리점’인 셈인데, 아직까지 이 문제와 관련한 법정 투쟁까지는 벌어지지 않은 것이 미국과의 차이라면 차이다. 1925년 미국 테네시 주에서 열렸던 스콥스 재판(일명 ‘원숭이 재판’)과 1981년 미국 아칸소 주에서 열렸던 동등시간 교육법(진화론을 가르치는 것과 동등한 시간 동안 창조론도 가르치도록 요구한 법) 재판 등이 미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법정 투쟁들이다.


이 중 스콥스 재판에 대해서는 김윤성 교수가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는데, 발단은 1925년 테네시 주가 공립학교에서 진화론 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었다. 미국의 진보진영은 즉각 이에 반발했는데, 특히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쪽에서는 법정 투쟁을 통해서 진화론 교육 금지법을 사회적으로 이슈화하고자 했다. 존 토머스 스콥스가 자원자로 나서서 학교에서 과학시간에 진화론을 가르치다가 기소되었고, 이 재판에서 당대의 명사였던 윌리엄 제임스 브라이언과 클래런스 대로가 정부 측과 미국시민자유연맹 측을 대변해 유명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이 재판은 영화와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재판은 진화론 교육 금지법의 문제점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지만 스콥스는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교육계와 출판계에서는 논란을 두려워해 오히려 진화론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


과학 저널리스트 에드워드 라슨의 <신들을 위한 여름>(글항아리)는 바로 스콥스 재판의 진행과정과 문제의 발단에서부터 뒷이야기까지 자세히 다룬 논픽션이다. 저자는 이 재판의 교훈을 “이성의 힘이 종교적 반계몽주의를 내몰았다는 것”에서 찾지만 역설적으로 반진화론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의 보수 기독교 하위문화 내부에서는 계속 성장해나간 추세다. ‘원숭이 재판’ 이후 80년도 훨씬 더 지난 시점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은, 그래서 ‘예수와 다윈의 동행’도 요원한 것은 변함없는 종교적 성향 때문이다. 1950년대와 마찬가지로 2000년대에도 미국의 10명 중 9명이 신의 존재를 믿으며, 그 중 상당수가 창조설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 저자의 전망의 부정적인 것은 당연해 보인다. “역사가 미래를 예측하는 지표라면 한동안은 악천후가 이어질 것이다.”

 

14. 07.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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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4-27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한주 건너뛴 '이주의 책'을 고른다. 집에서는 아직도 인터넷이 안 돼(일이 이렇게 허술하게 진행될 줄 몰랐다. 광랜이 들어오지 않은 아파트가 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다) 피씨방에서 간단히 적는다. 주로 역사와 인류학 분야의 책으로 골랐는데, 타이틀북은 로런트 듀보이스의 <아이티혁명사>(삼천리, 2014). 최근 흑인 노예제와 관련한 책을 손에 들다 보니 관심이 갔다.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이 부제.

 

 

아이티혁명사를 다룬 책으론 자연스레 C. L. R 제임스의 <블랙 자코뱅>(필맥, 2007)을 떠올리게 되는데, 듀보이스의 책은 "큰 틀에서 제임스의 견해를 따르고 있지만, 혁명가 투생 루베르튀르의 전기 형식으로 서술된 <블랙 자코뱅>의 한계를 넘어 아이티 사회와 카리브 해 노예들의 삶을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두번째 책은 '빅토르 세르주 선집'의 첫 권으로 나온 <한 혁명가의 회고록>(오월의봄, 2014). 수잔 와이스만의 <빅토르 세르주 평전>(실천문학사, 2006)이 나온 바 있는데, 이번에 나온 건 그 자신의 자서전이다.

불굴의 혁명가 빅토르 세르주 자서전. 히틀러가 지배하는 유럽을 벗어나 멕시코로 건너온 뒤 쓴 자서전이다. 애덤 혹스칠드는 이 자서전을 '걸작'이라 칭하면서 "20세기를 증언하는 몇 안 되는 다른 위대한 정치 저술(아서 퀘슬러의 <한낮의 어둠>과 조지 오웰의 <카탈루냐 찬가>)과 동급에 놓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번째 책은 윌리엄 T. 로의 <중국 최후의 제국>(너머북스, 2014).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로 나온 청제국사. "서구 중심주의를 지양하고 새로운 중국사 서술을 개척한 조너선 스펜스의 계보를 이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청대사 전문가인 저자가 쓴 이 책은 기념비적인 연구서인 <케임브리지 중국사>의 청대사 3권을 포함한 최신의 국제적인 청대사 연구 성과를 종합한 것이다." 캠브리지 중국사의 10, 11권이 청제국사를 다루고 있기에 비교해서 읽어봄직하다.

