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에 멸종에 관한 책들을 읽다가 '이주의 책'을 골랐다. 자연스레 교양과학서에 눈길이 갔는데, 과학서를 고르는 것도 오랜만인 듯하다. 타이틀북은 루크 도멜의 <만물의 공식>(반니, 2014). '우리의 관계, 미래, 사랑까지 수량화하는 알고리즘의 세계'란 부제가 대략 책의 내용을 어림하게 해준다. 공식 혹은 알고리즘을 다룬 책인데, 저자가 수학자가 아니라 저널리스트이자 영화제작자라는 점이 특이하다. '알고리즘 이야기'라고 하면 말이 되려나.

 

 

"알고리즘은 우리 주변 곳곳에 파고들어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인터넷 검색뿐 아니라 오락, 연애, 결혼, 이혼, 법률을 비롯해 영화, 음악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을 모두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알고리즘과 얽혀 있다. 곧 인간의 창조성과 정체성, 인간관계까지도 알고리즘이 규정할 날이 머지않았다." 바로 그렇게 모든 것을 수량화하는 알고리즘의 세계가 어떤 것이고, 이에 대해 어떻게 성찰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던져줄 듯싶다.

 

두번째 책은 과학 고전으로 프랑스의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의 <과학과 가설>(에피스테메, 2014)이다. 번역된 적이 있지만 찾아보니 30년도 더 전의 일이다. 나로서도 학부시절 과학사 시간에 좀 들어본 듯하다는 기억 정도. 푸앵카레의 다른 책으론 <과학과 방법>(동서문화사, 2012)이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책이다. 말 그대로 고전적인 자연과학 입문서라고 생각하면 되겠다(푸앵카레는 주로 수학과 역학, 그리고 천문학을 다룬다).

 

 

세번째 책은 동물의 마음을 다룬 버지니아 모렐의 <동물을 깨닫는다>(추수밭, 2014). '인간은 모르거나 착각했던 동물의 마음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들'이 부제다. 소개에 따르면, "저명한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동물의 인식과 감정에 관한 선구적 연구들을 직접 확인하고 경험하기 위해 6년 동안 전 세계 11개 나라의 동물 마음 연구 현장을 찾아다녔다. 이 책은 그렇게 6년간 발품 팔아 기록한, 놀랍고도 감동스러운 취재 기록이다." "동물 마음에 대한 인간의 고정관념을 바꿔 줄 책!”이란 평도 있으므로 일독해봄직하다.

 

 

네번째 책은 입케 박스무트의 <커뮤니케이션>(서울대출판문화원, 2014)이다. '인간, 동물, 인공지능'이 부제. 제목에서 알 수 있지만 커뮤니케이션 입문서. 저자 박스무트는 독일 인지과학회 회장까지 역임한, 인공지능 권위자라고 한다. "이 책에서 박스무트는 인간, 동물, 인공지능 로봇 막스를 통해 로봇과의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여러 중요한 문제들을 제시하고 이를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박스무트는 또한 진화의 긴 과거 역사를 짚어내고 있으며 다가올 미래를 흥미진진하게 조명한다."

 

 

끝으로 마지막 책은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의 <제2의 기계시대>(청림출판, 2014). '인간과 기계의 공생이 시작된다'가 부제다."정보경제학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들은 기술의 진보가 컴퓨터와 로봇으로 상징되는 기계와 인간의 관계를 재설정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기계가 인간과 비슷하거나 뛰어난 지능을 갖는 시대에 인간과 기계가 공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깊은 통찰과 전망을 내놓는다." 흥미로우면서도 외면할 수 없는 주제이기에 역시나 관심도서에서 빼놓을 수 없다. 원저가 올해 나온 책이란 점도 강점. 두 공저자의 책으론 <기계와의 경쟁>(틔움, 2013)이 지난해 먼저 선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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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공식- 우리의 관계, 미래, 사랑까지 수량화하는 알고리즘의 세계
루크 도멜 지음, 노승영 옮김 / 반니 / 2014년 10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2014년 10월 25일에 저장
품절
과학과 가설
앙리 푸앵카레 지음, 이정우 외 옮김 / 에피스테메(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 2014년 9월
19,000원 → 18,050원(5%할인) / 마일리지 9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1월 19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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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깨닫는다- 인간은 모르거나 착각했던 동물의 마음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들
버지니아 모렐 지음, 곽성혜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4년 10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4년 10월 25일에 저장
절판

커뮤니케이션 : 인간, 동물, 인공지능
입케 박스무트 지음, 장병탁 외 옮김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4년 9월
18,000원 → 18,000원(0%할인) / 마일리지 54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1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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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처럼 일어났지만 자꾸 눈이 감기는 주말 오전이다. 습관처럼 새로 나온 책들을 검색하고 장바구니에 담고 몇 권을 주문한 다음에 잠시 침묵하다가 발견한 책이 오늘의 발견이어서 '이주의 발견'으로 분류한다. 패트릭 리 퍼머(1915-2011)의 <침묵을 위한 시간>(봄날의책, 2014). 제목만으로는 어떤 침묵인지 알기 어렵지만, '유럽 수도원 기행'이란 부제는 대번에 어떤 책인지 짐작하게 해준다.

