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생소하지만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자주 오르내리는 헝가리문학의 거장 나더쉬 피테르의 작품이 처음 번역되었다. <세렐렘>(아르테, 2014). 제목은 헝가리어로 '사랑'을 뜻하는 말이라고 하고 영어의 'Love'에 해당한다(영어에서처럼 명사와 동사의 의미를 다 갖는다고). 어떤 작품인가.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나더쉬 피테르의 소설. 감각과 사유의 최대치를 맛보게 하는 환각의 세계로 독자를 몰입시킨다. 기존 소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랑과 두려움, 존재와 시간에 대한 고뇌를 시적으로 풀어낸 놀라운 작품이다. 소설의 전통적인 형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이 작품은,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는 주인공의 의식을 따라가는 단일 구조의 파격적인 소설이다. 그런데 그 단순한 구조가 품고 있는 감각의 갈래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환각 상태 속에서 주인공 ‘나’는 온전한 정신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동시에 환각으로 인해 엉켜가는 생각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곱씹는다.
흥미로운 서사 방식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거장'의 작품이라고 하기엔 소품의 느낌을 준다.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기억의 책>이나 <평행 이야기> 같은 대작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데, 나더쉬 피테르의 세계로 입문하는 '입구'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헝가리어를 그대로 음역한 제목은 사실 고유명사가 아님에도 우리에겐 고유명사로 읽히기에 좀 어색하지 않나 싶다. <사랑>이나 <러브> 같은 선택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호기심에 다른 언어의 번역본들을 찾아봤는데, 아래부터 차례대로 영어, 불어, 독어본의 표지다.
한국어판의 표지가 가장 독특한 것으로 보인다. 안무가 피나 바우시의 작품 <뱀부 블루스>(http://www.youtube.com/watch?v=digNri--pXw)의 한 장면이다.
14. 10. 22.