 

 

네번째 책은 시공간을 좀 건너뛰어서 아마존 야노마뫼 족을 다룬 나폴리언 섀그넌의 <고결한 야만인>(생각의힘, 2014).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에도 모습을 비추었던 야노마뫼 족은 섀그넌이 현지 조사를 시작한 1964년 당시 지구 상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야생의 원시 부족이었다. 이 책은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원시 부족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나폴리언 섀그넌'은 '나폴레옹 샤뇽'이란 이름으로 처음 소개됐었다(학계에서는 어떻게 표기되는지 모르겠다). '에덴의 마지막 날들'이란 부제의 <야노마모>(파스칼북스, 2003)가 처음 번역됐던 책. <고결한 야만인>은 섀그넌(샤농)의 회고록이다.    

 

 

끝으로 인류학 입문서 한 권. 웨이드 데이비스의 <웨이파인더>(정은문고, 2014). "TED 인기 인류학 강연자이자 내셔널지오그래픽 전속탐험가 웨이드 데이비스와 떠나는 인류문화여행." 웨이드 데이비스는 <나는 좀비를 만났다>(메디치, 2013) 등의 책으로 소개된 저자다. 좀비의 고향 아이티를 다룬 책이니, <아이티혁명사>와 같이 읽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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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혁명사-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 삼천리 / 2014년 7월
28,000원 → 25,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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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혁명가의 회고록
빅토르 세르주 지음, 정병선 옮김 / 오월의봄 / 2014년 7월
27,000원 → 24,300원(10%할인) / 마일리지 1,3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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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중국사 청- 중국 최후의 제국
윌리엄 T. 로 지음, 기세찬 옮김 / 너머북스 / 2014년 7월
30,000원 → 27,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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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결한 야만인- 아마존 야노마뫼 족과 인류학자들, 두 위험한 부족과 함께한 삶
나폴리언 섀그넌 지음, 강주헌 옮김 / 생각의힘 / 2014년 7월
25,000원 → 25,000원(0%할인) / 마일리지 75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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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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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지상주의의 대표 철학자로 주로 <정의론>의 저자 존 롤스의 호적수로 알려진 로버트 노직의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김영사, 2014)가 재출간됐다. 오래 전에 <인생의 끈>(소학사, 1993)이라고 나왔던 책이다. 오래 전, 그러니까 20년도 더 전에 저자의 명망에 기대 바로 구입했지만 인상적이진 않았다(좀 밋밋한 느낌이었다). 다시 읽으면 놓친 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주저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 외에는 별반 읽을 게 없었던 철학자의 책이라 반갑다. 부제는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질문'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라는 소크라테스의 궁극적 물음을 통해 인생을 성찰하는 ‘소크라테스적 탐구’를 화려하게 부활시킨 현대 철학의 걸작! 30세에 하버드대학교 철학과 정교수가 되었으며 20세기 가장 뛰어나고 독창적인 사상가로 평가받는 로버트 노직. 그가 날카로우면서도 해박한 식견, 유려함이 빛나는 ‘소크라테스적 논변’으로 삶의 본질과 의미를 꿰뚫는다.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늙어야 하는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풍부한 상상력과 날카로운 변증으로 26가지 인간 존재의 핵심 문제를 다각도로 조명하여 그 실체를 낱낱이 파헤쳤다.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질문'이라는 건 제목과 연관된다. '성찰하는 삶' 내지는 '성찰적 삶'. 알려진 대로 소크라테스는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게 서양철학의 전환점이자 새로운 시작이었다.

 

그래서 '성찰하는 삶'을 원제로 갖고 있는 책이 여럿 되는데, 제임스 밀러의 <성찰하는 삶>(현암사, 2012), 애스트라 테일러의 철학자 인터뷰 <불온한 산책자>(이후, 2012), 그리고 정신분석가 스티븐 그로스의 <때로는 나도 미치고 싶다>(나무의철학, 2013) 등이 그렇다.

 

 

말이 나온 김에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책 몇 권. 황광우의 <사랑하라>(생각정원, 2013)는 소크라테스의 삶과 사상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서이고, 폴 존슨의 <그 사람, 소크라테스>(이론과실천, 2013)은 가장 만만한 분량으로 읽을 수 있는 소크라테스의 입문서. 그리고 베터니 휴즈의 <아테네의 변명>(옥당, 2012)은 소크라테스의 재판에 관한 자세한 배경 설명을 제공한다. <소크라테스의 변론> 등의 대화편을 읽을 때 요긴한 참고가 된다...