 

 

영국의 대표적 여행작가의 한 명이라는 저자의 책은 <그리스의 끝, 마니>(봄날의책, 2014)에 이어서 두번째다. 담백한 표지 때문에 여행서임에도 잘 눈에 띄지 않는데, 마치 열화당 책과 같은 느낌을 준다(노란색이 들어갔으면 많이 화려한 것이라고 해야 할까). '세계산문선' 시리즈로 나온 첫 두 권이 퍼머(애칭은 '패디'라고)의 책 두 권인데, 어떤 책들이 더 나올지 궁금하다.

'패디'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영국의 전쟁영웅이자, 독특한 문체와 깊이 있는 관찰이 돋보이는 여행작가 패트릭 리 퍼머의 유럽 수도원 기행.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천주교 수도원 네 곳의 이야기다. 그곳과 그곳 사람들 이야기라고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저자 퍼머가 보고 느낀 것들은 특정 수도 공동체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종교의 수도 공동체에 해당할 만한 이야기다. 패트릭 리 퍼머는 수도원에서 묵은 시간 동안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어쩌면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치유와 환희의 날들을 보낸다. 이방인들이 수도원에 머물 때 제일 먼저 깨닫게 되는 비밀, 느리면서도 점점 커져 가는 침묵이 주는 치유의 마법.

우리에게도 그렇게 침묵을 위해 머물 만한 수도원이 몇 곳이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자의 발걸음을 조용히 따라가보는 시간은 충분히 마음을 끈다.

 

 

수도원 책이라면 일단 떠오르는 게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오픈하우스, 2009)이다. 사진과 함께한 진동선의 <침묵으로의 여행>(문예중앙, 2012)도 수도원의 분위기를 접하게 해주는 책. 이색적인 책은 최근에 다시 나온 <뉴스킷 수도원의 강아지들>(바다출판사, 2014). 수도사들이 쓴 강아지 양육법 책이다. 어쩐지 강아지도 수준이 좀 다를 것 같은 느낌.

 

덧붙여 전에 예고편만 보았던 다큐멘터리로 필립 그뢰닝의 <위대한 침묵>(2005)이 떠오른다(http://vimeo.com/38263988). 침묵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면 견본으로 삼아도 좋겠다. 러닝타임 168분.

 

 

14.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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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에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주말과 휴일에 처리해야 할 일이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많지만 콧구멍까지 막고 살 수는 없기에 잠시 여유를 갖는다. 물론 자전거 여행이라도 떠날 수 있는 여유는 아니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다시 뒤적여보는 정도의 여유다.

 

 

다시 뒤적여볼 수 있는 건 책이 다시 나왔기 때문. <자전거 여행1,2>(문학동네, 2014). 애초에 생각의나무에서 2000년과 2004년에 1,2권이 나왔었지만 모두 절판된 상태였다. 이번에 다시 재구성해서 개정판이 나온 것인데, 내용에 가감이 있는 건 아니고 저자 후기 정도가 추가된 걸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사라진 책'을 다시 읽는 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는 것과 같은 반가움을 가져다준다. 내가 읽기에 김훈 에세이의 정수는 <풍경과 상처>와 함께 이 <자전거 여행>이다. 이 가을의 쓸쓸함을 조금 눅일 수 있겠다.

 

 

살아있었다면 독문학계에서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였을 W.G. 제발트의 <현기증. 감정들>(문학동네, 2014)이 세계문학전집의 하나로 출간됐다. <이민자들>(창비, 2008), <아우스터리츠>(을유문화사, 2009), <토성의 고리>(창비, 2011), <공중전과 문학>(문학동네, 2013)에 이어서 다섯번째로 번역된 작품. 특별히 '제발디언'을 자임하는 배수아 작가가 번역을 맡았다. 어떤 작가이고 작품인가.

20세기 말 독일어권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동시대 가장 경이로운 작가로 손꼽히는 W. G. 제발트. 그는 1988년 산문시집 <자연을 따라. 기초시>를 발표한 이후 2001년 영국 노리치 근처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십삼 년 남짓한 세월 동안 네 편의 장편소설과 세 편의 시집, 그리고 산문, 비평, 논문 들을 펴냈다. 그중 1990년에 발표한 <현기증. 감정들>은 일평생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파괴의 기억과 비전으로 고통받은 저자를 사로잡았던 주제가 모두 집약되어 있는 작품으로, 수전 손택, 폴 오스터, 존 쿳시 등 또다른 위대한 작가들로부터 열렬한 찬사를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내년쯤의 주요 작품들을 강의에서 읽어보려고 계획중이다. 미지의 거장들과의 조우는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온갖 회의와 탄식에도 불구하고 일년은 더 살아보게 만드는 이유.