 

14. 07.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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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시사IN(355호)에 실은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파울로 프레이리의 <문해교육>(학이시습, 2014)을 골라서 읽고 적었다. 문해교육에 대해서는 데이비드 아처와 패트릭 코스텔로의 <문해교육의 힘>(학이시습, 2014)도 나란히 출간돼 눈길을 끈다.

 

 

시사IN(14. 07. 05) 읽고 쓰면서 세상 밖으로

 

<페다고지><희망의 교육학> 등 교육학 고전으로 잘 알려진 파울로 프레이리의 <문해교육>을 읽었다. 브라질 월드컵이 한창 진행 중인 것도 브라질의 세계적인 교육사상가에게 주목하게 만든 이유이지만 문해교육 프로그램이 프레이리의 대표적 교육개혁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에서도 관심이 갔다. ‘파울로 프레이리의 글 읽기와 세계 읽기’가 부제인데, ‘읽기와 쓰기 교육’으로서 문해교육에 대한 강조는 새삼스럽지 않지만 ‘글 읽기’와 ‘세계 읽기’를 같이 묶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프레이리 문해교육론의 핵심이기도 하다.

 

글 읽기와 세계 읽기는 어떤 관계인가. “세계 읽기는 항상 글 읽기에 선행한다. 그리고 글 읽기는 계속해서 세계 읽기를 내포한다”는 구절에 압축돼 있다. 세계 읽기가 글 읽기에 선행한다는 말은 학습자가 글을 깨치기 전에 이미 세계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프레이리는 몬테마리오라는 작은 어촌 마을에서의 경험을 들려주는데, 그는 보니투(bonito)라는 물고기 이름과 함께 채소, 전통가옥, 고깃배, 어부의 그림을 먼저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림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주민들이 “아 여기는 몬테마리오예요. 맞아, 이 그림은 몬테마리오야. 정말 몰랐네”라고 말하며 놀라워했다. 그림(상징)을 통해서 자신들의 세계를 인식하고 재발견한 것이다.

 

이것은 전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눈뜸이기도 했다. 주민들은 그들이 존재하는 작은 마을을 대상화함으로써 ‘세계의 주인’으로 마주 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호기심 어리고 비판적인 주체’가 바로 문해교육 과정의 출발점이라고 프레이리는 말한다. 그래서 그의 문해교육의 첫 단계는 학습자들에게 글자보다 그림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다. 학습자가 글자를 기계적으로 암기하기보다는 자기 경험에 근거해 그 글자 자체를 이해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그림으로 제시된 상황을 해석하고 읽어내는 과정에서 학습자는 자신의 경험세계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할 수 있다. 그 학습자가 가난한 민중이라면 “세계에 대한 비판적 독해가 깊어질수록 민중들은 숙명론과는 다른 방식으로 가난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급진적 교육학을 주창한 <페다고지>의 부제가 ‘억눌린 자를 위한 교육’이라는 점에서도 확인되듯이 프레이리의 주안점은 민중의 해방을 위한 교육이다. 그에게 교육은 지배 이데올로기의 재생산 수단이면서도 동시에 그러한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나게끔 하는 사회변혁의 수단이다. 교육은 억압받는 계급의 사회적 해방을 위한 무기이며, 문해교육은 그러한 무기의 하나다. 그런데 세계 읽기가 글 읽기에 앞선다는 전제를 염두에 두면 해방적 문해교육에 앞서야 하는 것은 사회 변혁이다.

 

문해교육의 의의를 절대적으로 것으로 과대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이 또한 프레이리 사상의 특징이다. 그는 문해교육을 사회변혁의 유일한 기폭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준다. 니카라과 민중이 혁명을 통해 역사를 장악하자 곧바로 문해교육이 실시되었다. 문해과정은 역사를 장악하는 과정보다는 쉽기 때문인데, 니카라과 민중은 자연스레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시 써나갈 수 있었다. 사회변혁이 문해교육에도 획기적 전기가 될 수 있다.   

 

흥미롭게도 니카라과와 대조되는 사례가 미국이다. 1980년대 중반의 통계이지만 당시 미국 민중의 6000만 명 이상이 글을 모르거나 제대로 읽지 못하는 기능적 비문해 상태에 있었다. 유엔의 128개국 가운데 미국의 문해율은 49번째였다. 이러한 대규모의 비문해 인구가 방치되고 있는 것이 제1세계의 대표국가 미국의 현실이라면 미국은 프레이리의 문해교육이 제3세계 국가 이상으로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할 곳이기도 하다. 물론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문해율을 자랑하는 만큼 사정이 좀 다르다. 월드컵 축구팀의 성적이 브라질이나 미국에 비해 좋지 않더라도 다소간 위안으로 삼을 만하다.

14. 07.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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