 

 

마지막으로 독일의 작가이자 철학자 페터 비에리의 에세이 <삶의 격>(은행나무, 2014). 다소 뜻밖인데, <리스본행 야간열차>(들녘, 2007)의 작가다. '파스칼 메르시어'가 필명. <레아>(상상공방, 2008)까지 포함하면 두 권의 소설에 이어서 철학적 에세이가 번역돼 나온 것. 독일에선 철학부문 에세이상 '트락타투스상'까지 수상했다고 하니까 믿어봄직하다.  

본래 저명한 철학자로서 저자의 역량과 열린 세계관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 책은 철학적인 무게와 깊이를 오롯이 담고 있다. 그러나 인간 존엄성을 다루는 일반적인 철학서와 달리 서양 고전 문학과 영화, 그 등장인물 간 가상의 대화 및 논쟁을 예시로 들면서 줄거리나 배경을 자세히 설명해주기 때문에 특별한 예비지식 또는 철학적 바탕 없이 흥미진진하게 따라 읽을 수 있다.

 

14.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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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고민을 엮은 책이 출간됐다. <세계문학의 가장자리에서>(현암사, 2014). 몇년 전에 나온 <세계문학론>(창비, 2010)을 확장하고 심화한 듯한 인상을 주는데, 세계문학을 둘러싼 쟁점들을 어떻게 사유할 수 있을지 참고할 만하다(유력한 논자들인 프레드릭 제임슨과 파스칼 카자노바의 글도 번역돼 있다). '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 세계문학을 둘러싼 대논쟁'이 부제. 겸사겸사 세계문학론을 포함하고 있는 몇권의 비평서와 연구서를 같이 리스트로 모아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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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의 가장자리에서- 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 세계문학을 둘러싼 대논쟁
김경연.김용규 엮음 / 현암사 / 2014년 10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1월 19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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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을 향하여- 지구시대의 문학연구
윤지관 지음 / 창비 / 2013년 12월
20,000원 → 19,000원(5%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1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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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최전선과 세계문학- 유희석 평론집
유희석 지음 / 창비 / 2013년 5월
23,000원 → 21,850원(5%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1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4년 10월 23일에 저장

세계문학공간의 조이스와 한국문학
오길영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3년 5월
22,000원 → 22,000원(0%할인) / 마일리지 66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1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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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생소하지만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자주 오르내리는 헝가리문학의 거장 나더쉬 피테르의 작품이 처음 번역되었다. <세렐렘>(아르테, 2014). 제목은 헝가리어로 '사랑'을 뜻하는 말이라고 하고 영어의 'Love'에 해당한다(영어에서처럼 명사와 동사의 의미를 다 갖는다고). 어떤 작품인가.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나더쉬 피테르의 소설. 감각과 사유의 최대치를 맛보게 하는 환각의 세계로 독자를 몰입시킨다. 기존 소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랑과 두려움, 존재와 시간에 대한 고뇌를 시적으로 풀어낸 놀라운 작품이다. 소설의 전통적인 형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이 작품은,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는 주인공의 의식을 따라가는 단일 구조의 파격적인 소설이다. 그런데 그 단순한 구조가 품고 있는 감각의 갈래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환각 상태 속에서 주인공 ‘나’는 온전한 정신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동시에 환각으로 인해 엉켜가는 생각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곱씹는다.     

흥미로운 서사 방식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거장'의 작품이라고 하기엔 소품의 느낌을 준다.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기억의 책>이나 <평행 이야기> 같은 대작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데, 나더쉬 피테르의 세계로 입문하는 '입구'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헝가리어를 그대로 음역한 제목은 사실 고유명사가 아님에도 우리에겐 고유명사로 읽히기에 좀 어색하지 않나 싶다. <사랑>이나 <러브> 같은 선택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호기심에 다른 언어의 번역본들을 찾아봤는데, 아래부터 차례대로 영어, 불어, 독어본의 표지다.

 

Nádas Péter: Love (Szerelem angol nyelven)

Nádas Péter: Liebe (Szerelem német nyelven)

 

한국어판의 표지가 가장 독특한 것으로 보인다. 안무가 피나 바우시의 작품 <뱀부 블루스>(http://www.youtube.com/watch?v=digNri--pXw)의 한 장면이다.

 

 

14.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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